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를 따라 심은 벚꽃 아래 한적한 길을 가는 ‘걷기축제’를 시작하기 전, 2,000명의 참석자들은 카이스트 응원단의 춤과 율동으로 포스를 받았다. 남녀 혼성 응원단은 너무 예쁘고 씩씩했다.
지난 4월 8일, 연구단지를 굽이굽이 흐르는 작은 개천인 탄동천에서는 ‘숲향기길 걷기축제’가 2번째로 열렸다. 지난해 과학기술 50주년을 기념해서 처음 열렸는데, 올해도 이어받았다. 사이언스 대덕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여 국립과학관에서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지로 오는 6.5km짜리 걷기대회이다.
벚꽃을 걷기 전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은 카이스트 응원단의 노래와 율동이다. 응원복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카이스트 응원단은 ‘카이스트 학생들이 이런 것도 하네’라는 감탄을 준다.
'전진하라, 세상의 중심으로~' 응원가로 열기 고조
씩씩하고 빠른 템포의 카이스트 응원가 ‘푸른물결’은 국민가요처럼 밝고 명랑하고 유쾌하다. 응원가의 절정에서 응원단이 “전진하라, 세상의 중심으로~ ”라고 외칠 때 참석자들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대한민국이 새로운 문명의 흐름에 합류하는 짜릿함을 느꼈을 것 같다.
사이언스 운동장을 출발하는 걷기대회는 즐겁고 상큼하다. 벛꽃이 활짝 핀 곳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꽃구경하는지 사람구경하는지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다. 탄동천 벚꽃길은 그렇지 않다. 대덕연구단지 안에 자리 잡아서 아직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조용하게 가족들과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꼬마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는 어린아이 재롱에 눈길을 떼지 못하고, 나이 드신 할머니와 함께 한 가족은 벤치에 앉아 정담을 나누느라 시간가는줄 모른다.
대덕연구단지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를 따라 흐르는 작은 냇가를 모른다면, 겉모습만 봤다고 할 수 있다. 차만 타고 휙 지나가면 알 수 없지만, 이 작은 냇가는 탄동천이라고 한다. 이 냇가 어디선가 예전에는 숯을 굽던 자리가 있었을 것이다.
탄동천은 대전시 북쪽 유성구 금병산 골짜기에서 남쪽으로 흘러 추목동 · 신봉동 · 자운동을 지나고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갑천과 합쳐진다.
이 자그만 하천이 정비사업을 마치자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책길로 변했다. 지난해 과학기술 50주년을 기념하면서 과학계는 처음으로 과학기술인 탄동천 숲향기길 걷기축제를 열었다.
걷기축제는 연구단지의 새로운 면을 보는데 가장 좋은 행사일 것이다. 여러 연구소를 방문한 필자로서도 지난해 탄동천을 걸어본 다음에야, ‘겉모습만 보고 있었군’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소를 끼고 저렇게 자연스러운 하천이 흐르는 것을 보면, 저절로 머리를 식힐 것 같다.
연구소와 대학에 온 외국인 과학자들도 눈에 띄었다. 방글라데시 과학자 온존자만(Anzan Uz-Zaman)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온 지 2년 됐다. 온존자만은 “이 곳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너무 좋다. 기계연구원에서 온 사람들도 새로 만나서 더욱 반가웠다”고 말했다. 기계연구원의 한형석 박사도 부인과 함께 정말 오랜만에 산뜻한 나들이에 동참했다.
행사를 주관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상천 이사장은 “히포크라테스는 ‘걷는 것 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말했고, 허준 선생은 ‘좋은 약 보다 좋은 음식이 낫고, 이 보다 좋은 것이 걷는 것’이라고 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덕담을 건넸다. 서울에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온 박태현 이사장은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과출협),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연기협)이 주관하고,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했다.
중앙과학관 등 다양한 연계축제도 마련
대덕연구단지는 잘 살펴보면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걷기축제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연계행사가 열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버스킹 공연, 벚꽃콘서트, 대한민국 별축제, 뉴에이지 페스티벌 등을 주말에 배치했다.
한국조폐공사기술연구원은 일주일 동안 야간에도 개장하고 화폐박물관을 개방하면서 벚꽃길에 벼룩시장도 마련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박물관을 개방하고, 한국화학연구원은 디딤돌프라자에서 화학예술특별전시회를 열었다.
대덕연구단지에 작은 개천과 벚꽃길이 숨어있는 것은 과학이라는 전문분야에 부담감을 느낄 사람들에게는 정말 한줄기 시원한 생수와 같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시민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행사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는 자원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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