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카프카는 친구인 오스카 폴락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인간 운명의 부조리함을 통해 인간의 삶을 표현한 실존주의 문학의 대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책을 '인간의 메마른 감수성을 깨는 도끼'로 표현하며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13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책은 어떤 존재일까. 마른 감성을 일깨워주는 '도끼'의 역할을 잘 하고 있을까? 이제 더이상 '책'은 단지 종이에 활자를 적은 기록만이 아니다.
책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 오디오로, 웹툰과 웹소설로, 공간스토리로 '변신'하며 인간 내면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려 하고 있다.
책, 이야기와 공간으로 변신하다
지난 14일(수)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SIBF 2017)에는 '변신(變身)'을 주제로 161개의 출판사 및 23개 서점을 비롯하여 해외 출판사 18개 업체가 모였다.

올 해 23주년을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은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삶의 환경에 맞춰 책도 진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행사측은 “단순한 강연과 컨퍼런스 중심의 행사를 지양하고 출판의 다양한 주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독립서점, 소형출판사를 초대한 특별기획전 '서점의 시대'와 '책의 발견전' 등을 통해 한층 독자들 앞으로 다가서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서민 교수, 소설가 금정연, 이만교, 칼럼리스트 표정훈, 그래픽 디자이너 김정연 등 다양한 문학계 인사들이 특별히 조성된 5개의 공간에서 2시간 동안 책방지기가 되어 독자들을 만난다. 이들이 직접 독자들에게 1:1 글쓰기를 지도해주는 '글쓰기 클리닉'는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다양한 테마의 책들의 전시와 강연이 이어졌다는 점도 과거와는 달라진 점이었다. SF문학, 과학도서, 웹툰, 웹소설 등 과거에는 중심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장르 분야에도 글쓰기, 강사 강연, 작가와의 만남 등을 통해 다양한 소통이 시도되었다.
무엇보다 '편안한 책 읽기'가 도서전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과거에는 책을 파는 '출판사'들이 중심이었는데 비해 독자가 작가이고 작가가 독자가 될 수 있는 달라진 환경에 맞춰 '독자'에게 눈높이를 맞췄다.
매년 주빈국을 선정하는데 올 해의 주빈국관은 '터키'였다. 올 해는 한국-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행사 및 컨퍼런스가 준비되었다. 14일에는 한국 전쟁에 참전한 터키 용사들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세미나 행사가 열렸다. 15일에는 터키 현대 문학의 거장 마리오 레비의 낭독회, 아동문화 작가 멜리커 귄위즈의 인터뷰 행사가 선보였다.

전자출판의 미래를 준비하는 다양한 행사도 이루어졌다. 13일 코엑스 B1홀 컨퍼런스홀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협력의 장을 주제로 국내외 문학계 인사들의 강연이 이루어졌고 14일에는 전자책을 활용한 다양한 분야의 연계와 협업사례들이 발표되었다. 16일에는 전자출판의 개념과 역사에 관한 강의와 실제 전자책 제작을 실습해보는 '전자출판 창업 메이커톤'이 열릴 예정이다.
책은 '이야기'이다. 스토리를 연계로 한 많은 제작사(출판사), 유통사(플랫폼), 투자자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책의 미래는 공급과 수요의 법칙을 떠나 독자가 작가가 되고, 제작자가 되고, 유통자가 되어야 하는데 있다. 인간의 역사는 바로 기록의 역사이고 기록의 역사를 이어나가는 것에 인류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 김은영 객원기자
- teashotcool@gmail.com
- 저작권자 2017-06-1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