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장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의 유전자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질병까지 고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왔다. 하지만 반대로 동식물 유전자 편집이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으며 인간 유전자 편집이 가져올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전자 가위 주제로 열띤 토론 펼쳐
이처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과학적, 윤리적으로 상충된 입장을 미래 과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10일 ‘과학자의 꿈과 도전, 과학동감’이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에서는 ‘유전자 가위’를 주제로 대담을 마련하고, 그에 앞서 ‘유전자 가위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한가’라는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80% 이상이 ‘유전자 가위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과학적 입장과 윤리적인 의견으로 나눠서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됐다. 하승열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는 유전자 가위에 찬성하는 측은 실험복을, 윤리적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측은 법복을 입고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찬성 측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나온 지 십 수 년 밖에 되지 않았고, 앞으로 난치병 치료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직 무궁한 가능성만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규제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임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해야 하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당장은 우려되는 바가 없어도 과학이 그동안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정확한 과학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즉 유전자 가위가 인간의 배아단계에 적용된다면 돈과 힘이 있는 집단에서는 그것으로 좋은 형질의 유전자를 획득하게 되고, 그것이 대대로 유전되면 사회계층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대담이 이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의 생각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전조사에서는 80%가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찬성했었는데, 대담 후에는 입장을 바꾼 사람들이 다수 나와 찬반이 5:5 정도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1994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이번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은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자연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줌으로써 과학의 대중화는 물론 과학 꿈나무들의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마련됐다.
다양한 과학분야, 흥미롭게 풀어내
때문에 최근 포항 지진 이후로 한층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대지진과 관련된 강연 반응도 뜨거웠다. 이번 강연에서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대지진,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주제로 지진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먼저 ‘어떤 숨겨진 변구사 규모 9.0이상의 거대 지진과 규모 8.0이상의 대규모 지진을 발생시키는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거의 모든 대규모 지진은 거대한 두 판이 충돌하는 판의 경계이며, 밀도가 높은 판이 가벼운 판 아래로 하강하는 지역인 섭입대에서 발생한다”며 “과학자들이 데이터가 축적된 섭입대 거대 지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파헤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있으나 데이터가 축적된 기간이 지진의 발생 주기보다 매우 짧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소진동과 느린 단층 현상의 시공간적 상관관계는 판의 경계 상태를 지시하고 대규모 지진이 발생가능한, 즉 판이 맞물린 구간의 응력 축적에 영향을 준다”며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느린 단층운동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숙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과 KAOS(카오스)재단이 공동주최한 이번 공개강연에서는 수리과학분야의 ‘당구 궤도 엔트로피’와 화학 분야의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 기계공학 분야의 ‘세포를 움직이게 하는 힘’ 등 다양한 분야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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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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