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대와 에너지부 산하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 과학자들은 아주 작은 다이아먼드 조각인 다이아먼도이드(diamondoids)를 사용해 원자 세 개 넓이의 가장 얇은 전선 안에 원자를 조립해 넣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이 신기술은 여러 형태의 원자들을 붙잡아 레고 형태로 짜맞춤으로써 전기를 발생시키는 섬유나, 전기와 빛을 사용하는 광전자 도구,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내는 초전도체 재료 등 응용범위가 광범위한 초소형 전선을 구축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s) 26일자에 소개됐다.

스탠포드대 박사후 과정 연구원이자 논문 제1저자인 하오 얀(Hao Yan)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보여준 것은 스스로 조립되는 가장 작은 크기의 전도성 와이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공정이 단순하고 한 번에 합성이 가능해 재료를 넣으면 30분 안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논문의 공저자인 니콜라스 멜로쉬(Nicholas Melosh) 스탠포드대 부교수 겸 SIMES(the Stanford Institute for Materials and Energy Sciences at SLAC) 연구원은 재료가 자기 조립을 하도록 하는 다른 방법들이 있으나, 이번 연구는 단단한 수정 같은 중심 속(코어)을 지니면서 전자적 속성이 좋은 나노 와이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바늘 같이 생긴 와이어는 칼코겐 이원화합물인 구리와 황을 조합한 반도체 코어를 가지고 있고, 단열 외피를 형성하는 다이아먼도이드로 둘러싸여 있다.

멜로쉬 교수는 원자 크기의 점이나 선, 시트 같이 1차원이나 2차원으로 존재하는 재료는 많은 양으로 만들어졌을 때와 비교해 매우 다른 속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극소화된 크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방법으로 이 재료들을 원자 하나하나씩 정확하게 잘 조절해서 조립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조립 도구로 사용한 다이아먼도이드는 탄소와 수소가 서로 맞물리는 아주 작은 우리(cage)다. 석유 액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이 다이아먼도이드는 스탠포드 선형 가속기센터(SLAC) 연구소에서 크기와 기하학적 구조에 따라 추출, 분리됐다. 지난 십여년 동안 멜로쉬 교수와 지-슌 쉔(Zhi-Xun Shen) SLAC/스탠포드대 교수는 전자현미경 영상을 향상시키거나 매우 작은 전자도구 제작 등을 포함해 이 작은 다이아먼드의 수많은 사용처를 발견해 냈다.

건설적인 이끌림 현상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다이아먼도이드가 반데르발스 힘을 통해 서로 강하게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활용했다. (이같은 끌림 현상은 현미경하에서나 볼 수 있는 다이아먼도이드를 서로 뭉치게 해 설탕같은 결정체로 만들어짐으로써 우리가 맨 눈으로도 볼 수 있다)
연구팀은 탄소 원자 10개를 포함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다이아먼도이드에서부터 작업에 착수해 각각의 탄소원자에 황 원자를 부착했다. 각각의 황 원자는 용액에서 떠다니면서 단일 구리 이온과 결합했고, 이것이 기본적인 나노와이어 건축 블록을 만들어냈다.
이어 이 건축블록들은 다이아먼도이드 사이의 반데르발스 힘에 이끌여 다른 블록으로 서서히 이동해 나노와이어의 성장 부분 끝에 부착됐다.
작은 와이어들을 합성하고 이들이 어떻게 자라나는가를 밝혀내는데 핵심 역할을 한 스탠포드 대학원생 훼이 후아 리(Fei Hua Li)는 “이 와이어들은 레고 블록과 매우 비슷하게 크기와 모양에 따라서만 서로 결합된다”며, “각 건축블록의 구리와 황 원자는 와이어의 전도성 코어를 형성하며 중간에서 감겨지고, 부피가 좀더 큰 다이아먼도이드는 바깥에서 절연 외피를 형성하며 감겨졌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재료 창출을 위한 다양한 도구키트
연구팀은 이미 다이어먼드를 사용해 카드뮴, 아연, 철 및 은을 기본으로 한 1차원 나노와이어를 만든 바 있으며, 몇몇은 현미경 없이 볼 수 있을 정도로 길게 성장했다. 나노와이어는 다른 용매에서의 반응 수행 실험과 탄소-수소-붕소의 화합물인 카르보란과 같이 단단하고 우리처럼 생긴 다른 형태의 분자들을 실험하는데 사용됐다.
카드뮴 기반의 와이어는 LED같은 광전자 분야에 사용되는 재료들과 유사하며, 아연 기반의 와이어는 태양광 응용과, 운동을 전기로 바꾸는 압전 에너지 생성기에 사용되는 것과 같다.
멜로쉬 교수는 “나노와이어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섬유를 직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며, “이 방법은 여러 성분과 실험 조건을 조합해 정밀하게 조정된 전자적 속성과 흥미로운 물리적 특성을 지닌 새로운 재료들을 창출하는 다양한 도구 키트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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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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