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원 19주년을 맞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성장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가 심각한 일자리 양극화와 빠른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 등으로 경제·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익숙하지만 위험한 위기론’을 제기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한 ‘미래혁신 10대 이슈’를 선정, 발표했다.
올해 주목할 미래혁신 10대 이슈 발표
지난 31일 ‘미래혁신 아젠다 대토론회’에서 KISTEP이 발표한 2018년 주목해야 할 미래혁신 10대 이슈는 △미래 일자리 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위험 대응 △인공지능의 확산 △인공지능 시대의 법체계 △게임 체인저 육성과 규제혁신 △기술기반 창업 △R&D투자 패러다임 전환 △사람중심의 혁신 시스템 △지역 주도 R&D혁신성장 △사회문제해결 등이다.
이에 관해 임기철 KISTEP 원장은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긍정적인 성과 부문을 강조하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그 속에 감춰진 부정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고 경고하면서 “확산되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IBM의 왓슨이나 40개 언어를 통역하는 구글의 이어폰, 인공지능 비서서비스 등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에 비해 크게 뒤쳐지고 있을 뿐 아니라 타산업과 접목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비율도 글로벌 평균 40.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9.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확산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임기철 원장은 인공지능 맞춤형 R&D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계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법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임 원장은 “자율주행차 탑승자가 사고 시 전방을 주시하지 않았다면 과연 형사책임이 있는 것인가, 또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정확도 높은 인공지능의 추천 진단을 따르지 않았다면 과연 과실이 있는 것인가 등 쟁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인공지능 시대의 책임법제 쟁점 연구를 위한 범국가적 연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과감한 규제 혁신’이다. 임 원장은 “국내 스타트업에서 뇌졸중 환자들을 위한 손목시계를 개발했는데,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불법이기 때문에 국내 사업을 포기했다”며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서 우리들의 미래 먹거리, 신산업 육성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즉 사전 허용와 사후 규제, 규제 샌드박스 제도 등 제한된 조건 하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도입한다면 법령 개정 없이도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 등 신산업 창출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단 얘기다.
미래 일자리 변화에 준비된 인재 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시스템 혁신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미래인재 양성이다. 임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의 구조 변화는 역량의 변화를 요구하는데, 국내 과학기술인력의 창의성, 복합문제해결능력, 소프트웨어 스킬 등 미래 사회 주요 역량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시스템 확대, 역량 중심 교육 시스템 강화, 평생교육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밖에도 KISTEP은 기술기반 창업에서 저성장 시대의 돌파구를 찾자는 것과 정부 R&D예산의 투자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Post-PBS시대에는 연구자 주도·사람 중심의 자율·협력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혁신성장을 지역 주도로 해야 한다는 것, 과학기술이 이제는 국민의 삶의 질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 등 미래혁신 위한 여러 제안들을 내놨다.
이날 ‘미래혁신 아젠다 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문애리 덕성여대 교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로봇이 약을 조제하게 되면서 약사라는 직업이 인공지능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으나 그 병원에서는 약사나 의사가 자신의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성이나 사회적 관계까지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일자리를 뺏길 것을 염려하기에 앞서 미래 인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협업이 가능하도록 초학문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유병구 前 산업연구원 원장은 “현재 우리는 지나치게 실물경제 측면에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제는 가상세계를 바탕으로 한 미래도 연구해야 한다”며 “앞으로 다가올 가상공간에서의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가능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과학기술계가 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과학기술 관련 규제혁신의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기득권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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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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