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이란 단어 만큼 짧은 시간에 한국을 휩쓸고 다니는 말이 몇 개나 더 있었을까 싶다. (미국은 이 말을 잘 안 쓴다고 한다. 대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호한다.)
4차산업혁명을 설명할때, 인간 사회를 바꿔줄 가장 중요한 기술적 트렌드로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데이터이다.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면 빅 데이터이고, 수학적 알고리즘을 가지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면 인공지능이며, 더 많은 데이터를 얻기 위해 온갖 것에 센서를 붙이면 사물인터넷이 아닌가.
유발 하라리의 두 번째 문명비평서
이 당연해 보이는 트렌드에 지구상의 모든 민족이 열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Yubal Harari)가 이 현상을 ‘데이터교’라고 이름을 붙였을 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책으로 세계적인 문명비평가로 떠오른 유발 하라리의 두 번째 책 제목은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HOMO DEUS : A Brief History of Tomorrow)이다. 과연 하라리 답다.
‘미래의 역사’라니, 역사는 지나간 길을 반추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교훈을 얻거나 혹은 자기들의 유리한 심리적 토대를 구축하려는 지적 활동 아닌가?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역사’라고 하지 않는다. 예언이나, 좀 더 과학적인 느낌을 들게 하려면 ‘예측’ 정도의 말을 써야 한다.
호모 데우스에서 가장 동감하기 어려운 부분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없다’는 내용이다. 하라리는 '뉴 사이언티스트' 여기자 샐리 에디의 체험을 길게 소개했다. 그녀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너무나 침착하고 정확하게 사방에서 밀려오는 적들을 한 치 오차도 없이 총 한자루로 사살하는 엄청난 성과를 달성한다.
공포감없이 살인임무를 냉정히 수행한 비결은 샐리 에디가 경두개 자극기 헬맷을 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임무는 컴퓨터 시물레이션 게임이었다.)
하라리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목표를 더 잘 달성하기 위해 자기 뇌회로를 조작하고 공부나 운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면 고객이 ‘자유의지’로 구매한 것도 사실은 또 하나의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이 살인을 한 것은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과정들 때문이고, 특정한 유전자 구성 때문이며, 그런 유전자 구성은 우연한 돌연변이와 오래된 진화적 압력의 합작’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다. 요컨대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과학적 사실과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고 과학문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는 하라리지만, 가끔 과유불급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나타나는데 자유의지 부분이 그렇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 불쾌한 행동을 했다고 하자. 그 어떤 사람이 가게를 새로 냈다. 비록 나를 불쾌하게 했지만, 이타적인 마음으로 개업식에 참석해서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반대로 불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미운 마음에 개업식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다. 가거나 안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도 과연 하라리는 ‘전기화학적 신호와 유전자의 구성과 돌연변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또 다른 영역인 마음과 의식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다. ‘우리는 마음에 대해 잘 모른다. 마음이 어떻게 생기는지 기능이 무엇인지 모른다. 시행착오를 통해 마음 상태를 조작하는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다.’
트렌드를 읽어내는 하라리의 능력은 정말 뛰어나다. 생명공학이 발전해서 수명을 다한 인공장기를 정기적으로 바꾸고, 맞춤 의료로 질병을 치료하면서, 자율자동차로 자동차 사고위험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태양광 에너지로 무한 에너지에 접근하며, 농업발전으로 기근이 사라지는 이 예측 가능한 미래사회의 모습을 단 한마디로 정의한다.
500살 사는 프로젝트 시작한 구글
그것은 ‘죽음과의 전쟁’이다. 죽음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처절한 전쟁은 모든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이면서 동시에 가장 확실한 이윤이 예상되는 미래산업이라고 하라리는 정의한다.
구글이 죽음해결하기가 목표인 자회사 ‘칼리코’를 설립하고, 500살까지 사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 ‘구글벤처스’를 세운 것은 생명연장과 죽음정복이 미래산업이면서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욕구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철학과 과학기술을 뒤섞어서 자기만의 통찰력과 언어를 생산하는 유발 하라리의 마지막 질문은 음미할 만 하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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