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700만 개의 직업이 없어지고 200만 개의 직업이 생겨나 결국 50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미래 일자리에 대한 걱정이 급격히 커졌다. 그렇다면 정말로 미래기술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일까.
미래기술, 인간 일자리 스틸러?
지난 26일 과학문화융합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기의 미래 일자리’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이 ‘미래기술은 인간 일자리의 스틸러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대략 2년마다 2배씩 기술이 발전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폐기됐다는 말이 나올 만큼 미래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산업화 이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혁신은 줄어들었지만, 그 영향력은 더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빅뱅파괴혁신을 소개했다.
빅뱅파괴혁신이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되고 그것이 제품화되어 산업 전반과 전 사용자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제품과 시장을 붕괴시키고 해당 산업 분야의 기업들을 재편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써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공급 사슬을 변화시키지만 새로운 질서가 정착되지 않아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붕괴되는 혼란 속에서 싱가포르는 무인화·자동화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려는 ‘Smart Nation’을 표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수렵, 농경, 산업, 정보사회를 거쳐 이제는 ‘Society 5.0’으로 가고 있다며 그는 ‘인간 일자리의 비관론과 낙관론’을 이야기했다.
그는 “대표적인 비관론이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2013년 700여 개의 직업을 분석해 그 중 47%의 일자리가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향후 2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롯됐다”며 “특히 우리가 선망하는 일자리인 의사, 판사, 변호사, 약사 등은 물론 요즘 인기가 높은 요리사가 사라질 확률이 96%라는 것이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맥킨지 보고서에서 800개 직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주요 행동 2000개를 도출하고 사회적, 인지적, 물리적 능력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45%가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미래에 완벽하게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 5%에 불과하다’는 것을 근거로 낙관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어느 것도 쉽게 장담할 수 없지만, 직접일자리가 줄어들고 간접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변화가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나마 “우리나라는 아직 직업의 세분화가 덜 되어있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지체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문제, 교육해법 찾아야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과 직업시스템의 한계다. 그는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인생 중반에 직업을 바꿀 수 있도록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성인의 학습 의지가 OECD 꼴찌 수준이라 그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대졸자의 전공과 직업 간의 일치도가 30%에 머물고 있으며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입사 후 1년 내 퇴사율이 27%에 달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다수 부모와 학생이 생각하는 교육의 목적이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라며 취업에 치중된 교육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 후에는 주영섭 前 중기청장, 박영서 前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허두영 (주)테크업 대표, 홍성대 서경대 교수 등 패널들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허두영 대표는 “과거에는 노래 한곡을 듣기 위해 음반을 통째로 구입해야 했었고, 뉴스를 읽으려고 해도 신문을 통째로 구입해야 했지만, 지금은 기술 발달로 단일 구입이 가능하게 됨으로 인해 일자리도 일거리로 세분화되었다”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의 발달이 일자리는 줄어들게 만든 반면에 일거리를 늘리는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주영섭 前 중기청장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너무 과대 포장되어 공포심까지 유발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량생산에서 대중맞춤형, 개인맞춤형으로 비즈니스모델이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일자리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레 겁먹지 말고 창의성 교육이나 재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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