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나타내는 아래의 만화 그림은 초기 척추동물이 처음 바다에서 나와 육지로 이동하며 원시적인 다리를 생성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생명과학저널 ‘셀’(Cell) 8일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최초로 걸어서 이동하는 생물들 중 일부는 뭍으로 나오지 않고 물 속에 머무르면서 오늘날 해저에서 걷는 행동을 하는 자손들을 번식시켰을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한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이자 미국 뉴욕대의대 발생 신경생물학자인 제레미 다슨(Jeremy Dasen) 박사는 “일반적으로 걷는 능력은 척추동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옮겨왔을 때 진화되었다고 생각해 왔다”며, “우리는 그러나 어떤 종류의 물고기들은 물 속에서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물고기들이 “인간을 포함한 고등 척추동물들이 사용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신경 및 유전 발달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동영상
수억 년 전부터 살았던 ‘작은 홍어’ 연구
연구팀은 작은 홍어(little skate, 학명: Leucoraja erinacea)로 불리는 물고기의 신경 발달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했다. 상어 및 가오리류와 계통적 관련이 있는 이 연골어류는 가장 원시적인 척추동물의 하나로, 수억 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생물로 알려져 있다.
‘작은 홍어’들은 두 세트의 지느러미가 있다. 큰 가슴 지느러미는 헤엄치는데 사용하고, 작은 골반 지느러미는 해저 바닥을 걷는데 쓰인다. 이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물고기들은 육지 동물이 걷는 동작과 유사하게 걸을 때 교대로 움직이는 좌우 운동을 하며, 이로 인해 연구할 가치가 있는 모델로 꼽혀왔다.

운동 신경 유전자 목록 조사
연구팀은 RNA 시퀀싱(RNA-seq) 기술을 사용해 이 홍어들의 운동 신경세포에서 발현되는 모든 유전자 목록을 평가했다. 조사 결과 이 가운데 많은 유전자가 이 홍어들과 포유동물 간에 공통적으로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팔다리를 굽히고 펴는 근육을 조절하는데 필수적인 신경 아형(subtypes)들이 작은 홍어들의 운동 뉴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슨 박사는 “이 발견들은 근육을 움직이는 척수 신경의 능력을 결정하는 유전자 프로그램이 우리가 추정했던 것보다 실제로는 수백만 년 더 이전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이 지느러미를 이용한 움직임과 걷는 운동은 동일한 발달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걷는 동작 어떻게 발달했는지 계속 연구”
연구팀은 단순히 근육을 제어하는 신경을 찾는 일을 넘어서서, 운동 신경들과 연결돼 근육을 활성화시키도록 지시하는 상위 신경회로인 중간뉴런(interneurons)도 조사하는 성과를 올렸다. 운동 뉴런과 감각 뉴런을 연결하는 중간뉴런은 중심 패턴 발생기(central pattern generators; CPGs)로 불리는 회로로 조립되며, 이 CPG는 서로 다른 근육들이 활성화되는 순서를 결정해 이동을 제어한다. 다슨 박사는 “거의 십여 가지 유형의 중간뉴런들이 홍어와 육지 포유동물 사이에 잘 보존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슨 박사팀은 앞으로 작은 홍어를 이용해 운동 뉴런이 다른 유형의 뉴런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조절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다슨 박사는 “쥐나 닭 같은 고등 생물체들은 움직임을 일으키는 수많은 근육과 뉴런들이 있기 때문에 걷는 것을 제어하는 신경회로를 연구하기가 어렵다”며, “작은 홍어종은 걷는 것을 통제하는 신경과 이 신경들이 어떻게 발달했는지를 계속해서 연구할 수 있는 유용한 모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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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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