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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8-22

곰팡이로 버려진 배터리 재활용 코발트 리튬 등 희귀금속 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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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나 자동차, 태블릿 PC 등에 쓰이는 충전용 배터리는 여러 번 충전이 가능해도 언젠가는 폐기 처분해야 한다. 쓰레기 매립장에 묻히거나 소각로에서 태워지는 폐충전지들은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충전지 안에 숨겨진 값비싼 금속들을 추출하려는 연구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한편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 남플로리다대 과학자들이 곰팡이를 이용, 버려지는 충전지에서 코발트와 리튬을 추출하는 환경친화적인 재활용 방안을 개발해 관심을 모은다. 이 연구는 22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제252차 미국화학회(ACS) 학술대회 및 전시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http://bit.ly/ACSlivephiladelphia).

프로젝트 리더인 제프리 커닝햄(Jeffrey A. Cunningham) 미국 남플로리다대 교수(환경공학)는 “이 아이디어는  제련작업 후 나온 찌꺼기에서 금속을 추출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처음 제시했다”며, “스마트폰을 비롯해 충전지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리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생산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충전용 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곰팡이류. 왼쪽 위는 아스페르질루스 니게르, 오른쪽 위는 페니실리움 심플리치시뭄, 아래는 페니실리움 크리소지눔. Credit: Aldo Lobos ⓒ ScienceTimes
충전용 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곰팡이류. 왼쪽 위는 아스페르질루스 니게르, 오른쪽 위는 페니실리움 심플리치시뭄, 아래는 페니실리움 크리소지눔. Credit: Aldo Lobos

“곰팡이는 매우 값싼 노동력”

비록 전지구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미국은 전자제품을 가장 많이 폐기하는 나라로 꼽힌다. 미국이 폐기하는 전자제품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양이 재활용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상당수가 쓰레기로 매립돼 서서히 환경을 잠식하거나 혹은 소각로에서 태워져 대기 중에 독성을 방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이나 코발트 및 다른 금속들을 분리해 내는 방법들이 있기는 하나 고온이 필요하거나 강한 화학물질을 써야 한다. 커닝햄 교수팀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유기체들이(이번 연구에서는 곰팡이) 이 일을 대신토록 함으로써 환경적으로 안전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곰팡이는 매우 값싼 노동력”이라고 말했다.

커닝햄 교수와 함께 같은 남플로리다대의 통합생물학과 발레리 하우드(Valerie Harwood) 교수팀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아스페르질루스 니게르(Aspergillus niger), 페니실리움 심플리치시뭄(Penicillium simplicissimum), 페니실리움 크리소지눔(Penicillium chrysogenum) 세 종류의 곰팡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세 종류를 선택한 이유는 이 곰팡이들이 다른 종류의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하는데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 커닝햄 교수는 “추출 기전이 유사하다면 이 곰팡이들이 다 쓴 충전지에서 리튬과 코발트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남플로리다대 제프리 커닝햄 교수와 발레리 하우드 교수, 알도 로보스 박사과정생. 사진 USF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미국 남플로리다대 제프리 커닝햄 교수와 발레리 하우드 교수, 알도 로보스 박사과정생(왼쪽부터). 사진 USF

연구팀은 충전지를 분해한 후 이를 분쇄해 펄프형태로 만들어 곰팡이에 노출시켰다. 커닝햄 교수는 “곰팡이가 자연적으로 유기산을 생성하고 그 산이 금속들을 침출시킨다”며, “곰팡이와 유기산, 분쇄된 배터리 극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용한 코발트와 리튬을 추출할 수 있고, 우리는 거의 모든 재료를 회수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액체 산성 매체 상태에서 분리하는 것이 과제

지금까지의 성과로는 곰팡이가 생성하는 유기산인 수산(oxalic acid)과 구연산(citric acid)을 사용해 폐충전지의 극에서 전체 리튬의 85%, 전체 코발트의 48%를 추출했다. 글루콘산은 금속 추출에 별 기여를 하지 못 했다.

충전지를 이용하는 전기자동차 택시(BYD e6)와 스마트폰용 리튬이온 충전지, 리튬이온의 과충전과 방전을 막는 회로 모습(왼쪽부터). 사진 Wikipedia.  ⓒ ScienceTimes
충전지를 이용하는 전기자동차 택시(BYD e6)와 스마트폰용 리튬이온 충전지, 리튬이온의 과충전과 방전을 막는 회로 모습(왼쪽부터). 사진 Wikipedia.

곰팡이에 노출된 후 코발트와 리튬은 액체 산성 매체로 남아있게 되는데, 액체로부터 어떻게 두 금속을 확보해 내느냐가 연구팀의 과제다. 커닝햄 교수는 “산에서 코발트와 리튬을 제거해 내는 방법을 생각해 두고 있으나 현재는 아직 아이디어 상태”라며, ”곰팡이를 이용해 1차 추출법을 발견해 낸 것만도 큰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다른 연구팀도 곰팡이를 이용해 전자부품들로부터 금속을 추출해 내고 있으나 폐충전지로부터 곰팡이를 이용한 금속 침출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커닝햄 교수는 믿고 있다.

커닝햄 교수와 하우드 교수 그리고 연구팀의 일원인 알도 로보스(Aldo Lobos) 대학원생(통합생물학)은 현재 다른 곰팡이 종과 이 곰팡이들이 생성하는 유기산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유기산의 효율성에 대해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8-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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