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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8-02-06

콘크리트 균열, 곰팡이로 해결 자가치유 능력… 염기성 환경에서 포자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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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concrete)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다.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자 현대 구조물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소재다. 콘크리트가 등장하고 나서부터 인류는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완벽한 소재라 여겨졌던 콘크리트에서도 단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압축에 잘 견디는 성질 때문에 세월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는 장점은 있지만, 잡아당기는 힘인 인장력(引張力)에는 대단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파악된 것.

콘크리트의 균열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 ethicsalarms.com
콘크리트의 균열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 ethicsalarms.com

인장력에 취약한 소재로 만든 구조물은 아무래도 벽이나 천장 등에서 균열이 발생하기 쉽다. 단순한 갈라짐 현상은 건축물 안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균열이 점점 커지게 되면 결국에는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건설 회사들은 잡아당기는 힘에 약한 콘크리트의 성질을 보완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동원한다. 예를 들면 슬라브 하부나 보의 하부처럼 인장력이 발생하는 부위에는 철근 등을 보강하여 인장력에 견디는 힘을 강화한다.

균열도 질병처럼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효과 있어

구조물을 사람의 신체로 비유한다면 균열은 일종의 질병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질병이 다 마찬가지지만, 처음에는 신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다가도 서서히 정도가 심해지면서 목숨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균열도 마찬가지다. 구조물에 발생하는 균열은 처음에는 미세하게 생성되지만, 점차 틈이 벌어지게 되면 내부로 물이 흘러들어 가게 되고 공기와 직접 접촉하게 되면서 콘크리트 내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안전 문제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대다수의 건물이나 구조물들은 이미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수리 및 유지보수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콘크리트 균열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메워지고 있다 ⓒ Rutgers Univ
콘크리트 균열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메워지고 있다 ⓒ Rutgers Univ

따라서 균열도 질병처럼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갈라지는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다가 건물이 무너지게 되는 상황까지 가기 전에 콘크리트를 갈라진 틈에 넣어 메운다든가 철근을 보강하여 더 이상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치료보다는 예방이 질병을 막는데 더 효과적인 것처럼 균열을 막는 더 좋은 방법은 아예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또는 균열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틈을 메우도록 하는 것이다.

‘자가 치유 콘크리트(self healing concrete)’가 바로 그런 물질이다. 아직 개발 중인 단계여서 상용화까지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만약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건축 역사에 있어 새로운 획을 그을 제품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미세한 균열 정도는 스스로 메울 수 있는 자가 치유 콘크리트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시멘트 같은 무기물에 유기물인 곰팡이를 합쳐서 하이브리드 형태의 콘크리트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염기성 환경에서 자라는 곰팡이를 활용

자가 치유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있는 이들은 미국의 빙엄턴(Binghamton) 대학과 럿거스(Rutgers) 대학 소속의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곰팡이의 한 종류인 ‘트리코더마 리세이(Trichoderma Reesei)’를 이용하여 스스로 균열을 메울 수 있는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있다.

불완전 균류로 알려진 이 곰팡이는 염기성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콘크리트에서 침출된 수산화칼슘의 용해로 생성된 높은 염기성 환경이 곰팡이에게 최적의 생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트리코더마 리세이 곰팡이의 또 다른 특징은 오랜 시간을 포자(spore) 형태로 콘크리트 내부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그저 시멘트 가루처럼 보일 수 있는 곰팡이 포자들은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면서 공기와 물을 접촉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깨어나게 된다.

깨어난 이후에는 곧바로 증식하면서 주변 환경을 이용하여 콘크리트와 비슷한 재질의 물질을 만들어낸다.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과 유사한 물질을 만들어 구조물에 형성된 균열의 틈들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균열 부위를 막아 공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곰팡이는 다시 포자 상태로 돌아가 콘크리트 속에서 머무르게 된다.

공동 연구진은 콘크리트 균열에 대처할 수 있는 최적의 곰팡이들을 조사했다 ⓒ Fung-Growth.org
공동 연구진은 콘크리트 균열에 대처할 수 있는 최적의 곰팡이들을 조사했다 ⓒ Fung-Growth.org

자가 치유의 원리는 까다롭지만, 공동 연구진이 개발 중인 자가 치유 콘크리트는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약간의 곰팡이 포자를 콘크리트에 섞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손쉽게 콘크리트에 발생한 균열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공동 연구진의 견해다.

현재 자가 치유 콘크리트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콩루이 진(Congrui Jin)’ 박사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은 일정한 자가 치유 능력을 갖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이 같은 생체능력을 모방하여 콘크리트에 특정한 곰팡이 포자를 섞어 활성화시킴으로써 콘크리트의 수명을 늘리고 손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길을 찾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공동 연구진은 자가 치유 기능을 콘크리트에 포함시킬 수 있을 만한 곰팡이들을 오랜 기간 동안 조사했고, 다양한 실험을 거친 끝에 결국 균열이 생긴 콘크리트를 다시 메울 수 있는 곰팡이를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진 박사는 “물론 실험실에서의 결과가 현장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무수히 접했다”라고 전제하며 “실제 환경에서 곰팡이가 과다 증식하거나 혹은 모두 사멸해서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상용화 가능성을 파악하려면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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