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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6-30

‘약자 괴롭힘’도 질병의 일종 특정 뇌 영역의 신경세포 간 통신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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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弱肉强食)이 비록 자연의 섭리 중 하나라 하더라도, 이성을 가진 인간 사회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는 사회 악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회 악은 예나 지금이나 근절되지 않고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약자 괴롭힘’(bullying)에 가담하거나 혹은 회피하려는 동기에 개인적 차이가 있는 것은 뇌의 기부 전뇌(基部 前腦, basal forebrain)와 외측 고삐핵( lateral habenula) 회로 조절의 차이 때문이라는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팀의 연구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6월 30일자에 소개됐다. 이에 따라 약자 괴롭힘을 폭력적 행위로 처벌하기에 앞서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실험용 쥐를 이용해 특별한 뇌의 보상 영역이 어떤 기전에 의해 공격적 행동의 동기나 보상 요소를 조절하기 위해 상호작용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됐다.

사회규범에 위배되는 공격적 행동은 수많은 정신질환과 연관돼 있고, 부분적으로는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사회적 자극에 반응하는 뇌의 보상 시스템이 부적절하게 작동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전의 연구는 기부 전뇌가 공격 관련 행동에 대한 뇌의 중요한 보상 영역일 것으로 지적했으나, 기부 전뇌 혹은 다른 뇌 영역에 대한 기부 전뇌의 투사가 공격의 보상측면을 직접 조절하는 제한된 기능적 증거만 확인됐다.

마운트 사이나이의대 신경과학자인 스콧 루소(Scott Russo)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자를 괴롭히는 행동이 개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최초의 뇌 보상 회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증명한 첫 사례”라며, “무엇보다 이 회로에서의 움직임을 조작해 뇌세포의 활동과 궁극적으로 공격적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성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인체 뇌의 기부 전뇌(왼쪽)와 외측 고삐핵을 포함한 뇌 그림. 그림 Wikipedia / By Henry Vandyke Carter - Henry Gray (1918) Anatomy of the Human Body ⓒ ScienceTimes
인체 뇌의 기부 전뇌(왼쪽)와 외측 고삐핵을 포함한 뇌 그림. 그림 Wikipedia / By Henry Vandyke Carter - Henry Gray (1918) Anatomy of the Human Body

약자에게 70%가 공격적

연구팀은 공격적 행동에서의 개인차를 연구하기 위해 다 자란 수컷 쥐들을 매일 3분씩 연이어 3일 동안 젊은 하급 쥐에게 노출시켰다. 그 결과 성숙한 수컷 쥐의 70%가 젊은 하급 쥐에게 공격적 행동(AGGs)을 보이고 30%는 아무런 공격적 행동을 나타내지 않았다(NONs).

연구팀은 공격적 행동을 나타내는 쥐들이 하급 쥐를 공격하고 이어서 조건화된 위치 선호(a conditioned place preference)를 발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공격적 행동을 보이지 않은 쥐들은 침입한 젊은 쥐를 공격하지 않고 조건화된 위치 혐오감(a conditioned place aversion)을 나타냈다.

모든 감각과 행동, 사고, 기억과 느낌들은 뇌와 중앙 신경시스템의 제1선 기능 단위인 신경세포(뉴런)를 통해서 전달되는 신호의 결과다. 신호가 세포의 본체로부터 시작해 그로부터 멀리 뻗어있는 신경세포 축색돌기 끝으로 전해지면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진 화학물질이 세포 사이에 신호가 교환되는 장소인 신경접합부(시냅스)로 분비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를 가로질러 인접 세포의 수용체에 부착되고 이로 인해 신호를 받아들이는 세포의 속성이 변화될 수 있다. 여러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뇌 전체에서 발견되고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은  인접 신경세포들을 덜 흥분시키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 스콧 루소 교수.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 스콧 루소 교수.  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GABA 뉴런 활동 조절하자 공격 성향 얌전하게 바뀌어

연구팀은 다른 뇌 영역에 있는 뉴런들을 억제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결망을 가지고 있는 GABA 분비 뉴런들을 조사했다. 전자생리학과 조직학적 기술을 사용해 확인한 결과 공격적인 쥐들이 다른 쥐를 공격할 기회가 생겼을 때 기부 전뇌의 GABA 분비 뉴런들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뉴런들은 통상 공격적 자극을 싫어하도록 부호화하는 뇌 영역인 외측 고삐핵(lateral habenula)의 활동을 둔화시킨다.

실제로 비공격적인 쥐들은 공격적인 쥐들과는 반대로 기부 전뇌의 활동이 줄어들고, 공격적 자극을 회피하게 하는 외측 고삐핵 뉴런들의 활동이 증가했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외측 고삐핵이 공격적 행동의 동기 요소를 직접 제어하는 신경 메커니즘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빛 발생 도구를 사용해 기부 전뇌와 외측 고삐핵 사이에서의 GABA 활동을 직접 조작함으로써 기부 전뇌-고삐핵 투사를 자극하거나 혹은 억제하는 것 모두가 약자 괴롭힘의 기회를 피하거나 가담하려는 경향을 변화시키기에 필요· 충분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루소 교수는 “기부 전뇌와 외측 고삐핵 사이의 GABA 뉴런 활동을 인위적으로 빠르게 유도해 공격적인 쥐들이 얌전해 지고 더 이상 괴롭히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며, “이번 연구는 기부 전뇌와 외측 고삐핵과 관련한 정보를 얻어 동물실험을 통해 그 연계관계를 조작해 내는 한편, 결과적으로 뇌 회로가 양방향으로 공격적 행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독창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뇌의 동기적 회로망에서의 결함을 타겟으로 하여 공격 성향이 있는 신경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6-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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