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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04-12

남자 뇌가 여자 뇌보다 더 크다? 인지 능력의 대뇌피질은 여자가 더 두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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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 십 년간 뇌 과학자들은 남녀 간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로셀 렌루트(Rhoshel Lenroot)와 제이 기드(Jay Giedd)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뇌를 분석했다.

그리고 남녀 간에 뇌의 크기가 다르며, 같은 일을 수행할 때 뇌의 다른 영역이 활성화되고, 뇌 발달 시기도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1년 매튜 공(Matthew Gong) 연구팀은 뇌 신경 배치(neural wiring)에 관심을 가졌다.

뇌 연결성에 성차가 있다며 실험 설계나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남녀 연구원 간의 성적인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맺었다. 같은 해 스콧 휘틀(Scott Huettle) 연구팀은 남녀 간 감정 처리과정이 서로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논란이 이어지던 남녀 간의 뇌 차이가 최근 정밀한 뇌 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남성의 뇌가 더 크지만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의 두께는 여성이 더 두터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academic.oup.com
그동안 논란이 이어지던 남녀 간의 뇌 차이가 최근 정밀한 뇌 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남성의 뇌가 더 크지만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의 두께는 여성이 더 두터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academic.oup.com

이후에도 다양한 연구논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부분적인 연구 결과에 불과했다. ‘남녀 간의 서로 다른 뇌 구조가 지능(intelligence)과 행동(behaviour)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해 논란이 이어졌다.

인지·정보처리 능력 여자가 더 우월

이런 문제가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11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심리학자 스튜어트 리치(Stuart Ritchie) 박사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유전자 데이터를 활용했다.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있는 50만 명의 DNA 샘플 분석자료를 기반으로 44~77세의 여자 2750명, 남자 2466명 등 5216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fMRI를 통해 이들의 뇌 부위 68개 부위를 장기간에 걸쳐 정밀 분석했다.

분석을 시도한 68개 부위 중에는 대뇌의 가장 표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두께 2~4mm) 기억, 집중, 사고, 언어, 각성 , 의식 등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대뇌피질(cerebral cortex)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남녀 간의 성차를 분석한 결과, 나이에 관계없이 여성 대뇌피질의 두께가 남성보다 더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뇌피질이 더 두텁다는 것은 인지능력과 정보처리 능력에 있어 남성보다 더 우위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뇌피질 아래쪽에 있는 피질하 영역(subcortical region)에서는 전체적으로 정반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큰 볼륨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피질하 영역에는 학습, 기억 새로운 것의 인식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해마(hippocampus)가 포함돼 있다.

또 동기와 기억, 주의 및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 감각 정보를 다른 부위로 전달하면서 무의식, 더 나아가 육감 등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선조체(striatum) 등도 포함돼 있다.

남성 뇌 구조가 여성보다 더 가변적

연구팀은 남녀 연령간의 평균치를 환산해 남녀 간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리고 14개 부위에서는 남성이, 10개 부위에서는 여성이 더 큰 볼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남녀 간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성 사이에서도 차이가 발견됐다.

대뇌피질과 피질하 영역에서 같은 남자들 간에 두께와 크기 차이가 여성보다 더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리치 박사 연구팀의 보고서는 생물학 분야의 아카이브인 ‘바이오 아키브(bioRxiv, http://biorxiv.org)’ 에 게재됐다.

논문 저자로는 리치 박사 외에 캠브리지 대학의 뇌과학자 앰버 뤼그록(Amber Ruigrok) 등이 공동 참여했다. 뤼그록 박사는 “과거에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특정 부위에 연구가 집중됐고 전체적인 성 차이를 종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뤼그록 박사는 또 향후 연구에서 여성의 폐경기(menopause)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들이 폐경기에 접해 호르몬 생산이 불규칙해지고 또한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며 후속 연구를 진행해나갈 뜻을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기존의 뇌 연구결과는 물론, IQ 데스트에 나타난 연구 결과를 보완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리치 박사는 “이전의 연구에서 남녀 간의 지적인 능력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남성 간의 뇌구조 차이가 여성보다 더 가변적이라는 사실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남성의 뇌가 여성보다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향후 뇌 연구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뇌가 남자보다 크다는 기존 연구 결과 역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분석에서 뇌 부위에 따라 남녀 간에 차이가 서로 엇갈리고 있어 일방적으로 여성의 뇌가 크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됐다.

관계자들은 이번 분석 결과에 비추어 남녀의 뇌가 서로 다르기보다는 유사성이 더 많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뇌과학자들은 남녀 뇌 간의 성차를 놓고 많은 논란을 벌여왔다.

쟁점은 뇌구조의 차이가 남녀 간의 지능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진위를 파악하는 데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종합적인 뇌 분석 결과를 통해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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