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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11-23

귀로 느끼는 영화를 제작하다 시각장애인용 영화에 첨단 음향기술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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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시야, 광각, 색각, 안구운동 등 시각과 관련된 갖가지 기능장애를 총칭해서 시각장애라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시각장애인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시각장애인은 현재 200만 명인데 2050년이 되면 4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각 기능을 상실할 경우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고통 중의 하나다. 때문에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낮은 시력, 청각 등에 의존해 영화를 보려고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영화를 본적이 있는 시각장애인이 6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세 명 중 두 명꼴로 영화관을 찾고 있다는 것인데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영화를 보기를 열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음향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 영상을 음향으로 공간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 포스터. 2002년 최초로 AD 트랙이 삽입됐다.
최근 음향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 영상을 음향으로 공간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 포스터. 2002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음향효과를 추가한 AD트랙이 삽입됐다. ⓒoriginalvintagemovieposters.com

기존 AD기술에 시각장애인들 불만 

과학자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를 제작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22일 인터넷 언론 ‘더컨버세이션’에 따르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AD(Audio Description) 기술이다. 내레이터가 영상 장면들을 설명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영국에서 이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3년부터다. 영국 정부는 통신법을 개정해 TV 프로그램 중 10%에 AD를 도입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BBC, 채널 4, ITV 등 주요 TV 매체들은 약 20%의 프로그램에 AD 기술을 도입했다.

TV사에서 AD 기술을 도입하면서 온디맨드(On-demend) 방식의 영화 채널들도 AD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다. 그 결과 영화 프로그램 중 약 40%에 AD를 채택하고 있다. 서비스 차원에서다.

그러나 최근 운용 문제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보기를 원하는 영화에 AD를 채택하지 않은 않은 경우가 많은데다 AD를 채택했다 하더라도 헤드폰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시각장애인과 영화사 간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AD 콘텐츠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영상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들이 영상을 잘 설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제작한 사람들이 영화 제작자들과 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시각장애인들이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많은 영화사에서 배포하고 있는 AD 콘텐츠를 살펴보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불만을 표명하거나 영화 자체를 외면하려는 경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왕립시각장애인협회(RNIB)는 현재 벤처기업인 무비리딩(MovieReading)과 협약을 맺고 시각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 중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TV 프로그램에 맞게 제작된 AD 콘텐츠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시각적 영상, 음향 공간에서 표현    

콘텐츠에 있어서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영화의 전체 녹음 부분인 사운드트랙에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내용을 추가 편집하고 있는데 소리의 특성을 살려 시각장애인들이 이 두 가지 내용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

이전에 AD에서는 사운드트랙을 집어넣지 않고 스토리텔링에 주력했었다. 새로운 형태의 음향효과도 추가하고 있다. 영상 장면 장면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장면이 바뀔 때마다 그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와 급격한 분위기 변화를 커버하고 있다.

압도적인 현실감을 제공하는 360도 공간 오디오(Spatial Audio) 기술을 도입한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실감나는 입체적 음향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영화 속에서 보다 더 폭넓은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등장인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또한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영상 장면이 펼쳐지는 곳이 드넓은 평원인지, 아니면 작은 골방인지, 주변에 자동차가 지나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보도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관계자들은 AD 트랙에 첨단 음향효과를 추가하는 이번 개발 작업이 과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람의 시각 세계를 청각의 세계로 변환할 수 있는지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

시각의 공간을 청각의 공간으로 이전하는 일을 말하는데 이번 작업이 성공을 거둘 경우 기존 음향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음향효과를 통해 시각 영상을 느끼게 될 경우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RNIB와 무비리딩 공동 개발팀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사운드트렉과 함께 영상에 대한 생생한 음향효과를 추가할 경우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정상인들까지 AD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에서 처음 AD 트랙이 시도된 것은 지난 2002년 영화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에서다. 당시 음향 기술자들은 동시녹음으로 AD 트랙을 삽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최근 기술발전을 통해 이 AD 트랙에 공간적 음향을 추가하고 있는 중이다. 시각적인 영상을 청각적인 음향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될 경우 그 영향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음향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회화 등 다른 문화계 역시 시각문화를 음향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시각 문화적 경험을 음향 쪽으로 확대하고 문화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1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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