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과학논문소개사이트인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는 식량 및 영양과 관련 긴급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논문을 소개했다. 이 논문은 5일 유럽과학자문위원회(EASAC)에서 발간한 것으로 식량, 영양, 건강, 환경, 기후변화, 농업 등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조언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많은 나라의 관련 대책이 부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영양실조(malnutrition)’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농작물 생산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가뭄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식물육종혁신(Plant Breeding Innovation)등 스마트 농법을 정책적으로 서둘러 채택해줄 것을 촉구했다.

식단 고급화로 온실가스 배출 급증해
현대판 식습관 역시 식량 부족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육류 선호 등 열량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식습관으로 인해 농업 현장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는 물론 건강 등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정책 당국이 고칼로리 식품에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는 왜곡된 가격 구조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신 적정 칼로리의 식품 가격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국민 건강식단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낭비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이런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품 낭비를 줄여나갈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적인 농업정책 역시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 전반을 농업인들에게 맡겨놓기보다는 국가가 책임감을 갖고 바이오농법, 순환 농법 등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농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
보고서는 식량문제와 관련 유럽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고급화하고 있는 유럽 소비자들이 식단을 채우기 위해 육류 등 많은 양의 식품을 수입하면서 수출국 농업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의 육류 소비 증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완화하는데 결정적으로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고단백질 식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안으로 인공육과 곤충식품 개발, 해양 생물 양식 등의 방식을 제안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공육(lab-grown meat)은 식물을 원료로 해서 만들었지만 고기 맛을 내는 육류를 말한다. 최근 과학자들을 통해 맛을 곁들인 인공육이 다수 생산되고 있다.
유전자편집 등 농업구조 개편에 활용해야
일부 국가들은 정부 지원 하에 다양한 곤충 식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해양생물 양식이 가능한 해양 역시 막대한 고단백질 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육류 소비 증가는 미래 기후변화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각국 정부들이 나서 보다 적극적으로 전통적인 개념의 육류를 대체한 고단백질 식품을 개발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 첨단 기술이 동원돼야 하는 탄소 격리(carbon sequestration)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토양의 탄산염 또는 유기물 등 담체에 넣어 지하 또는 지상 특정 공간에 저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보고서는 특히 유전자편집(gene editing), 정밀농법(precision agriculture) 등의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국가적으로 바이오경제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유전자편집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 식량·농업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농작물은 물론 가축에 이르기까지 농업 구조를 저탄소 시스템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가에서 나서 농업 관련 유전자편집 기술을 개발해줄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각각의 생물집단 속에 들어있는 유전정보를 종합해놓은 유전자풀(gene pool)을 조속히 구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유전자원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저탄소 농작물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전자풀이 구축될 경우 21세기 농법인 정밀농법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밀농법이란 비료와 농약의 사용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지속가능한 농업기술을 말한다.
과학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 식량 공급 시스템을 증거 위주의 시스템으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영양 공급 구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유럽 전체가 나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식량공급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 원로 과학자들의 모임인 국제한림원연합회(IAP, InterAcademy Partnership)에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18년에는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3편의 보고서가 추가 발표될 예정이다.
보고서 작성에는 과학계 원로들이 회원으로 있는 세계 130개 과학원이 공동참여하고 있는데 세계인 모두의 식량과 건강, 그리고 환경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최종 보고서는 내년 중반에 선보일 계획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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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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