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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05-23

중·고교 등교시간 늦춰야 한다? 청소년 적정 수면시간 놓고 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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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잠이 많다. 더구나 밤늦은 시각까지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로 인해 아침마다 소동이 일어난다. 등교를 위해 잠을 깨우는 부모와 1분이라도 더 자려는 청소년 간에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다.

청소년의 잠은 학교 가서도 멈추지 않는다. 아침 첫 시간에는 학생들이 졸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잠은 건강의 상징이다. 청소년의 잠이 건강을 상징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등교 시간이다. 미 공립학교의 경우 초등학교 등교시간은 오전 9시, 중·고교 등교시간은 오전 8시로 돼 있다. 등교 시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중·고교에 입학하면서 빠른 등교 시간 적응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려는 성향의 청소년 생체리듬에 맞춰 중·고교 등교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의료계로부터 분출되고 있어, 교육계와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psychologyinaction.org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려는 성향의 청소년 생체리듬에 맞춰 중·고교 등교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의료계로부터 분출되고 있어, 교육계와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psychologyinaction.org

의료계, 중·고교 등교 시간 조정 건의    

이로 인해 현재 미국에서는 중·고등학교의 이른 등교 시간을 놓고 의료계와 교육계 간에 논란이 멈추질 않고 있다. 특히 소아과학회(AAP)와 수면의학회(AASM)에서는 등교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22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최근 열린 한 의학 컨퍼런스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중·고교 등교 시간을 오전 8시30분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소년의 건강은 물론 안전을 위해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것.

AAA교통안전재단의 수석연구원 브라이언 테프트(Braian Tefft) 박사는 졸음운전에 대해 큰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 5년 간 통계를 기반으로 운전면허증을 획득한 16~18세 청소년들이 최소한 한 번 이상 졸음운전을 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전체 학생 중 2%는 매우 자주 정기적으로 졸음운전을 하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침 일찍 등교하는 청소년 들이 졸음으로 인해 심각한 위험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밤에 4~5시간 자고 아침 운전을 하는 경우다. 테프트 박사는 “이는 면허정지를 당할 정도의 숙취 운전과 거의 흡사한 상황”이라며, “학생들의 건강한 잠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벽 운전으로 인해 청소년 사망률 역시 상승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예기치 못한 부상(unintentional injury)으로 조기 사망하는 비율이 살인(homicide)과 자살(suicide)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면부족으로 교통사고·우울증 발생 늘어   

예기치 못한 부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충돌 사고다. RAND 연구소의 정신의학·심리학자인 웬디 트록셀(Wendy Troxel) 수석연구원은 “육체적으로 매우 건강하며 회복력이 빠른 이 시기에 사망률이 매우 높은 역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 정부에서는 청소년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해왔다. 폭력과 자살을 줄이고, 마약 남용 등의 사례를 줄이기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최근 청소년의 사고력 부족이 부족한 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트록셀 연구원은 또 “어린 아이들이 10대에 들어서면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청소년의 행동과 정신 건강이 잠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며 중·고교 등교시간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청소년의 잠을 보충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피츠버그대학 메디컬센터의 정신의학자인 다니엘 바이시(Daniel J. Buysse) 교수는 “청소년의 경우 어린 시절과 비교해 수면 욕구(sleep desire)가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수면욕구는 잠을 자야만 해소되는데 많은 청소년들이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않는 습성이 있어 수면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으며, 적당한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24시간의 생체 리듬이 깨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면과학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찰스 짜이슬러(Charles A. Czeisler) 교수는 “잠을 통해 뇌세포 기능이 회복되고, 또한 독성 대사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집중력과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교육계 등교시간 놓고 논란 예고    

브라운대학의 수면 전문가 메리 카스카돈(Mary Carskadon) 교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청소년의 증거라고 말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 점차 생체 시계가 밤이라고 간주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밤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시간도 함께 늦어져서 늦잠을 자게 된다는 것.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청소년기 뇌 구조의 변화로 다른 패턴의 신진대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전 시기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던 습관이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자는 습관으로 변화한다”고 말했다.

교수가 우려하는 것은 교육환경이다. “늦잠을 자려는 습성의 청소년이 학교에 갔을 때 뇌 기능이 정상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른 시간 수업의 학습효과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며 교육당국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구했다.

로욜라 대학의 심리학자인 에이미 울프슨(Amy R. Wolfson) 교수는 최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지능력 테스트에서 오전보다 오후에 한 조사 결과가 훨씬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오전보다 오후에 학습 효과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 이들 심리학자와 의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랫 동안 축적돼온 교육 전통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

RAND 연구소의 트록셀 교수는 “청소년 수면과 관련된 연구결과들이 기존의 중·고교 학습 일정과 학술적인 기대감과 충돌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주장대로 청소년 수면시간을 늘리기 위한 등교 시간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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