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화두가 금융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원인은 비트코인을 앞세운 가상화폐 때문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지니는 폭발력으로 인해 전 세계가 시끄러웠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의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은 앞으로 다가올 금융 시장의 시발점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이 만난 ‘핀테크’(FinTech)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금융권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로 시작해 송금, 결제, 금융데이터 분석, 금융 소프트웨어 등 금융 플랫폼 산업 자체가 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법과 제도도 변화되어야 한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타워 엔스페이스(&Space)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이끄는 제 4차 산업혁명 시대 – 혁신적 금융서비스와 법·정책 과제’ 세미나를 통해 학계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한국정보사회학회, 고려대학교 SSK IoT 포럼 등이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서는 한양대학교 신민수 교수, 서울대학교 고학수 교수, 가천대학교 최경진 교수가 나와 급변하는 기술 사회에서 알맞은 금융서비스와 법·정책에 대해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첨단 ICT 기술이 바뀌어 놓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IT 리서치전문기업 가트너(Gartner)가 지난해 발표한 모바일 전자결제 시장 중심의 글로벌 핀테크 시장의 규모는 올 해 약 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주요국 핀테크 시장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중국이 가장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통계 전문기업 스테이티스타(Statista)가 지난 7월 발표한 주요국 핀테크 거래 규모 추정치를 살펴보면 중국의 핀테크 시장 규모가 올 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확산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전역에 확산되어 있다. 단적인 예로 거지들도 QR코드를 들고 나와서 스마트폰으로 구걸할 정도다. 노점상이나 전통 재래시장에서도 아무리 소액이라도 전부 모바일로 즉시 결제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핀테크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단계에 와있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핀테크 시장을 미리 준비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도 최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걸림돌을 최소화하고 규제의 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금융기관, 핀테크 신생기업, 벤처캐피탈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핀테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보안침해 위험성과 예방법, 사기거래 예방법 등을 사전에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국내외 핀테크 공격 시나리오 모델 수립, 핀테크 보안 제품 평가방법 개발, 사기방지 업무 분야별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 등 보안 침해 관련 기준 및 절차 구축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신용제도 설명해주는 친절한 '인공지능씨' 등장
고학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의 법정책적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개인정보와 관련한 일을 인공지능(AI)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업무를 담당할 인공지능은 매우 ‘친절하다’ ‘설명이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XAI)이기 때문이다.
유럽 연합(EU)에서는 내년 5월부터 개정된 개인정보보법 ‘GDPR’이 시행된다. GDPR은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 의회에서 2016년도에 만든 통합 규정으로 약 2년간의 유예기간을 가졌다. 앞으로 시민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 이 ‘GDPR’을 준수해야 한다.
고학수 교수는 “여기에는 데이터 처리 관련 사항을 제공받을 권리, 열람 요청 권리, 정정 요청 권리, 데이터 이동 권리 등이 포함되는데 이와 관련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설명 받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에 인공지능이 이러한 업무를 대신 수행하며 정부의 큰 부담을 덜게 해줄 수 있다. 더욱이 지금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친절하게 근거를 대며 설명을 해 준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앞으로 유럽연합에서 개인정보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및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 교수는 전자상거래의 확산이 개인의 신용정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서 신용카드 발급 거절을 받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확실한 직장과 급여가 있었지만 미국 신용제도는 한국에서의 경제 및 금융활동과 미국에서의 신용도를 연결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인터넷상거래사이트 아마존에서 오랫동안 구매를 해왔던 그는 아마존 사이트에 뜬 신용카드 발급 광고를 보고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광고에서는 ‘단 1분 만에 신용카드를 발급해준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 과거와는 달리 정말 광고대로 간단한 질문 몇 가지만 입력했더니 월 7천불 한도의 ‘초우량’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고 교수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그동안 거래해온 거래 내역, 물품 가격, 배송처 등을 보며 아마존 시스템이 내 신용도를 책정했고 아마존의 신용등급에 따라 신용카드사는 나에게 신용을 부여했던 것”라며 “기존 미국의 신용제도 시스템에는 없었던 획기적인 변화였다. 전자상거래 기록이 신용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금융시장에 도입하고자 하는 ‘네가티브 규제’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은 혁신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가상화폐 비트 코인, 핀테크 등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문, 홍채, 정맥 인식 등 앞으로는 우리 몸 자체가 지불 수단이 된다. 지금 가상화폐는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시대에는 네가티브 규제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원칙을 설정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네가티브 규제법에 있어서는 대원칙을 설정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면서 “원칙 중심 규정 하에 자율규제와 시장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을 하면서도 향후 피해 구제 방법과 거래 위험에 대비한 책임 기반을 조성하는 일을 균형 있게 해 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가 강력한 의지와 마인드를 가지고 어떤 것을 지켜야할 것인지를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규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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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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