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왕국의 새벽은 세포 기구를 조직으로 만들 수 있는 콜라겐 가설대(scaffold)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한 이 핵심적인 혁신은 현재 살아있는 동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즐동물(ctenophore)에서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고 미국 밴더빌트의대 연구진이 생명과학 저널 ‘이라이프’(elife)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흔히 빗해파리(comb jellies)로 불리는 이 유즐동물은 빛을 굴절시켜 눈부신 무지개 같은 색을 띠는 반투명의 둥근 몸체를 가진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콜라겐Ⅳ 분자가 세포 연결하고 조직 강화
빗해파리와 모든 동물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세포 바깥에서 가설대로 조립되는 밧줄 같은 콜라겐Ⅳ 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스마트’한 가설대는 기저 막의 기본 건축 단위로서 차례로 세포를 연결하고, 조직을 강화하며, 세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전달한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빌리 허드슨(Billy Hudson) 교수는 콜라겐Ⅳ 가설대가 단세포 동물을 어떻게 다세포 동물로 전환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면 신장 질환이나 암과 같은 다양한 질병 치료를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드슨 교수는 “생체조직 발달의 기본 원리는 고대 동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이 동물들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조직 생물학을 깊이 이해하고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발견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세포 유기체가 어떻게 다세포 동물로 진화했나
콜라겐Ⅳ 스캐폴드가 진화적으로 어떻게 시작되었나를 탐색하는 작업은 2009년 허드슨 교수 랩에서 여름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교 및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출발했다. 연구팀은 해면과 빗해파리 같은 고대 생물체의 조직을 분석했다.
논문 제1저자인 아론 피들러(Aaron Fidler) 허드슨 랩 대학원생은 “인체 조직을 만드는 모든 콜라겐 가운데 콜라겐Ⅳ는 단세포 유기체가 다세포 동물로 진화할 수 있게 한 혁신적인 사건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콜라겐Ⅳ는 조직 형성하는 ‘접착제’
이번 여름 박사학위 심사를 받는 피들러는 콜라겐Ⅳ가 궁극적으로 조직과 장기를 형성하는 일종의 분자 ‘접착제’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허드슨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콜라겐Ⅳ가 어떻게 세포들을 서로 접착시키는지, 그리고 정보가 밧줄 같은 스캐폴드에 어떻게 저장돼 세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또다른 물음을 제기한다”며, “이런 정보들은 질병의 취약점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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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4-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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