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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영 객원기자
2016-11-03

"동굴 밖 실체를 가르쳐야 한다" 나탈리 총장이 본 미래 교육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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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동굴에 갇힌 죄수들, 이들은 몸이 묶인 채 오랫동안 벽을 보고 있다. 동굴 밖 빛에 비친 그림자는 이들 눈에 비치는 세상의 전부이다. 실체인 진실을 보지 못하고 그림자에 의지해 모든 것을 판단하고 살아간다.

플라톤의 동굴 철학, 미래 교육 방향을 말하다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나탈리 루아조 총장은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 앞에서 오늘날 적절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기계의 학습량이 인간의 지식을 뛰어 넘어 인간이 기계에게 지식을 배워야 하는 미래에 과연 학교는 어떤 교육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깊은 고민이었다.

나탈리 루아즈(Nathalie Loiseau) 총장은 '불가능한 꿈을 상상하라'는 주제로 교육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나탈리 루아조(Nathalie Loiseau) 총장은 '불가능한 꿈을 상상하라'는 주제로 교육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플라톤이 비유한 동굴 속 죄수와 같이 '현재 우리는 동굴의 그림자만 보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 속 질문이 항상 그를 괴롭혔다. 과학기술로 사회가 격변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적절한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며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행해야 할까.

나탈리 루아조 총장은 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16 글로벌 HR포럼'에 특별 강연자로 초빙되어 과거의 학교에서 미래의 인재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적인 견해와 교육자로서의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윤리, 역사, 철학, 과학의 이해 통해 미래에 도전하라

그는 참된 교사는 진리를 혼자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체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진리를 깨우쳐 주며 가르쳐나가야 한다는 플라톤의 동굴 철학을 미래의 교육 방향으로 제시했다.

빠르게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래 사회에 우리는 어떠한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 나탈리 루아조 총장은 "학교는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20세기 초반 격랑 속에 있던 세계를 상상해보라고 질문을 던졌다.

누가 강했나. 어느 국가가 흥했고 세계 제 2차 대전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미국은 어떻게 최강대국으로 성장했으며 유럽은 어떻게 하나의 단위로 뭉치게 되었나.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베를린 장막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되었다. 이 모든 대범한 일들이 일어날 때 기존 세대들은 어떤 방식으로 미래가 흘러갈 지 배우지 못했으며 예측하지도 못했다. 나탈리 총장은 "학교 현장에서 이를 대비하는 교육을 가르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을 위시로 해 현존하는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다. 각계에서는 이를 대비하는 의미에서 여러 직업을 유망 직종으로 내놓고 있지만 알 수 없다. 나탈리 총장은 다시 한번 물었다. 이러한 기술의 혁명과 더불어 생기는 급격한 세계적인 변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탈리 총장은 그 사람의 '인성'이 앞으로 미래 생존력을 높이는 소프트 파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사회의 진화에 따라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 능력은 지리와 역사와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인문학적 접근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 분야'이다. 윤리는 인공지능과 나노 기술에 접목된다. 제대로 된 윤리관 없이는 과학의 발전은 디스토피아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라는 의미이다. 철학은 퍼즐게임 '스도쿠' 보다 더 뇌를 발달시켜준다. 역사를 아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면 올바른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나탈리 총장은 역사로 부터 교훈을 얻어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지식 전달이 아닌 진실을 알려주는 참된 교육이 필요

학교 현장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만들어내는 공간이서는 곤란하다. 나탈리 총장은 디지털 혁명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올바르고 주체적인 결정을 하기 위해서 학교는 이제 다른 방법으로 학생들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으로 지식을 찾고 학교 현장에서 실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글로벌hr3

'글로벌 HR포럼'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글로벌 협업을 통한 인재 개발에서 찾고자 해마다 개최되어 온 대규모 인재개발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정부, 공공, 민간, 기업 등 각계 글로벌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창의적 인재 개발의 경험과 우수한 사례를 공유하며 세계적 관점에서 미래 세대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HR포럼'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글로벌 협업을 통한 인재 개발에서 찾고자 해마다 개최되어 온 대규모 인재개발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정부, 공공, 민간, 기업 등 각계 글로벌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창의적 인재 개발의 경험과 우수한 사례를 공유하며 세계적 관점에서 미래 세대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은영/ ScienceTimes

똑같은 환경의 똑같은 커리큘럼을 획일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동일한 커리큘럼을 동일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개념은 많은 교육자들이 가진 오해이다. 나탈리 총장은 이같은 방식의 교육이 오히려 광범위한 실패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탈리 총장은 각각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을 해서 공부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들은 이론에 매몰되지 말고 오픈된 교육관을 펼쳐야 한다는 것도 나탈리 총장의 지론이었다. 산업과 교육이, 학교 수업과 인터넷이, 학교와 학교가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다양한 파트너쉽을 통해 많은 교류와 협업을 해야 한다. 공유와 협업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교육의 토대가 된다.

혁신과 창의성을 진작시키는 방법 또한 빠질 수 없다.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실험적 시도를 많이 장려해야 한다고 나탈리 총장은 설명했다. 자연과학 분야 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실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나탈리 총장은 실패 또한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것들이 동굴 밖 진실(이데아)을 찾아가는 플라톤의 철학에 기반한다. 참된 진리를 얻은 자들이 그림자가 아닌 실체인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그것이 미래를 예측은 하지 못해도 교육자의 가장 큰 소명 임을 나탈리 총장은 강렬한 메시지로 전달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6-1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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