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게임용 카드는 모두 52장이다. 이 카드를 낮은 숫자에서 숫자순으로 배열한다고 하자. 이때 아랍인이나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카드를 배치해나갈 것이다.
아랍인이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아랍어와 히브리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내려간다. 반면 유럽 등 다른 지역 언어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사람들에게 이런 습성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습성이 태어나면서부터 인간 두뇌에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간에 이론이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이 논란 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숫자의 많고 적음 인식하고 표현할 줄 알어
7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데카르트 대학의 심리학자 마리아 돌로레스(Maria Dolores) 교수 연구팀은 파리지앵 병원에서 출생한 생후 45시간이 안 된 신생아 80명을 대상으로 부모들 협력 하에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기들의 마음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련의 시청각 심리적 테스트 장치를 만들었다. 먼저 청각 테스트를 실시했다. 신생아들에게 바(ba), 타(ta)와 같은 반복적인 효과음을 들려주었다.
신생아들에게 반복적인 효과음을 각각 여섯 번과 열여덟 번 연속해 들려주었다. 그리고 아기들이 이 반복적인 효과음의 음절의 많고 적음을 어떻게 느끼는지 파악하려고 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시각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짧고 작은 직사각형과 길고 큰 직사각형 형상이 들어 있는 스크린을 만든 후 여섯 번과 열여덟 번의 반복적인 효과음을 연속해서 들은 아기들이 이 형상들을 어떤 식으로 쳐다보는지 부모들과 함께 관찰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아기들이 오른쪽의 길고 커다란 직사각형을 오랫동안 쳐다볼 경우 아기들이 들은 반복 효과음의 음절이 오랫동안 반복됐다(18번)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왼쪽에 있는 작은 직사각형을 쳐다볼 경우 정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종 관찰 내용은 이런 것이다. 여섯 번에 이어 열여덟 번의 반복적인 음절 효과음을 들은 아기들은 스크린 위 왼쪽, 오른쪽에 배치돼 있는 직사각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때 더 길고 커다란 오른쪽을 쳐다본 시간이 왼쪽보다 2매나 길었다.
연구팀은 80명의 신생아들을 대상 반복으로 반복 효과음 음절을 변화시켜가면서 차례차례 개별적인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음절 내용이 바뀌더라도 아기들의 반응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짧고 작은 직사각형을 쳐다본 후 오른쪽 길고 큰 직사각형을 쳐다보았다.
숫자 인식한 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개
연구팀은 먼저 실험에서 여섯 번과 열여덟 번의 반복 효과음을 들려준 것과는 반대로 순서를 바꾸어 열여덟 번과 여섯 번의 반복 효과음을 들려준 후 이전과 같은 내용의 테스트를 반복해 진행했다. 이때도 결과는 동일했다.
여섯 번의 반복적인 효과음을 길게 늘려가는 식으로 해보았지만 아기들의 반응은 이전과 똑같았다. 아기들은 왼쪽의 짧고 작은 직사각형을 쳐다본 후 오른쪽 길고 큰 직사각형을 쳐다보았으며, 큰 직사각형을 쳐다본 시간이 작은 직사각형을 쳐다본 시간보다 약 2배 길었다.
이 같은 사실은 아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음절의 수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자신이 들었던 음절의 수를 적은 수에서부터 많은 수로 전개해나갈 수 있으며, 또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개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논문은 7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t Birth, Humans Associate “Few” with Left and “Many” with Right’ 이다. 돌로레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학계 궁금증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이 태어나면서 숫자를 왼쪽부터 배열해나가는지, 아니면 오른쪽부터 배열해나가는지를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신생아 때부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배열해나가는 본능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교수는 “이번 연구 과정에서 많은 부모들이 태어난 지 45시간이 안된 아기들의 수에 대한 인식능력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수적인 개념을 수용하고, 또한 자신이 들은 소리에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수적 개념을 공간을 통해 규칙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교수는 그러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를 배열해나가는 이런 능력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이 능력이 자연질서에 의한 보편적인 결과인지, 아니면 진화의 결과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문화적 영향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진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켄트 주립대의 심리학자인 클라싸 톰슨(Classa Tompson) 교수는 “그동안 공간을 이용한 수적 개념의 배열 능력이 어떤 것인지, 또 본능적인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수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음이 밝혀졌다며, 돌로레스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인간의 수적 이해능력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기를 기대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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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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