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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07-26

"인공지능과 사람 지능은 별개" AI로 인한 인류멸망설에 강한 불만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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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IBM의 인공지능 ‘딥 블루’가 당시 전설적인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가볍게 물리쳤다. 2011년에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미국 텔레비전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퀴즈 챔피언들을 압도했다.

2016년에는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당시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을 4대 1로 격파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이 자랑하는 구리 9단에게 전승을 거둔데 이어 9단으로 구성된 5명의 중국 드림팀을 격파했다.

인공지능이 이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인공지능의 학습능력 때문이다. 사람처럼 스스로 배우면서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맹렬하게 훈련시킨 후 세계 챔피언들을 차례로 압도할 수 있었다.

최근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멸망설이 유포되는 등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움이 확산되면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지능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이 저커버그 등 AI전문가들의 주장이다. ⓒFuture of Life Institute
최근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멸망설이 유포되는 등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움이 확산되면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지능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이 저커버그 등 AI전문가들의 주장이다. ⓒFuture of Life Institute

“체스 의미도 모른 채 체스를 두고 있었다”    

아이로봇(iRobot)과 리싱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의 창업자인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전 MIT 교수는 지난 주말 MIT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로보틱스 세션’에서 ‘지능(intelligence)’이란 단어에 불만을 제기했다.

알파고는 주어진 일에 충실했을 뿐 지능을 부여받은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알파고가 19×19줄로 돼 있는 바둑판 위에서 매우 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9×29줄로 돼 있는 바둑판에서는 전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그는 알파고 연구팀에게 29×29줄로 된 바둑판에서 바둑을 둘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알파고 팀은 “바둑판에 약간의 변화가 있어도 알파고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토했다”고 말했다.

로드니 브룩스는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의 모습을 보고 다른 일도 매우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이 바뀌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며, 인공지능에서 ‘지능’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

‘딥 블루’에 패한 바 있는 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 역시 브룩스와 유사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이긴 ‘딥 블루’가 놀라운 계산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딥 블루’가 자신과의 체스 게임에서 게임을 주도했다”는 것.

“그러나 기계는 기계일 뿐 체스 게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상태에서 게임을 이겨야 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사람에 의해 제작된 데이터 베이스와 하드웨어, 알고리듬에 불과하다”며, ‘딥 블루’를 과대평가하는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군사용 로봇 전문가인 길 프렛(Gil Pratt)' 도요타연구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대해 우려감을 표명했다. 특히 “A.I.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최근 발언을 지목했다.

“머스크 발언은 공상과학소설에서 비롯된 것”

길 프렛은 “이 같은 머스크의 발언이 공상과학소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친 듯이 날뛰는 인공지능을 상상한데 따른 것”이라며, “이런 발언들이 기계학습 기능인 딥러닝 시스템을 잘못 이해한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무인차 시스템을 제작하고 있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딥 러닝에 대해 마치 사람의 지능을 가진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작은 범위 안에서 매우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로드니 브룩스 전 MIT 교수는 “엘론 머스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사람처럼 오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을 보았을 때 그 능력을 사람처럼 다른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것.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역시 엘론 머스크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 일요일 페이스북 생방송 채널을 통해 머스크의 발언을 ‘극히 무책임한 (pretty irresponsible)' 발언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엘론 머스크 외에도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옥스퍼드대 철학자인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 역시 머스크와 같은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로드니 브룩스는 “실제로 인공지능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이처럼 무모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어떤 과정을 통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협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스타마인드의 파스칼 카우프만 CEO는 지난 15년 간 뇌과학을 연구해 온 인물이다. 그는 “사람의 뇌와 컴퓨터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기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

그는 “사람의 뇌를 기계처럼 취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 뇌가 컴퓨터와 비슷하다는 전제 하에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향후 뇌 연구는 물론 A.I. 연구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의 능력에 대해 매우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분위기다. 코넬대와 와이오밍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바보상자에 비유했다.

어떤 그림을 식별할 때 사람은 그 그림의 내용을 인식하고 진위를 파악하는데 인공지능은 픽셀을 계산해 그 진위를 파악한다는 것. 무인차 등 다른 분야에서도 사람의 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며, 인공지능을 의인화하는데 대해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7-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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