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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7-12

손상된 시신경 재생 가능할까 시력자극과 단백질 활성화로 축삭돌기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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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 자칫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재생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스탠포드의대 팀의 연구에 따르면 대비도가 높은(high-contrast) 시각 자극을 통해 손상된 각막 신경세포들이 시각 신경 섬유, 즉 신호를 보내는 각막 신경절 세포 축삭돌기의 재생을 돕는다는 연구가 처음으로 발표돼 주목된다.

관찰 대상인 축삭돌기들은 화학적으로 유도된 신경 자극과 결합해 이전에 수행됐던 연구에서보다 더욱 많이 자라났으며, 이 방법으로 처치를 받은 실험 쥐들은 부분적으로 시력기능을 회복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연구는 또한 다 자란 쥐에서 재생된 중추신경계(CNS) 축삭돌기가 뇌의 정확한 목표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11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미국 국립안연구소(NEI) 폴 시빙(Paul A. Sieving) 원장은 “시각체계에서 시신경을 다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은 녹내장과 같은 시력상실 질환의 재생치료 발전을 위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라며, “이번 연구는 포유동물들의 중추신경계 재생능력이 이전에 알려져 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쥐의 재생된 각막 신경절 세포 축삭돌기들(마젠타 색과 녹색)이 왼쪽의 손상된 신경세포 부위에서 뻗어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 Andrew D. Huberman ⓒ ScienceTimes
쥐의 재생된 각막 신경절 세포 축삭돌기들(마젠타 색과 녹색)이 왼쪽의 손상된 신경세포 부위에서 뻗어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 Andrew D. Huberman

축삭돌기는 스스로 재생 안돼

시신경은 빛을 감지하는 각막의 신경세포에서 얻은 시각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눈의 ‘데이터 케이블’이다. 전선 다발과 같이 각각의 각막 신경절 세포에서 뻗어나오는 약 100만개의 축삭돌기로 구성돼 있다. 녹내장과 같은 여러 시각 질환들은 이들 축삭돌기를 파괴되거나 손상시켜 시력 손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성인들에게서는 축삭돌기가 스스로 재생되지 않아 시각질환으로 인한 시력 상실은 통상 영구적인 것으로 간주돼 왔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실험 쥐의 한쪽 눈알 바로 뒤쪽에 있는 시신경을 겸자로 손상시켰다. 그런 다음 이 쥐들을 3주 동안 하루에 수시간 씩 검은 줄 패턴이 바뀌는 고대비(高對比)의 이미지가 보이는 방에 놓아두었다. 이 쥐들은 고대비 시각 자극을 받지 않은 다른 쥐들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으나 축삭돌기가 분명하게 재생되는 현상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사전 작업에서 mTOR이라는 단백질 활동이 시신경 재생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낸 바 있다. 따라서 시각 자극과 이 mTOR 단백질 활동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 쥐의 시신경을 손상시키기 2주 전에 연구팀은 쥐의 각막 신경절 세포가 mTOR을 과발현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후, 이 쥐들을 고대비 시각 자극에 매일 노출시켰다. 3주 후 축삭돌기는 더욱 길게 자라나서 눈에서 뇌 쪽으로 6mm 가량 떨어져 있는 시신경 교차점까지 도달할 정도가 되었다.

연구를 수행한 앤드류 후버맨 교수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앤드류 후버맨 교수

시력자극과 mTOR 단백질 활성화로 축삭돌기 500배 빨리 성장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고무돼 mTOR 활동을 더욱 증가시킨 다음 쥐들이 치료 받는 눈으로 시각 자극을 받아들이도록 정상적인 다른 쪽 눈을 가렸다. 강한 시각 자극과 함께 mTOR 활동을 증가시키는 이 결합 접근법은 시신경이 완전하게 자라나 뇌의 여러 시각 센터로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재생이 증진됐다.

논문의 주 저자인 앤드류 후버맨(Andrew Huberman) 스탠포드의대 신경생물학과 조교수는 “시력이 좋은 정상적인 한쪽 눈을 가리고 시신경이 손상된 다른 쪽 눈으로만 보게 했을 때 축삭돌기가 가장 많이 자라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축삭돌기들은 3주 안에 12mm까지 자라나 이런 처치를 하지 않은 눈에 비해 무려 500배나 빠른 성장을 보였다.

시각이 뇌에 전달되는 경로. 그림 Wikipedia ⓒ ScienceTimes
시각이 뇌에 전달되는 경로. 그림 Wikipedia

“시력 재생 돕는 시각자극 질 연구할 계획”

재생 축삭돌기들은 또한 뇌의 시신경을 관장하는 올바른 영역을 찾아 거기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후버밴 교수는 “알파 세포와 멜라놉신 세포 두 가지의 각막 신경절 세포를 형광 염색해 추적한 결과 흥미롭게도 이들이 다른 곳으로 뻗어가지 않고 시냅스를 형성하는 뇌의 올바른 위치를 찾아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발견이 재생의학의 핵심적인 의문에 답을 준다고 말했다. 재생의학계에서는 그동안 신경세포가 재생된다면 재생되는 신경세포가 목표 없이 방황할지 아니면 발달 프로그램을 재가동해 뇌의 올바른 영역에 도달할 것인지 의문시 돼 왔다.

시각자극과 mTOR 결합 치료를 받은 쥐들은 시각 기능에서 부분적인 회복을 보였다. 목표 추적, 동공 반사, 거리 인지, 머리 위의 위험인지 등 네 가지 테스트에서 결합치료를 받은 쥐들은 치료를 받지 않은 쥐들에 비해 두 가지 혹은 네 가지 기능 모두 두드러지게 뛰어났다.

후버맨 교수는 시신경 축삭돌기를 보호하기 위한 미래의 치료법으로 시신경 재생유도 시각 자극을 전달하는 가상현실 비디오게임이나 TV프로그램, 안경의 필터 개발을 상상하고 있다. 이번 실험 쥐 모델의 단점은 시신경 질병을 일으키지 않은 것이어서 연구팀은 실제로 녹내장을 앓는 쥐를 대상으로 강력한 시각 자극을 실험 중이며, 앞으로 시력 재생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시각자극의 질에 대해서도 연구할 예정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7-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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