우리 몸이 24시간을 주기로 기능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구 자전 주기에 맞춰 밤이 되면 졸음이 와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깨어나 활동하게 된다. 이 같은 생체시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작동하는 것일까.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연구팀은 오랫동안 연구돼 온 생체시계 단백질인 Rev-erb의 상하 일주기 순환과정이 염색체에 있는 ‘고리’를 조이거나 느슨하게 하는 방식으로 생체주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8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논문 시니어 저자로 연구팀을 이끈 미첼 라자르(Mitchell A. Lazar) 당뇨ᆞ비만ᆞ대사 연구소 소장은 15년 이상 신체의 분자 시계와 대사 및 뇌 건강에까지 미치는 Rev-erb의 다양한 역할을 탐구해 오며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에는 세포 및 분자생물학 프로그램 MD-PhD 과정에 있는 한인과학자 김용훈 연구원이 논문 제1저자로 참여했다.

생체시계 구동하는 Rev-erb 단백질 집중 연구
라자르 박사는 “이번 연구를 포함해 많은 연구들이 우리 몸의 생체내 시계와 비만 및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사이의 관련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Rev-erb와 같은 단백질들은 생체시계를 구동하는 기어이고 이들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비만과 당뇨병을 비롯한 다른 여러 질병들을 연구하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체 생리는 24시간 주기의 유전자 발현(염색체 코딩 영역이 RNA에 의해 번역된 다음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전사되는)에 의해 작동되며, 인체 분자시계에 의해 제어된다. 생체시계의 핵심 단백질들은 염색체의 한 부분을 물리적으로 구부려 같은 염색체의 먼 부분에 근접시킴으로써 단백질 복합체를 활성화시키거나 억제한다.
연구팀은 Rev-erb의 매일 계속되는 진동이 같은 염색체의 ‘정지 및 작동(on-and-off)’ 영역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실험용 쥐의 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연구팀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실험용 쥐의 간에 있는 Rev-erb는 오후 5시까지 최고 농도로 증가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정지시키고 그에 따라 단백질 전사도 차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낮이 밤으로 바뀌면서 Rev-erb 농도가 꾸준히 줄어들어 새벽 5시가 되면 거의 사라져 버린다.

“암세포에 영향 주는 염색체 루핑 신약 조사 예정”
Rev-erb가 없으면 Rev-erb가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가 다시 발현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날마다 정상적으로 되풀이된다. 다른 연구자들은 활성자 단백질이 염색체 고리를 형성해 유전자를 발현시킨다는 사실을 확증했다. 그러나 Rev-erb 같은 억제자 단백질이 어떤 조절 과정을 거쳐 유전자 발현을 차단하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Rev-erb가 염색체 고리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전사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Rev-erb는 단백질 복합체를 내몰아 염색체의 멀리 있는 부분을 연결함으로써 고리를 불안정하게 해 유전자 발현을 차단한다.
라자르 박사는 “Rev-erb가 DNA에 있는 고리를 느슨하게 해 생체 일주기에서 단백질 전사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은 다른 생체시계 단백질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Rev-erb는 암과 심혈관 질환에도 관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염색체의 구부림(looping)에 영향을 미치는 신약을 조사해 간 이외의 암세포와 조직에서의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아볼 예정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8-02-1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