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지구 속이 비어있고 거기에 태양과 바다가 존재하는 등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상상일 뿐 지구 속에 있는 핵과 맨틀은 수십 억년 동안 뜨거운 온도를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지구과학자들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최근 지구 맨틀의 깊은 부분이 25억년 전만큼 뜨겁다는 사실을 발견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를 수행한 버지니아 공대 지구과학과 에스테반 게이즐(Esteban Gazel) 조교수는 이번 연구가 지난 25억년 동안 지구 심부의 열적 진화에 대한 전례 없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시생대에 생성된 코마티아이트
게이즐 교수는 25억~40억년 전의 시생대(The Archean Eon)는 지구의 진화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시기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기간 동안 지각과 지구 내핵 사이의 규산염 영역인 맨틀은 오늘날보다 더 뜨거웠다. 그 이유는 포타슘과 토륨, 우라늄과 같은 원소의 붕괴로 방사성 열이 많이 생성됐기 때문이다.
이 지질학적 시간대에는 지구가 더 뜨거워져서 코마티아이트(komatiite)라 불리는 독특한 암석이 생성돼 널리 분포하게 되었다.
게이즐 교수는 “코마티아이트는 기본적으로 하와이식 용암 흐름의 초고온 버전”이라고 말했다. 단지 코마티아이트가 너무 뜨거워 붉은 색이 아닌 흰색으로 빛나며 지표 위를 흘렀는데, 당시 지구는 오늘날과는 매우 다른 오히려 금성과 가까운 대기 조건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게이즐 교수에 따르면 지구에서는 시생대 이후 본질적으로 풍부하고 뜨거운 코마티아이트 생성이 중단됐다. 그 이유는 지난 45억년 동안 대류 냉각과 방사성 열 생성 감소로 인해 맨틀이 식었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에서 코마티아이트와 유사 용암 발견
그러나 게이즐 교수와 논문 제1저자인 박사과정생 재렉 트렐라(Jarek Trela)를 포함한 연구팀은 오늘날까지 중앙아메리카에 보존돼 있는 고대 갈라파고스 관련 용암류를 화학적으로 연구하다 ‘놀라운’ 발견을 했다. 신비에 싸인 시생대 코마티아이트와 유사한 용융 및 결정(結晶) 조건을 가진 용암 지역을 찾아낸 것.
연구팀은 코스타리카의 9000만년 된 토르투갈 스위트(Tortugal Suite)에서 얻은 일련의 암석을 연구한 끝에 이 암석들이 극도로 뜨거운 용암류 온도를 유지했었다는 구조적 증거와 함께 시생대 코마티아이트만큼 높은 마그네슘 농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이즐 교수는 “실험적 연구에 따르면 현무암과 자철광의 마그네슘 농도는 용융물의 초기 온도와 관련이 있다”며, “온도가 높을수록 현무암의 마그네슘 함량이 높다”고 설명했다.

감람석은 용암 연구의 필수 도구
연구팀은 또 이 용암으로부터 결정화된 최초의 광물인 감람석의 조성을 연구했다. 옅은 녹색을 띠는 감람석은 용융 맨틀이 식을 때 최초로 결정화되는 광물상이기 때문에 용암류 기원과 관련된 수많은 조건을 연구할 때 매우 유용한 도구다. 감람석은 또 한 때 용암에 녹아 있었던 유리 함유물과 함께 지구 심부의 비밀을 푸는데 유용한 여러 작은 광물들도 포함하고 있다.
게이즐 교수는 “감람석의 조성을 보고 조성 당시의 온도를 파악해 용암이 식기 시작할 때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확인했다”며, “감람석의 조성과 첨정석(spinel)이라 불리는 또다른 광물 함유물을 분석하면 현무암 용암이 결정화될 때의 온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온도가 높을수록 감람석의 구조에는 알루미늄이 더 많이 포함되고 첨정석에는 더 많은 크롬이 들어가게 된다. 각 광물에 이런 원소들일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면 광물이 결정화됐을 때의 온도를 알 수 있다는 것.
열점 용암류 정보로 지구 심부 연구
연구팀은 토르투갈 감람석이 코마티아이트의 감람석에 기록된 온도만큼 높은 섭씨 1600도 가까운 온도에서 결정화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지난 25억년 동안 흘러내린 용암 온도 가운데 새로운 기록이다.
게이즐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지구가 아직도 코마티아이트와 같은 용융물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시사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토르투갈 용암은 갈라파고스 맨틀 융기의 뜨거운 핵심부에서 유래했다. 이 맨틀 융기는 9000만년 전 용융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활동성을 보이고 있다.
맨틀 융기(mantle plume)는 지구의 핵과 맨틀 경계에서 시작되는 심부-지구(deep-earth) 구조다. 지표에 가까워지면 녹기 시작해 하와이나 갈라파고스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열점을 형성한다. 지질학자들은 이 열점 용암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질화학 정보를 얻어서 지구 심부를 연구하는데 활용한다.
“지구의 핵은 계속 열에너지 공급”
게이즐 교수는 “이 연구가 실제로 흥미로운 것은 지구가 여전히 시생대 때와 같은 뜨거운 용암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르투갈 용암 연구를 토대로 우리는 맨틀 융기가 시생대 이래 그렇게 많이 식지 않은 맨틀의 깊고 뜨거운 지역을 ‘두드리고(tapping)’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지역은 지구의 결정화된 핵으로부터 나오는 열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트렐라 박사과정생은 “이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으로서 앞으로 계속 토르투갈을 연구해 볼 생각”이라며, “토르투갈 스위트는 20년 전 처음 발견돼 알려졌지만 이제서야 이 지역의 지구적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술과 실험적 지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새로운 자료는 이 암석군들이 지구 지면의 증대와 열 진화, 맨틀 융기가 지표에 가져다 주는 지질화학적 메시지 등에 관한 핵심 질문에 응답하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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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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