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난청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전세계 인구의 5% 이상이 난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난청은 공중보건 문제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소리를 감지하는 유모(有毛) 세포(hair cells)는 자체적으로 재생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거나 특정 약물, 감염과 자연노화과정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미국 매서추세츠 안이병원(Massachusetts Eye and Ear) 연구진은 2013년 쥐 실험을 통해 내이(內耳)에서 발견된 세포를 유모세포로 전환시켜 성공적으로 이를 재생하고 청력을 부분적으로 회복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이 방법을 통한 청력 회복 성공은 유모세포로 전환될 수 있는 소수의 세포에만 한정되는 제한점이 있었다.
매서추세츠 안이병원과 브리검 여성병원, MIT 연구진은 LGR5+라는 세포가 훨씬 더 많은 부피로 증폭된 다음 유모세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생명과학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 21일자에 발표했다.

유모세포 50배 이상 증폭 생산
이번 연구는 유모세포 손상으로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완전한 청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 쥐 한 마리에서 증폭 기술 없이 보통 200개 이하의 유모세포를 생성하는데 비해 1만1500개의 유모를 생성해 내는 성공을 거뒀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앨버트 에지(Albert Edge) 매서추세츠 안이병원 세포생물학부장 겸 하버드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LGR5- 발현 세포를 증폭한 후 높은 수율로 유모세포로 변환시킴으로써 청력을 위한 약물 발견의 문을 열었다”며, “이들 세포가 분열, 분화되도록 자극해 이전의 연구보다 청력 회복 결과를 더욱 개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腸) 점막 8일마다 교체하는 Lgr5 줄기세포에 주목
연구팀은 이전에 매서추세츠 안이병원 연구진이 내이에는 줄기세포가 포함돼 있어 실험실에서 유모세포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발표한 사실을 연구의 근거로 삼았다. 이들 줄기세포에는 성인의 장(腸) 줄기세포에서 발견되는 LGR5라는 단백질이 포함돼 있다. 장 줄기세포는 8일마다 사람의 내장 점막을 교체하기 위해 활발한 재생 작업을 하며, 이 재생작업에는 LGR5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 같은 장의 재생 속성은 귀의 유모세포 재생에 이를 활용해 보자는 동기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약물처리로 자극이 가능한 Wnt 경로로 알려진 일련의 신호에 대한 반응을 이용해 살아있는 동물에서 LGR5+ 세포를 새로운 유모세포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난청 치료약 발견에 한층 다가서
연구팀은 이번 보고에서 생쥐의 내이에서 Lgr5+ 세포를 추출한 후 실험실에서 여기에 약물과 성장인자를 조합해 증폭시켰다고 밝혔다. 그런 다음 두 번째 약물 칵테일로 세포를 처리해 팽창된 Lgr5+ 세포를 대규모의 유모세포로 증폭시켰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처음으로 내이의 Lgr5+ 세포를 팽창시킨 다음 유모세포로 전환시키는데 유용한 약제를 확인해 냄으로써 청각장애인의 청력 회복을 위한 치료법 개발의 돌파구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에지 교수는 “이번에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청력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목표들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됐다”며, “관심 있는 세포들과 함께 이전 연구 결과의 증진을 목표로 한 경로와 약물을 확인해 냄으로써 성인의 난청 치료약 발견에 한층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2-2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