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과학 및 임업 대학(ESF)이 ‘2017년에 새로 발견된 종 톱 10’을 발표했다.
올해로 10년 째를 맞는 ‘새로 발견된 종 톱 10’ 목록에는 거미와 개미, 여칫과 곤충을 포함해 잡식성 쥐, 색깔이 화려한 민물가오리, 자를 때 ‘피가 나는 것 같은’ 토마토 그리고 악마의 얼굴을 한 난초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400개가 넘는 다리를 가진 노래기, 물 속도 달려가는 지네, 추러스 과자처럼 생긴 바다 벌레도 목록에 포함됐다.
새로운 종 가운데 네 종은 아시아(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에서 발견됐고, 나머지 여섯 종은 미주(멕시코와 미국, 브라질, 콜럼비아)와 오세아니아(호주와 파푸아 뉴기니) 산이다.
첫 번째 목록은 2008년에 작성됐다.
새로운 종 톱 10을 선정하는 ESF 부설 국제 종 탐사연구소(IISE) 창립이사인 퀜틴 휠러(Quentin Wheeler) ESF 학장은 “처음 10대 목록 발표 이후 지난 10년 동안 거의 20만 종의 새 종이 발견됐으나 우리가 발견한 것보다 멸종되는 숫자가 더 많다”며, “멸종률이 선사시대보다 1000배나 빨라 종 탐사를 가속화하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은 수백만 종의 존재를 알 수 없거나 이 종들이 가진 놀라운 유용성을 우리가 배우지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휠러 학장은 급속한 멸종의 가장 큰 요인은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은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고 생물다양성을 희생시키며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황폐한 영향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종이 사라지는 것으로서 우리는 기후 변화의 충격 속에서 갈 길을 설계할 수 있으나 생물다양성을 복구하는 데는 수 억년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IISE의 국제분류위원회는 전년도에 명명된 약 1만8000종의 새 종 가운데 10종을 선택해 ‘현대 분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웨덴 식물학자 칼 린네(Carolus Linnaeus)의 생일인 5월 23일에 공표한다.
● 거미 : 해리 포터의 마법 모자 같이 생기고 8개의 다리를 지녀(Eriovixia gryffindori , 인도)
2mm 길이의 이 작은 거미는 해리 포터에 나오는 그리핀도르 모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몸체 끝의 폭이 좁고 구불구불한 모양이 이 모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한 과학잡지는 이 거미가 ‘매혹적이긴 하나 간과하기 쉬운 무척추동물의 세계와 이들의 비밀스런 삶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으로 발견되었다’고 기술했다.
이 거미는 말라 죽은 잎새와 닮아서 그 사이에 숨어 지낸다. 단일 표본으로 알려지며 상록수와 반 상록수가 낙엽수로 둘러싸여있는 인도 중서부 가츠(Ghats) 지방의 삼림 속에 산다. 야행성에 수직으로 이어지는 둥근 그물을 만들고, 수컷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 여칫과 곤충 : 핑크빛으로 예쁘게 생긴 외모(암컷)(Eulophophyllum kirki,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서 연구자들이 타란툴라 거미와 뱀을 찾다가 발견했다. 표본 사진 작가 피터 커크(Peter Kirk)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 곤충의 두드러진 특징은 나뭇잎들 사이에 섞여서 같은 색상을 흉내낸다는 점.
길이 약 40mm에 수컷은 통상 녹색인데 비해 암컷은 분홍색이다. 외형은 나뭇잎과 거의 똑같이 보이고, 뒷다리가 작지만 세부 모양새가 나뭇잎과 비슷하다.
엄격한 보호구역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수집 허가를 얻을 수 없어 표본이 수집되지 않았다. 과학 발전을 위해 수집을 하는 문제와 선의의 규제 사이의 갈등으로 앞으로 비슷한 여칫과 곤충이 발견됐을 때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 쥐 : 환영 받는 잡식성 쥐(Gracilimus radix, 인도네시아)
진화론적 반전으로 보이는 새로 발견된 술라웨시 뿌리 쥐는 식물성과 동물성 먹이를 모두 잘 먹어 육식만 하는 다른 유사 종들 사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쥐는 때로 식물 뿌리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G.radix라는 이름은 ‘뿌리’라는 라틴어에서 따왔다. 술라웨시 물 쥐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만 발견되는 이 쥐는 작고 홀쭉하며 털은 회색과 갈색에 둥근 귀와 드문드문 털이 있는 꼬리를 가지고 있다. 2012년 이후 이 지역에서 네 개의 새로운 속을 대표하는 일곱 종의 설치류가 발견돼 이 섬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쥐가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 노래기 : 수많은 다리가 서로 경쟁하듯 보인다(Illacme tobini , 미국)
414개의 다리를 가진 이 노래기는 최대 750개를 가진 다른 노래기의 기록을 깨지는 못 했으나 바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새 종 노래기는 평생 동안 신체 부위와 다리를 계속 추가하기 때문.
길이 20mm 정도 되는 긴 실 모양의 이 노래기는 눈이 없다. 2억년 전 거대 대륙인 판게아가 분열되지 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계보가 길다. 세콰이어 국립공원에서 발견됐으며, 지표 아래 미세한 틈새 사이에서 산다.
액체 먹이를 먹는 듯 기묘하게 축소된 입모양을 가지고 있고, 네 개의 다리는 암컷에게 정자를 전달할 수 있도록 변형됐다. 가는 실을 내보내는 털과 100개 이상 되는 주머니의 양 노즐에서 속성이 밝혀지지 않은 화학적 방어액을 분비한다.
