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해마다 44만명이 말라리아 모기에 물려 사망한다. 모기는 그러나 사람 피에만 굶주려 있지는 않다. 생존에 필요한 당분을 얻기 위해 식물의 과즙을 즐겨 찾는다.과학자들이 이 약점을 이용해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방제 방법을 개발했다.
이 새롭고 비용도 적게 드는 기술은 모기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혼합물을 살충제에 가미해 이를 포식토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전세계의 말라리아와 지카바이러스병을 비롯한 여러 모기 매개 질환 억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제254차 미국 화학회(ACS) 전국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기자회견 동영상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초콜릿 가게’
연구팀의 일원인 애그노르 마프라-네토(Agenor Mafra-Neto) 박사는 “모기를 유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혼합 화학물은 매우 강력해서 모기가 자연 식물의 향과 유혹을 무시하고 우리가 개발한 방제약물에 달려들 것”이라며, “모기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살충제는 모든 코너에 자리잡고 있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초콜릿 가게와 같다”고 말했다. 제품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치사량의 살충제가 포함돼 있어도 다투어 먹는다는 것이다.
모기 방제에 사용되는 기존의 화학 살충제는 넓은 지역에 수시로 분사하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이 전면 살포 방식은 사람과 동물을 해로운 화합물에 노출시키고, 벌이나 다른 유익한 곤충을 죽일 위험이 있다. 또 살충제 잔류물이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모기의 살충제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

수천 개 화합물에서 모기 유인 향 선별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방제연구개발회사인 ISCA 테크놀러지스의 마프라-네토 박사와 여러 대학의 합동 연구진은 모기가 거부할 수 없는 신호 화학물질 혹은 화학 신호가 혼합된 살충제를 사용해 모기만을 겨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연구팀은 먼저 꽃과 꿀을 만들어내는 식물들의 향을 수집했다. 그런 다음 가스 크로마토그라피-일렉트로안테노그래픽 검출(GC-EAD) 방법을 사용해 향내를 내는 화학물을 분리, 식별해 냈다. 이어 모기의 더듬이를 수천 개의 화합물에 노출시켜 생물학적 효과가 있는 물질을 선별한 뒤, 꿀벌들도 유인할 수 있는 냄새나 향을 신중하게 제외시켰다.
연구팀은 수많은 실험 끝에 설탕과 단백질이 포함된 기질에 신호화학물질을 혼합시켜, 모기들을 꿀 만드는 꽃으로 끌어들여 먹게 하는 20개의 일반적인 화학신호를 모방해 냈다. 이 신호물질들을 피레드로이드(pyrethroids) 또는 스피노사드(spinosad ) 같은 살충제와 혼합하자 매우 효과적인 제제가 만들어졌다.
살포 후 2주만에 모기 수 3분의 1 줄어
연구의 결과물인 벡트락스(Vectrax®)라고 불리는 제품은 실내외에서 쓸 수 있는, 용량이 서서히 줄어드는 서방형 제제로 만들어졌다. 이 살충제는 스프레이를 사용해 1~5mm두께로 덩어리지게 식물에 뿌리거나, 빌딩의 처마 혹은 옥외 구조물의 균열이나 구멍을 메우는 반고체 상태의 겔처럼 사용할 수 있다.
모기가 이 살충제 덩어리를 찾아와 먹기 때문에 정확한 양을 섭취하게 되고 효과적으로 방제가 가능하다는 것. 기존의 전면 살포방식과 달리 주위에 살충제가 잔류할 위험이 매우 적은 것도 장점이다.
연구팀은 인구의 93%가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이 있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현장 실험을 하고 있다. 예비 실험 결과 벡트락스를 살포한 지역에서는 모기 개체군이 2주 만에 3분의 2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마프라-네토 박사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아노펠레스 말라리아 모기가 해당 지역에서 곧 박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실험에서 곧 더 많은 유용한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드기에도 적용 가능
그는 모기가 물고기나 거미 같은 동물의 먹이가 됨으로써 먹이사슬에서 작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특히 모개 매개 질병으로 큰 피해를 입은 나라들에서는 되도록 모기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이 방법은 모기와 같이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진드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프라-네토 박사도 이 ‘유인-박멸’ 기술로 진드기를 통제해 볼 생각이다. 그는 “실제로 나는 모기와 진드기를 싫어한다”며, “언젠가는 이들 해충에 물릴 걱정 없이 우리의 뒤뜰이나 공원을 마음 놓고 산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미국 농무부와 국방부, 국립과학재단과 국립보건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8-2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