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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6-10-26

도마뱀에서 배운 수술봉합테이프 수술 상처부위 안전하게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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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여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부속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생명공학자 제프리 카프(Jeffrey Karp) 박사는 밤늦게동료 책상에서 특별한 신문기사를 발견했다.

처음에 그의 시선을 끈 것은 글이 아니었다. 글과 함께 실린 스파이더맨의 삽화였는데 카프 박사는 컬러로 인쇄된 그 삽화로 인해 그 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동료 책상에  앉아서 그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도마뱀 발붙이(gecko feet)를 모방해 새로운 합성물질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벽 위를 제 집처럼 기어 다니는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어떤 접착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매우 가느다란 섬모들이 수없이 달려 있어서 벽면과 발 사이를 서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상처 부위에서 매우 예민한 봉합 테이프” 

이 원리를 이용하면 만화에 나오는 스파이더맨처럼 빌딩과 빌딩 사이를 기어다닐 수 있는 군사용 무기, 즉 특수 장갑을 개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카프 박사 머리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벽을 제집처럼 타고 다니는 도마뱀발붙이를 모방해 첨단 수술용 봉합 테이프가 개발됐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wikipedia
벽을 제집처럼 타고 다니는 도마뱀발붙이를 모방해 첨단 수술용 봉합 테이프가 개발됐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병원들을 통해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wikipedia

25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카프 박사도 이 원리를 이용, 새로운 것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까지 그는 수술할 때마다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보다 더 안전하게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에게 도마뱀 발붙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준 것이다. 그는 이 원리를 이용하면 몸 안 어디서든지 상처 부위를 거의 완벽하게 봉합할 수 있는 성능이 뛰어난 테이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환자들이 경험했듯이 수술 후에는 상처 부위에 큰 흔적이 남았다. 그는 이 흔적을 줄이고 보다 안전한 봉합 테이프를 만들기를 원했다. 상처 부위에서 매우 예민한 새로운 타입의 의료 테이프(medical tape)를 만들면 이런 폐단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생명공학자 MIT의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박사와 이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몸 안에서 해가 되지 않는 접착성이 있는 생분해성 물질을 만들었다.

수술 시 상처를 봉합할 때 사용하는 봉합선과 스테이플을 대신할 만큼 접착성이 매우 뛰어나면서, 또한 복잡한 수술에서 사용이 가능할 만큼 섬세한 물질을 만들기를 원했다. 위우회술(gastric bypass surgery) 같은 위장관 수술을 예로 들 수 있다.

혈액 흡수하지 않으면서 철저히 봉합 

이 수술을 진행하면서 절개된 창자 부위들을 손쉽게 다시 봉합할 수 있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절개된 창자 부위를 다시 접착하려면 매우 강한 흡착력이 필요했다. 또한 접착 부위에서 부작용이 없어야 했다.

그는 도마뱀 발붙이의 원리를 이용해 새로운 섬모로 이루어진 봉합 테이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예민한 접착제를 분사했다. 그러자 벌꿀이 머리털에 스며들 듯이 접착제가 섬모 같은 구조에 스며들었다.

또 다른 성능 실험도 실시했다. 그리고 의료계가 인정하는 수술봉합용 의료 테이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카프 박사는 세계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의료진들에게 있어 매우 필요한 기술을 가져다 준 인물이다.

올해 초 그가 개발한 접착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그가 개발한 접착제는 다른 봉합제들과는 달리 혈액을 흡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부 속의 작은 혈관은 물론 세포와 뼈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자연스럽게 봉합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스파이더 맨 기사를 고마워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는 것. 현재 그의 나이는 40이다.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후속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자연의 원리를 이용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그는 현재 또 다른 동물인 호저(豪猪)를 연구하고 있다. 호저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가시를 지니고 있다.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가시들이 아니라 이 가시들이 박혀있는 수많은 구멍들이다.

이 구멍들은 외부로부터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이 원리를 봉합용 테이프에 적용할 경우 세균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연구 역시 의료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생체모방공학이라는 말이 있다. 자연을 모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카프 박사는 현재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카프 박사는 자신이 자연으로부터 놀라운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10-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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