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의 법칙(Sod’s law)'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뜻하지 않게 방해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주말에 놀러가려고 하면 꼭 비가 오고, 휴가 때가 되면 꼭 감기에 걸리는 것 같이 때에 맞춰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 법칙이 잘 통용되는 곳이 있다. 신발 끈이다. 사람들은 출근을 하기 전이나 운동, 산행 등을 준비하면서 신발 끈을 탄탄하게 묶는다. 그러나 버스를 향해 달려간다던지, 또는 등산을 하면서 어느 순간에 신발 끈이 풀린 것을 발견하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신발 끈이 풀려 애를 먹게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신발 끈에 갑자기 풀려버릴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 한다. 신발 끈에 ‘소드의 법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달리는 운동력, 신발 끈 끝자락에 몰려
12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이런 신발 끈 문제를 과학자들이 해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기계공학자인 올리버 오레일리(Oliver O’Reilly) 교수 연구팀은 그동안 러닝머신, 롤로코스트 등을 활용해 신발 끈이 왜 갑자기 풀리는지 면밀히 관찰했다.

격한 운동을 재현하기 위해 사람 대신 다리와 발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는 인공 기계다리(mechanical leg)를 사용했다. 다리의 움직임은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슬로우 모션으로 그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기계다리와 신발 끈의 움직임을 정밀 분석했다.
실험 결과 격렬한 운동을 하고 있는 신발에서 불과 수 초 사이에 신발 끈이 풀리고 있는 장면을 포착했다. 불과 두 세 발자국을 옮기는 동안 일어난 일이다. 신발 끈이 풀리는 원인도 정밀하게 분석했다.
움직이고 있는 다리의 운동력이 역학 작용에 의해 갑자기 신발 끈에 몰리면서 신발 끈이 요동을 치고 순식간에 신발 끈이 풀려 나갔다. 오레일리 교수는 “빨리 달리는 과정에서 평소보다 약 7배의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 발견한 사실은 신발 끈에 가해지는 힘이 신발 끈 끝 부분에 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끝 부분에 강한 힘이 가해지면서 마치 손으로 신발 끈을 당기는 것처럼 신발 끈 전체에 힘이 가해지고 단단하게 묶은 신발 끈이 풀려나갔다.
교수는 “누가 신발 끈을 풀고 있는 것처럼 수초 사이에 신발 끈이 풀려나갔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격한 움직임을 보이는 롤로코스터 위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강력한 롤로코스터의 힘이 다리를 타고 신발 끈으로 전달돼 신발 끈 풀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연구팀은 춤을 추면서 발을 쿵쿵거리며 구르는 경우에도 신발 끈이 풀려나가는 것을 포착했다. 운동경기 때와는 달리 풀리는 속도가 느리지만 발의 흔들림에 따라 신발 끝이 채찍처럼 흔들리고 손으로 신발 끈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신발 끈이 풀려나갔다.
전통적인 할머니 방식은 불완전한 방식
그러나 의자에 않자 가볍게 다리를 움직이는 것 같은 상황에서는 신발 끈이 풀리지 않았다. 이는 강력한 힘으로 빠르게 움직일수록 힘이 조화를 이루면서 신발 끈 끝자락에 힘이 가해지고 신발 끈이 풀리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연구팀은 또 신발 끈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풀리는 상황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빈도 수를 체크했다. 분석 결과 어떤 경우에는 격렬한 운동을 했는데도 오랜 기간 동안 신발 끈이 풀리지 않은 채 매듭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매듭을 묶은 지 얼마 되지않아 신발 끈이 풀려나갔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틴 그렉(Christiane Gregg) 연구원은 “어떤 순간에 강력한 힘이 가해져 신발 끈이 풀리고 있지만 그 때가 어느 때인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또 다른 사실은 그 동안 매듭 전문가들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권장돼온 그래니 매듭(granny knot)이 실제로는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니(granny)란 할머니란 뜻이다.
1867년부터 이 용어가 사용됐는데 여성들과 선원들을 통해 널리 사용돼왔다. 오래 전 할머니로부터 전수됐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 매듭의 신뢰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문이 제기돼 왔다.
오레일리 교수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이 그래니 매듭이 다른 방식의 매듭과 비교해 훨씬 열등한 방식임을 증명했다. 영국 애스턴 대학의 물리학자인 로버트 매튜(Robert Matthews)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매듭 방식에 신뢰감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이 그 무지함을 밝혀주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오레일리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동안 신발 끈이 왜 풀리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의 딸에게 신발 끈 묶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전통적인 매듭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본격적인 실험을 하는 계기가 됐다. 오레일리 교수는 “사람들이 조금 노력하면 탄탄한 매듭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매듭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수학자들은 위상수학을 통해 매듭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신발 끈과 같은 매듭이 어떻게 묶이고 풀리는지 공학적인 연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신발을 신지않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중 대다수가 신발 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레일리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애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매듭 방식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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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4-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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