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총알’처럼 빠르면서도, 폭발력은 ‘미사일’ 만큼이나 위력적인 미래형 대포의 실전 배치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른바 ‘꿈의 무기’로 불리는 레일건(Rail Gun)이다.
미국의 산업경제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미 해군연구소(ONR, Office of Naval Research)가 군함 설치를 앞둔 레일건의 발사장면을 공개했다고 보도하면서, 실전 배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군사기술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화약의 폭발력이 아닌 전기의 전자기력 이용
ONR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레일건이 기존의 재래식 대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두를 빠르게 발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ONR은 레일건이 단순히 빨라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밀타격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상이나 바다는 물론 공중을 포함한 육·해·공의 모든 곳을 고도의 정확성으로 타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전차나 군함은 물론 전투기까지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레일건이 빠르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이유는 전기로 탄두를 발사하기 때문이다. 총이나 대포 같은 재래식 무기들은 기본적으로 화약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탄환이나 탄두를 발사하지만, 레일건은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을 이용한다.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레일 사이에 탄두를 넣은 후 여기에 전류를 흘려주면, 유도자기장의 형성과 함께 강한 힘이 발생하면서 탄두를 발사시키는 것이 주요 원리다. 물리학에 나오는 ‘플레밍의 왼손 법칙’과 ‘로렌츠의 법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
레일건 성능에 관련된 ONR 보고서를 살펴보면 텅스텐으로 이루어진 레일건 탄두는 초속 2㎞의 속도로 날아가서 200㎞나 떨어진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면 전주에 위치한 목표물을 서울에서 100초 만에 날아가서 맞힌다는 의미다.
ONR의 관계자는 “탄두의 속도는 기존의 화약식 대포와 비교할 때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그 위력도 가공할 만하다”라고 설명하면서 “과거 실험 결과에서 10m 두께의 초합금 합판도 순식간에 관통해 버렸다”라고 밝혔다.
재래식 대포의 경우는 화약을 폭발시켜 그 에너지로 탄두를 쏘기 때문에 폭발 순간에만 힘이 가해지고 포신으로 갈수록 약해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에 레일건은 레일을 떠나는 순간까지 일정하게 힘이 약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힘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길이의 레일만 있으면 재래식 대포에 비해서 월등한 속도와 에너지로 가속이 가능하다는 것이 ONR측의 설명이다.
ONR의 관계자는 “레일건에 사용되는 탄두는 목표물에 명중했을 때 폭발하는 재래식 포탄과는 달리 텅스텐이라는 하나의 금속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소개하며 “따라서 폭발이 아닌 충격에 의한 운동에너지로 목표물을 파괴시킨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단점도 있다. 탄두 발사에 있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발 당시만 해도 레일건은 발사 시 전력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실전배치에 적합하지 않은 무기로 평가받았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이 본격화되면서 군함에서도 원자력 엔진의 탑재가 가능해지자, 해군은 레일건 개발을 다시 시도하게 됐다. 개발 초기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전력 문제는 레일건의 실전 배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력 공급 문제 말고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 있다. 우선 초고속으로 탄두를 발사할 때 생기는 반발력을 견딜 수 있는 포신 설계를 마무리해야 하고, 발사 시 발생하는 엄청난 마찰열로 인해 레일이 녹아내리는 문제도 ONR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흔들리는 배에서도 정확한 타격 성능 확인해야
레일건이 생소한 무기인 점은 분명하지만, 액션영화 매니아라면 이미 20여 년 전에 스크린을 통해 만났을 수도 있다. 지난 1993년에 상영됐던 이레이저(erasure)에 레일건의 모습이 살짝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순식간에 적들의 몸을 관통하던 그 무시무시한 총이 바로 레일건의 원리로 만들어진 무기다.
영화에서는 소총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나오지만, 아직 그 정도 크기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레일건은 제작하기가 쉽지 않은 무기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작은 레일건만 하더라도 군함에 겨우 실릴 정도의 엄청난 크기다.
이번 영상 공개를 통해 레일건 프로젝트는 규모와 성능에 있어서 실전 배치를 위한 첫 단추를 꿰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분명히 남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것은 레일건이 흔들리는 배에서도 본래 목표했던 표적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해당 전문가는 “그동안 레일건은 육상에서만 테스트를 했었기 때문에 표적을 맞추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라고 밝히며 “하지만 파도로 인해 흔들리는 배에서도 정확하게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레일건의 경제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국방예산 삭감으로 함정과 지상군의 병력을 줄이고 있는 상태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레일건이 함포로 도입된다면 기존보다 확대된 작전반경과 신속한 타격 능력으로 적을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전 배치를 앞당기는 것이 예산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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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3-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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