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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11-10

뇌 계산법 컴퓨터 적용 꿈 실현될까 초파리 뇌에서 컴퓨터 검색 알고리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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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방문하는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앱들은 서로 비슷한 것들을 찾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과거에 구매했던 것과 유사한 제품이나 좋아하는 곡과 비슷한 노래, 사진에서 찾아낸 사람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 등 선호도에 따라 종류도 여러 가지다.

이러한 모든 작업은 흔히 ‘유사성 검색’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대규모 매칭 게임을 능숙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일은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지속적인 과제가 되어 왔다.

미국 소크(Salk) 연구소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과학자들은 최근 초파리가 유사성 검색을 수행하는 명쾌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방법은 초파리들이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전에 경험한 것 가운데 이와 가장 유사한 냄새를 식별해 내도록 함으로써 그 냄새에 접근하거나 피하는 등의 대처방법을 취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냄새 유사성 검색에 대한 계산적 접근법의 세부 연구사항을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9일자에 소개했다. [관련 동영상]

초파리가 악취에 기반해서 유사 검색 알고리듬을 수행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Credit: Salk Institute
초파리가 냄새를 맡고 유사 검색 알고리듬을 수행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Credit: Salk Institute

초파리 덕분에 새로운 검색법 발견”

이 새로운 정보는 미래의 컴퓨터 알고리듬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사킷 내블라카(Saket Navlakha) 소크연구소 통합생물학연구실 조교수는 “이것은 정보검색시스템을 가진 모든 기술회사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컴퓨터 과학자들이 수년 동안 연구해 온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초파리 덕분에 새로운 유사성 검색 방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컴퓨터화된 데이터 시스템들이 유사성 검색을 최적화하기 위해 각종 아이템-노래부터 영상까지-을 분류하는 방법은 각 항목과 관련된 정보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이들 시스템은 각 항목에 짧은 ‘해시(hashes)’를 할당하는데, 비슷한 항목에는 서로 다른 두 항목에 비해 같거나 유사한 해시가 할당된다(해시는 일종의 디지털 속기 기술로 URL의 짧은 버전이다).

이런 방식으로 해시를 할당하는 것을 컴퓨터 과학자들 사이에서 ‘소재-감지 해싱(locality-sensitive hashing)’이라고 불린다. 유사한 항목을 검색할 때 프로그램은 항목을 빨리 찾기 위해 원래의 항목 대신 해시를 조사한다.

초파리의 뇌는 기존 컴퓨터 알고리듬과는 반대로 공간을 확장해 검색을 함으로써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의 한 장면. Credit: Salk Institute
초파리의 뇌는 기존 컴퓨터 알고리듬과는 반대로 공간을 확장해 검색을 함으로써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영상의 한 장면. Credit: Salk Institute

모든 동물들은 생존 위해 끊임 없이 ‘유사성 검색’ 수행

내블라카 교수는 초파리를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끊임없이 유사성 검색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파리 후각을 연구한 소크연구소 분자 신경생물학연구실의 찰스 스티븐스(Charles Stevens) 교수와 이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스티븐스 교수는 이번 논문의 공저자로 연구에 참여했다. 내블라카 교수는 파리가 유사한 냄새를 어떻게 식별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파리 후각을 관장하는 뇌 회로 관련 문헌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내블라카 교수는 “자연상태에서는 매번 정확하게 똑 같은 냄새를 맡기가 어렵고 어느 정도 잡냄새나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만약 전에 했던 어떤 행동과 관련된 냄새가 나면 그 유사성을 식별하고 행동을 기억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초파리가 썩은 바나나 냄새가 나면 그곳으로 날아가 먹이를 먹을 때라는 것을 알면, 전에는 정확하게 경험해 보지 못한 비슷한 냄새가 날 경우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검색 속도를 높이려면 비슷한 것들을 한 데 모아 검색 대상을 줄여야 한다.  동영상의 한 장면. Credit: Salk Institute
검색 속도를 높이려면 비슷한 것들을 한 데 모아 검색 대상을 줄여야 한다. 동영상의 한 장면. Credit: Salk Institute

공간 확장해 검색력 높여

내블라카 교수팀은 문헌을 검토한 결과 초파리가 처음 냄새를 감지하면 50개 뉴런이 냄새에 고유한 조합으로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듯이 냄새와 관련된 해시의 수를 줄임으로써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초파리는 반대로 차원을 확장했다. 50개의 초기 뉴런은 2000개의 뉴런으로 이어져 입력신호가 확장됨으로써 각 냄새들은 2000개 뉴런들 사이에서 더욱 분명한 지문을 갖게 된다.

그런 다음 뇌는 2000개의 뉴런 중 최고 수준의 활동을 하는 5%만을 냄새의 ‘해시(hash)’로 저장한다. 내블라카 교수는 전체 패러다임은 차원을 줄이는 것과 비교해 두뇌가 유사성을 더 잘 찾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내블라카 교수는 “관계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그룹들이 붐비는 방에 한꺼번에 몰려들어갔을 때 사람들과 그룹을 구별해 보자”며, “이들을 큰 축구장에 그룹들끼리 흩어지도록 한다면 혼잡한 좁은 공간에 비해 확장된 공간에서 관계성의 구조를 알고 그룹들 사이에 경계선을 짓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초파리가 냄새를 감지하면 50개 뉴런이 활성화된 뒤 이를 2000개 뉴런으로 확장해 이중 5%만 '해시'로 저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영상의 한 장면.
연구팀은 초파리가 냄새를 감지하면 50개 뉴런이 활성화된 뒤 이를 2000개 뉴런으로 확장해 이중 5%만 '해시'로 저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영상의 한 장면. Credit: Salk Institute

테스트 결과 실제 검색 성능 향상

내블라카 교수팀은 파리가 냄새 정보를 저장하는 메커니즘-이것은 이미 문헌에 나와있어 구할 수 있다-을 밝히지 않았으나 초파리 뇌의 프로세스가 유사성 검색의 속도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이번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분석해 냈다. 이 프로세스를 검색 알고리듬 테스트에 사용하는 세 가지 표준 데이터세트에 적용한 결과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언젠가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도입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블라카 교수는 “이 접근법의 일부는 과거 컴퓨터 과학자들이 사용했었으나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가 결합됐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사킷 내블라카, 샌조이 다스굽타, 찰스 스티븐스 교수(왼쪽부터). Credit: Salk Institute
연구를 수행한 사킷 내블라카, 샌조이 다스굽타, 찰스 스티븐스 교수(왼쪽부터). Credit: Salk Institute

뇌 계산법을 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 증명 제시

내블라카 교수와 공동연구자들은 이 연구가 뇌의 신경회로와 컴퓨터 과학에서 사용되는 정보처리 알고리듬 사이에서 최초로 구체화된 병렬회로라고 말한다.

논문 제1저자인 샌조이 다스굽타(Sanjoy Dasgupta) UCSD 컴퓨터 과학 및 공학과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무작위 예측(유사성 검색을 위한 ‘소재-감지 해싱’의 핵심 구성요소)이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알고리듬에 적용되면서 그에 관해 계속 관심을 기울여왔다”며, “비슷한 작업이 자연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생각지 못 했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교수는 “신경생물학자와 컴퓨터 과학자가 공유하는 꿈은 기계 계산을 향상시키기 위해 뇌가 수행하는 계산방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번 논문은 이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원리 증명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1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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