● 개미 : 작은 가시 병정들(Pheidole drogon, 파푸아 뉴기니)
파푸아 뉴기니에서 발견된 두 개의 새로운 개미 종 가운데 하나로, 등에 있는 가시가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검은 용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Drogon으로 명명됐다.
커다란 등뼈는 방어기제로 추정됐으나 미세 단층 촬영 결과 몇 개의 등뼈는 근육이 부착되는 곳으로 여겨진다. 주요 일개미 혹은 병정개미는 큰 머리와 턱을 가지고 있어 씨앗을 먹을 수 있도록 잘게 부순다. 머리가 크다 보니 이를 등뼈 같은 곳에 고정할 수 있는 큰 근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등뼈는 더 작은 머리를 가진 작은 일개미들에도 있기 때문에 모든 등뼈가 근육 부착용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 가오리 : 브라질 강에서 보고된 새로운 담수의 ‘왕’(Potamotrygon rex, 브라질)
크고 놀라운 무늬가 있는 이 담수 가오리는 브라질 토카틴 강의 특산물이다. 표본 크기는 길이가 111cm에 큰 것은 20Kg까지 무게가 나간다.
토카틴 강에서 발견된 350종의 어류 가운데 35%는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가오리는 흑색에서 흑갈색까지의 배경색에 진한 노란색부터 주황색까지의 점이 있다. 이런 모습에다 크기가 커서 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렇게 크고 밝은 색깔의 가오리를 발견한 것은 우리가 신열대구의 물고기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변변치 않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 지네 : 수륙 양용으로 활보하다 집 잊어버릴라(Scolopendra cataracta, 라오스 타이 베트남)
이 새로운 지네는 검은 색으로 20쌍의 다리가 있으며, 길이는 20cm 정도다. 마른 땅에서와 마찬가지로 물에 뛰어들어가 물 속 바닥을 달려갈 수 있는 지네 종으로는 처음 발견됐다. ‘폭포’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이름을 따와 ‘cataracta;로 명명됐다.
놀랍도록 수영을 잘 하고 다이빙 실력도 갖춘 이 종은 바위 아래에서 발견됐으나 재빨리 물 아래 암석 밑으로 달려가 하천을 통해 달아났다.
열대지방에서 우세한 위치를 점하는 지네 속(屬)의 일원이 수륙양용 주행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례는 전례가 없다. 관광 활동을 포함해, 새로운 종이 발견된 하천과 강의 제방을 따라 있는 서식지가 파괴되기 때문에 개체 수가 줄어들까 우려되고 있다.
● 숲 토마토 : 섬뜩한 이름을 갖게 된 새 종(Solanum ossicruentum, 호주)
이 새로운 토마토 종의 이름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생명과학반 7학년생 150명의 도움으로 선정됐다.
이 과일은 성숙해서 ‘뼈가 드러날 만큼’ 마른 상태가 되기 전에 자르면 피 같은 붉은 물이 든다. 그래서 뼈를 뜻하는 라틴어 ‘ossi’와 피를 의미하는 ‘cruentum’을 결합해서 이름을 지었다.
직립의 클론형 관목으로 높이 1~2m까지 자라며 키의 3분의 1 정도에서 2~3개의 줄기로 갈라진다. 열매는 지름 1.5~2.5cm 미만으로 자르면 육질이 허연 초록색에서 붉은 색으로 산화된다. 열매가 익으면 연한 녹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변한 다음 다시 밤색의 갈색으로 바뀌어 가죽이나 뼈와 같이 딱딱해진다.
벌에 의해 수분이 되고 열매는 동물의 털에 묻어 옮겨진다. 종의 출현 사실은 이번에 새로 등록이 됐으나 식물학자들에게는 50년 전에 알려져 한 때 관련 종인 S.dioicum의 변형으로 잘못 알려졌었다.
● 난초 : 자세히 보면 악마의 얼굴이 있다(Telipogon diabolicus, 콜럽비아)
자세히 보면 악마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난초. 이 새로운 종은 암수 꽃 부분이 하나로 결합된 융합된 생식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꽃이 악마의 머리를 묘사한 것과 매우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심각하게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종은 콜럼비아 남부의 도로 재건설로 서식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취약지역 중 한 곳에서 발견됐다. 착생식물로서 비록 모습은 그렇더라도 다른 식물에 해를 주지 않고, 축축하고 키 작은 나무가 많은 산림에서 자란다.
현재 콜럼비아에만 3600종의 난초가 있으며 수백 종의 난초가 더 발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추로 : 깊은 바다 속에 사는 막대과자 모양 벌레(Xenoturbella churro, 멕시코)
해수면 아래 1722m 깊이의 캘리포니아 만에서 발견된 이 해양생물은 10cm 길이의 바다 벌레로 같은 속(屬)에 속하는 여섯 종 가운데 하나다.
이 벌래는 곤충과 인간을 포함한 ‘양측 대칭 동물’의 계보에서 가장 초기 지점인 원시 벌레 같은 동물군을 대표한다. 이 벌레는 그 친척들처럼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을 먹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있는 튀김 반죽과자인 추러스(churros)를 떠올리게 하는 네 개의 깊은 세로 홈이 있고 균일한 오렌지 핑크색을 띠고 있다.
이 원시생물은 입은 있으나 항문이 없어 바다에서의 놀라운 생물다양성을 일깨워준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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