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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7-11-15

알리바바, 기술 혁신 리드할까? 글로벌 연구기관 ‘DAMO 아카데미’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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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지난 11일 광군제 행사에서 총 1682억 위안(28조 30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광군(光棍)이란 ‘빛나는 막대기’란 뜻으로서, 싱글들을 위한 날을 의미한다. 1이라는 숫자가 4개가 겹친 이날은 중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알리바바는 단 11초 만에 매출액 1억 위안을 넘어섰고, 500억 위안 돌파에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 세계 225개 국가에서 결제가 이뤄졌으며, 주문량은 14억8000만 건, 배송 물량은 8억1200만 건에 달했다.

알리바바가 이 같은 엄청난 물량과 주문을 불과 하루에 감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의 첨단 기술 덕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I 상담 챗봇인 ‘알리샤오미’가 광군제 당일 95%의 고객 상담을 진행했으며, 알리바바 AI는 ‘T몰 스마트 셀렉션’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각 고객에게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시해 소비자의 선택을 도왔다.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알리바바가 최근 글로벌 수준 AI 연구기관인 ‘DAMO 아카데미’를 설립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화면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알리바바가 최근 글로벌 수준 AI 연구기관인 ‘DAMO 아카데미’를 설립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화면

알리바바의 ‘휘저우 자동화 물류창고’에는 인간 수작업보다 3배 이상의 효율성을 갖춘 200대의 로봇이 배치돼 하루 100만 건 이상의 화물을 발송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로봇인 ‘티엔슌’도 광군제 전후로 기계실 순찰을 돌며 인력 업무의 30%를 담당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광군제 대목 효과를 톡톡히 본 알리바바는 사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의해 중국 상장사 중 기술 분야 R&D 투자 1위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처럼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알리바바가 최근 글로벌 수준 AI 연구기관인 ‘DAMO 아카데미’를 설립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DAMO는 ‘Discovery(발견)’, ‘Adventure(모험)’, ‘Momentum(모멘텀)’, ‘Outlook(전망)’의 앞글자를 딴 약자다.

향후 3년간 150억 달러 투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굳이 다모(DAMO)라고 작명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중국 무협작가 김용의 작품에 나오는 달마원(達摩院)의 중국어 발음이 바로 다모위안이기 때문이다. 소림사의 달마대사가 수행한 달마원은 최고의 무술을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협소설 마니아인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의 여러 상징적인 장소에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을 차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알리바바는 DAMO 아카데미에 향후 3년간 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3년간 알리바바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64억 달러의 배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또한 DAMO 아카데미는 세계 각국에 연구개발실을 개설할 계획이다. 먼저 중국 베이징과 항저우, 미국의 산마테오와 벨뷰, 러시아 모스크바, 이스라엘 텔아비브, 싱가포르 등 총 7개 지역에 연구소를 개소한다.

세계적인 대학 및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망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 저장대학과 프런티어 기술 중심 연구실을 설립했으며, 미국의 UC 버클리와 실시간 컴퓨팅을 연구하는 실험실, 중국 칭화대학과는 핀테크 실험실, 중국과학원과는 양자컴퓨팅 실험실을 각각 운영한다.

초대 원장은 알리바바의 최고기술경영자(CTO)인 제프 장이 맡으며, AI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마이클 조던 버클리대 교수, 게놈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조지 처지 하버드대 교수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밖에 세계적인 과학자 및 기술자 100여 명을 유치할 계획이며, 향후에는 2만5000여 명의 인원을 참가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인류 발전을 원동력으로 삼는 연구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DAMO 아카데미는 양자 계산과 머신 러닝, 사이버 보안, 자연언어 처리, 센서 기술, 사물인터넷 등 AI 관련 기술이 주 연구분야다.

알리바바가 이처럼 대규모 R&D 투자에 나선 것을 두고 아마존을 뛰어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알리바바의 1년 거래량은 이미 아마존을 능가하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따지면 아직까지 아마존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 혁신 이끄는 엔진이 된다

지난 10월 중국 항저우에서 DAMO 아카데미의 설립 계획을 직접 발표한 마윈 회장은 이 연구소가 앞으로 세계 혁신을 이끄는 엔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기업들에 대한 과거 이미지는 주로 모방과 추격이었지만, 최근엔 달라지고 있다. 중국의 거대 IT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보이는 혁신은 세계를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알리바바는 마윈 회장의 말대로 DAMO 아카데미를 통해 선도적인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최근 발간한 ‘과학기술정책(통권 231호)’의 해외혁신동향 기사 ‘알리바바의 DAMO 아카데미 설립과 혁신의 가능성(백서인 부연구위원)’에 의하면, 이에 대해 긍정적 측면과 해결과제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정치 체제가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정부주도형으로 확산하기에 적합하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알리바바처럼 민간기업 주도의 연구기관 설립 역시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데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이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기가 쉽지 않으며, 투자금 및 지식의 국외 유출에 대해 민감한 중국 정부의 정책이 큰 저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직된 기업문화나 사회 시스템도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따라 백서인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세계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예산과 조직, 그리고 표면적인 행동보다 새로운 시각과 실패, 자유와 다양성이 존중되고 생성될 수 있는 시스템적 개선이 핵심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7-1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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