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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02-02

쥐라기 공룡의 복원, 꿈이 아니다 공룡 단백질 성공적으로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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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것처럼 6500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을 복원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단백질을 다루는 분자과학이 공룡 복원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1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메리 슈바이처(Mary Schweitzer) 박사가 이끄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팀은 지난 수십 년 간 공룡의 단백질 구조를 추적해왔다. 그리고 최근 단백질 복원을 통해 공룡 복원이 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는 8000만 년 전 공룡의 콜라겐(collagen)의 복원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콜라겐은 동물의 뼈와 피부에 주로 존재하며 연골, 장기 막, 머리카락 등에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경단백질을 말한다.

분자과학 기술로 공룡 단백질 분리    

고생물학자 로버트 라이스(Robert Reisz) 교수가 이끄는 토론토대 연구팀도 이번 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지에 유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1억9500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 화석을 통해 단백질 구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메리 슈바이처 박사 연구팀이 촬용한 약 8000만년 전애 살았던 공룡  ‘브라키로포사우르스'의 단백질 영상.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미노산 서열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메리 슈바이처 박사 연구팀이 촬용한 약 8000만년 전애 살았던 공룡 ‘브라키로포사우르스'의 단백질 영상.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미노산 서열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Mary Schweitzer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라이스 교수는 “라만분광법(Raman spectroscopy)과 SR-FTIR(synchrotron radiation Fourier trans­form infrared microspectroscopy)의 첨단 기기를 활용해 1억9500만 년 전에 살았던 루펜고사우르스(Lufengosaurus) 화석에서 콜라겐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단백질이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들의 단백질 서열과 거의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공룡화석으로부터 분리한 단백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수억년 전의 생물 진화과정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편의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게 자연사박물관 대학의 단백질 전문가 엔리코 카펠리니(Enrico Cap­pellini) 박사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결과가 공룡 복원작업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슈바이처 박사팀의 연구 결과와 관련, “공룡 연구에 있어 고생물학적인 방식을 분자생물학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분자과학이 진화론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듯이 공룡 복원 작업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공룡 단백질 복원 연구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분자과학(molecular science)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등장하고 있는 첨단 분석기기들은 과거 공룡 단백질 서열을 정확히 분석해내고 있다.

단백질 오염 가능성 철저히 차단 

슈바이처 박사팀은 2007~2008년 논문을 통해 6500만~8000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 화석들로부터 손상되지 않은 단백질 단편들을 떼어내 아미노산 서열을 밝혀낼 수 있다는 주장을 폈지만 주변 학자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고생물학자들은 물론 생화학자들까지 공룡 화석으로부터 채취한 단백질의 오염 가능성을 제기하며, 당시 기술력으로 공룡 단백질을 복원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분자과학 발전이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슈바이처 주장을 공박하던 카펠리니 박사와 영국 요크대 고생물학자인 매튜 콜린스(Matthew Col­lins) 박사가 지난해 380만 년 전에 살았던 타조 알 단백질을 분리하는데 성공한다. 슈바이처 박사의 주장을 반대자들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그리고 지난 주 슈바이처 박사 연구팀이 ‘단백질 연구저널(Jour­nal of Proteome Research)’에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을 통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전에 채취한 공룡 단백질과는 달리 오염 가능성이 없는 단백질을 분리했다고 밝혔다.

단백질을 채취한 화석은 약 8000만 년 전에 살았던 ‘브라키로포사우르스 카나덴시스( Brachylophosaurus canadensis)’란 공룡이다. 연구팀은 거대한 분광기(spectrometer)를 사용해 오리 같은 주둥이를 가진 이 공룡 화석 뼈로부터 단백질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분광기는 물질이 방출 또는 흡수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계측하는 장치로 미세한 원소를 분석하는데 사용된다. 이 기기를 공룡 화석 연구에 활용해 단백질 서열(molecule sequence)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생물학계, 단백질 보존 과정에 주목  

아미노산 20개로 이루어진 단백질 서열은 생명현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가진 서열이다. 연구진은 혹시 모를 단백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에 사용한 분광기를 분해해 그 내용물을 일일이 알콜 소독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8개의 콜라겐 단편(collagen fragments)을 분리했는데 이중 2개가 안정된 아미노산 서열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슈바이처 박사는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공룡 단백질 복원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2009년 논문을 통해 3개의 콜라겐을 분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분리한 콜라겐에서는 15개의 아미노산 서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주 발표된 논문에서는 완벽한 수준인 20개 아미노산 서열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실제로 살아있는 악어 등 다른 파충류에서 발견되고 있는 콜라겐 구조와 거의 흡사한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번에 분리한 화석이 파충류보다는 새에서 채취한 콜라겐 구조와 더 닮았다고 밝혔다.

이는 콜라겐을 분리한 ‘브라키로포사우르스’가 지금의 새의 조상이었을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분리된 단백질 서열이 지난 수천만 년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보존됐는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슈바이처 박사는 “동물이 죽은 후 적혈구 세포가 소멸하지만 적혈구 속에 들어있는 헤모글로빈으로부터 분리된 철분이 보존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단백질 보존 과정 에 많은 연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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