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국민투표에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데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인들은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위협한다는데 동의해 탈퇴 표를 던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심리학 프론티어스’( Frontiers in Psychology) 27일자에 실린 이 논문은 투표에서 드러난 외국인 혐오증이나 다른 집단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의 나이나 성별, 교육에 상관없이 브렉시트(Brexit)의 강력한 예측인자였다고 밝혔다.
외국인 혐오증이 찬성 부추겼나
지난해 6월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투표에 참가한 영국 국민의 52%가 유럽 연합 탈퇴에 찬성 표를 던졌다. 이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놓고 한 쪽에서는 투표자의 연령과 성별, 교육 정도가 찬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고, 다른 쪽에서는 ‘탈퇴 캠페인’이 외국인에 대한 공포심을 강조함으로써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의아심을 품어왔다.
이 같은 의문을 더 조사하기 위해 영국과 폴란드, 포르투갈 연구팀은 외국인 혐오증 즉 영국에 이민 온 사람들이 나라에 위협이 된다는 믿음의 효과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이 믿음이 브렉시트에 찬성 투표를 하고 연령과 성별, 교육 정도에 관계 없이 국민투표 결과에 기뻐하는 경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부심 있는 영국인, 찬성표 안 던져”
런던대 골드스미스의 아그니에즈카 골렉 데 자발라(Agnieszka Golec de Zavala)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이민자들은 영국을 위협한다고 믿는지 밝히고자 했다. 이들은 세 그룹을 찾아냈다. 하나는 권위주의자 그룹으로 다른 그룹이 자국의 전통적인 현 상태를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지배력이 높은 사람들로서 이민자들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력을 높이려고 하는 층이다. 마지막은 집단적 자아도취자들로서 영국은 매우 위대해서 특권을 부여받을 권리가 있으나 이 ‘진정한 중요함과 가치’를 다른 나라가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부류다.
이번 연구에서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단지 영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거나 영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민자들을 거부하거나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여러 연구들은 이민자들의 위협 때문에 우익 권위주의자와 사회적 지배 성향이 있는 그룹이 급진적 우익 정당 편을 들었다고 시사했으나 집단적 자아도취주의가 투표 같은 정치 행동의 맥락에서 검토된 적은 거의 없다.
‘집단적 자기애’는 정치 행동의 새로운 변수
골렉 데 자발라 박사는 이번 연구가 정치적 행동을 예측할 때 집단적 나르시시즘을 새로운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와 다른 연구팀이 브렉시트와 트럼프, 러시아에서의 블라디미르 푸틴 지지로부터 폴란드의 초보수적인 민족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집단적 나르시시즘이 편견과 공격 그리고 무고한 행동을 국가 집단에 대한 도발로 해석하는 경향을 체계적으로 예측해 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에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찬성 결과가 사람들의 외국인 혐오증을 증가시켰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 투표는 편견과 관련돼 있음이 명백해 졌다. 그러나 사람들이 외국인 혐오 태도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 관계는 투표 결과에 의해 더 강화되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렉 데 자발라 박사는 정치 지도자 연구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짚어냈다. 그는 “집단적 자기애는 별로 좋은 태도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것이 어떻게 집단의 규범으로 자리잡는지 그리고 그 발생과 확산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태도를 규범화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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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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