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가 아니면 과학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들을 많이 갖고 있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 받았던 점수를 본다면 그런 생각들이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정한 세포의 활동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을 발견해 2008년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마틴 챌피 교수(미국 콜롬비아대학교)가 과학과 자신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이처럼 말했다.
마틴 챌피 교수의 연구가 주는 '교훈'
그는 지난 10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의 2017년 사이언스 마스터 클래스의 첫 번째 강사로 초청되어 자신이 어떻게 GFP연구를 성공하게 됐는지 연구과정을 소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벨상을 수상할 만큼 위대한 과학적 성과가 천재적 과학자의 한 두 번의 시도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우에는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과학자들과의 협업으로 가능했고, 한 두 번의 시도가 아니라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했으며 다양한 루트의 시도를 거쳐서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과 협업을 해서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한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해파리가 움직일 때마다 녹색 빛을 내는 이유를 찾기 위헤 19년 동안 매년 여름이면 미국 서부 해안을 찾아 하루 종일 해파리를 잡았습니다. 연구에 쓸 해파리를 잡다가 바다에 빠진 적도 몇 번이나 있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잡은 해파리 수만도 85만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처럼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도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한 결과 자신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는 얘기다. 또 그는 자신의 연구에 숨은 공로자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녹색 빛을 내는 해파리에서 발견한 형광단백질이 어느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지 찾아내 이 유전자를 생물학 실험도구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는 더글러스 프래셔 박사가 냈습니다. 그가 처음에 자신이 발견한 유전자를 흔쾌히 나눠줘서 협업으로 연구를 하다가 연락이 끊어지는 바람에 우리끼리 연구를 끝내게 된 겁니다.”
결국 그는 위대한 과학적 성과는 한명의 천재 과학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과학자들의 아이디어와 생각들이 모여서 협업을 할 때 이뤄진다는 것이 자신의 연구가 주는 교훈이라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연한 발견’을 입증하는 ‘끈기있는 연구’
또 한 가지 그는 “대부분의 과학적 발견은 우연에서 비롯된다”며 “그 우연한 발견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방법으로 여러 번 실험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결과는 실패였고, 정말 가망이 없다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썼던 모든 실험재료를 버려버리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모든 실험재료를 쏟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불을 껐는데 실험재료를 쏟아버렸던 개수대에서 형광빛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우연한 발견이었다. 무엇 때문일까. 그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개수대에 원래 부어져 있었던 바닷물 때문이란 것을 알아냈다. 그로 인해 연구는 성공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던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그는 끈기와 고집을 강조했다.
“우리는 주말실험을 많이 했습니다. 모두가 일하지 않는 주말까지도 실험을 놓지 않았다는 얘기지요. 주말에는 쉬고 재충전을 해야 하는데 왜 저렇게 어리석게 연구를 하느냐고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 그런 끈기와 고집이 없다면 연구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마틴 챌피 교수가 천재는 아니지만, 여러 과학자와의 협업과 우연한 발견을 입증하기 위한 끈기로 위대한 성과를 거둬 노벨화학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갖게 된 것이라는 이날의 강연은 과학창의축전을 찾은 많은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큰 도전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8-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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