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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순강 객원기자
2017-08-24

과학자들이 말하는 미래 모습은? '지구, 생명, 인간' 카오스 과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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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파울 크루첸 교수는 인류가 지구 환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는 의미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 부를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인류세는 ‘제6의 대멸종’이라는 생명의 종말로 치닫게 될 것인가?”

인류세? 제6의 대멸종? 처음 듣는, 쉽지 않은 개념들인데 왠지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처럼 과학의 어렵고 무거운 주제들을 다양한 퍼포먼스와 강연의 형식으로 가볍게 풀어낸 과학콘서트가 열렸다.

'지구, 생명, 과학'을 주제로 카오스 과학콘서트가 지난 2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지구, 생명, 과학'을 주제로 카오스 과학콘서트가 지난 2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지구, 생명, 인간’ 과학콘서트

카오스재단이 2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지구, 생명, 인간’을 주제로 마련한 이번 과학콘서트에는 과학에 호기심 많은 어린 학생들부터 한때 과학에 심취했었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관객들의 폭이 넓고 다양했다. 이번 과학콘서트에서는 다양한 청중의 기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뇌과학쇼, 과학자들의 OX퀴즈 미래보고서 등 새로운 접근들을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화석연료 사용과 농업혁명 등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으로 인류세는 지구적 위기를 초래했다.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불과 200년 만에 3분의 1이 증가했다. 이것이 바로 지구 멸망, 생명 종말의 시작일까?”

이처럼 ‘지구’와 관련한 권일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질문에 김백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체결한 파리협약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깨질 위기에 처해있다”며 “인간의 이기심이 기후변화와 지구 멸망에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지구의 시계를 24시간으로 바꾸어서 ‘생명’의 탄생을 살펴봤다. “46억 년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생각하면 자정에 지구가 탄생했고, 최초의 생명 루카는 새벽 5시 넘어서 출현했다. 6백만 년 전 쯤 우리 인간이 지금의 침팬지와 갈리게 됐는데, 그 시각은 자정이 되기 불과 2분전인 11시 58분이다.”

불과 2분 전에 시작된 인류는 21세기 과학혁명을 통해 과거에는 신의 영역이었던 생명과 의식을 문제를 재정의하고, 생명과 지능의 본질에 성큼 다가섰다. 때문에 생물의 종이 자연 선택의 결과, 환경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이 인공지능과 유전자 가위 등 과학의 발달로 ‘인공선택’으로 바뀌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아직은 인공선택은 자연선택의 부분집합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1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지구, 생명, 인간을 다뤘다면, 2부는 고형종 동아대 의대 교수, 안진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이대열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부 교수 등 과학자들이 쓰는 미래보고서였다.

과학자들이 쓰는 2043 미래보고서

특별히 이번 미래보고서는 ‘100년 안에 인간은 150세까지 살 수 있을까?’ ‘인류의 총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이 가능할까?’ 등 미래에 펼쳐질 인간 초미의 관심사를 과학자들과 관객들이 함께 푸는 OX퀴즈로 풀어갔다.

과학자들이 쓰는 미래보고서. 관객들과 함께 초미의 미래 관심사들을 OX퀴즈로 풀어보았다. ⓒ 김순강 / ScienceTimes
과학자들이 쓰는 미래보고서. 관객들과 함께 초미의 미래 관심사들을 OX퀴즈로 풀어보았다. ⓒ 김순강 / ScienceTimes

“2043년에는 유전자가위, 합성생물학의 등장 이후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자를 교정해 아기의 형질을 부모의 입맛에 맞춰서 태어나도록 하는 맞춤아기까지 등장했다. 만약 맞춤아기가 합법화된다면 당신은 당신의 아기를 맞춤아기로 낳을 것인가?”

질문이 던져지자 과학자들은 찬반을 표시했다. 고형종 교수는 “자신의 유전적 병과 같은 것을 치료하는데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부모의 입맛대로 바꾸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며 반대의사를 밝혔고, 안진호 교수는 “단지 머리숱이 적어지는 유전형질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그 부분만 조작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고 찬성의사를 밝혔다.

초지능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찬반이 나뉘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와 다르게 작동하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만 일을 처리하는 연산도구에 가깝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초지능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부터 초지능이 나온다면 인류가 풀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손쉽게 풀어서 인류문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처럼 이번 미래보고서는 골치가 아파서 평소에는 생각하기도 싫은 어려운 미래과학 이론들을 관객들과 소통하며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분야별로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오는 9월 13일부터 ‘미래과학’을 주제로 가을 카오스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순강 객원기자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7-08-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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