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토종 앵무새인 ‘큰유황앵무’ (sulphur-crested cockatoo) 새가 춤추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책에서 이 부분을 읽고 유튜브를 열어 'Snowball - Our Dancing Cockatoo'를 클릭했을 때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백 스트리트 보이즈’가 노래하는 ‘에브리바디’에 맞춰 춤추는 앵무새를 보고 웃다가 죽을 뻔 했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 유튜브를 본 사람 중 신경생물학자인 아니루드 파텔(Aniruddh Patel) 박사는 앵무새를 보호하는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Bird Lovers Only)을 방문했다. 그리고 과연 이 앵무새가 박자와 리듬에 맞게 춤을 추는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어디나 샤크너(Adena Schachner)도 동물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지 연구했다.
결론은 “그렇다”로 나온다. 모든 동물이 그런 것은 아니고, 앵무새는 확실히 그랬다.
춤추는 고양이, 춤추는 새, 춤추는 원숭이 등은 춤추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동작으로 판단했다.
30대의 미국 조류학자인 노아 스트리커(Noah Strycker)가 쓴 책 ‘새’(THE THING WITH FEATHERS) 는 조류에 대한 통찰과 애정에 더해 뇌과학적 생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설명한다.
그렇다면 자기를 인식하는 새도 있을까? 2008년 독일 연구팀은 까치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다섯 마리의 까치의 턱에 점을 찍어 놓았더니 세 마리는 거울을 볼 땐 점을 없애기 위해 긁었다. 점이 없어지거나 거울을 치울 때는 이런 행동을 멈췄다. 까치가 자기를 인식한다는 분명한 증거였다.
서울대학교 이원영씨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같은 옷을 입고 한 사람은 까치집이 있는 나무까지 올라가게 하고, 한 사람은 나무 아래에서기록만 했다. 그랬더니 까치는 나무 위로 올라온 사람만 쫓아다니면서 괴롭혔다.
수 천 km를 날아 집으로 돌아가는 비둘기의 이야기부터 질서를 잘 지키는 찌르레기, 대머리수리, 흰올빼미, 벌새, 펭귄, 까마귀, 굴뚝새 등에 대해서 저자가 직접 방문하고 관찰한 내용과 다양한 논문을 통해 밝힌 과학적인 이야기가 잘 조화를 이뤘다.
새가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멋진 집을 짓는 정원사새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과학이 현미경이나 복잡한 기계로 가득한 거대한 실험실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아프리카나 남극 또는 호주의 뜨거운 사막을 드나드는 탐구도 과학의 중요한 분야중 하나임을 잘 보여준다.
아마도 알바트로스(albatross)를 이 책의 마지막 소개하는 새로 잡은 것은 당연한 것 같다. 60여년을 사는 새,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일생동안 수백만 km를 날아다니는 알바트로스는 동물이면서도 사람의 존경을 받는 새가 아닐까 한다. 알바트로스의 낭만적이고도 고고하면서도 고독한 그 인생은 사람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알바트로스를 이야기하자니 새들의 이혼율도 거론한다. 세계 5000여 포유류 중 3%만이 일부일처제를 따른다. 사람을 비롯해서 늑대 비버 프레리들쥐 들이다. 새들의 이혼율은 홍학이 99%로 가장 높다. 킹 펭귄도 거의 80%에 달하고 고니는 5~10%다. 미국의 경우 결혼한 부부의 대략 40%가 이혼을 한다. 이에 비해서 알바트로스는 이혼율이 0%에 가깝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 태어나는 새, 15세쯤 짝을 구하면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새. 알바트로스 중 나그네 알바트로스는 평생 650만km를 비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 달까지 8번 왕복할 만한 거리이다. 어떤 자동차 보다 주행거리가 길다. 나그네 알바트로스는 날개를 활짝 펴면 이쪽 날개에서 저쪽 날개까지 길이가 4m나 된다. 하루에 몇 백 킬로미터를 날고, 날면서 휴식을 취하고, 새끼 먹이를 구하기 위해 수천km를 날아다니는 새...
알바트로스는 하와이 환초와 남극 부근 포클랜드 제도 두 곳에 모여 산다. 알바트로스를 보려면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아주 멀리 움직여야 한다. 너무나 고고한 인생과 정절 그리고 일생의 대부분을 하늘에서 보내는 그 알바트로스를 보면, 사람들은 그 앞에 무릎 꿇고 울음을 터트리곤 한다.
저자 노아 스트리커(Noah Strycker)는 남극 아마존 갈라파고스 등 가장 극단적인 환경에서 진행된 조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30대의 젊은 조류학자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서평처럼 저자는 새에 대해서 생물학자처럼 생각하고 시인처럼 글을 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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