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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6-24

대뇌 피질은 사람마다 다르다 美연구진 3200개 단일 뇌세포 비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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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그동안 인체 뇌 속의 대뇌피질은 모든 사람이 거의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러나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사람 뇌 속의 대뇌피질도 모양과 밀도, 유전자에 따라 만들어지는 단백질 등이 저마다 특성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SRI)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UC San Diego), 유전자 분석회사인 일루미나(Illumina)사 연구원들은 처음으로 단일 뉴런(신경세포)의 전사체(轉寫體, transcriptomes)를 대규모로 분석 평가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연구 결과 인체 뇌세포가 DNA로부터 유전정보를 RNA로 전사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사용하는 분자들에 놀랄 만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인체 뇌에서 분리한 단일 신경세포 핵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고와 인지능력 등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 회백질에서 16개의 뉴런 아형(亞型)을 분류했다.

연구를 이끈 TSRI 신경과학자인 제럴드 춘(Jerold Chun) 교수는 “매우 성공적인 협동연구를 통해 정상적인 뇌는 물론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루게릭병과 우울증 같은 뇌질환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전사체 다양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4일자에 소개됐다.

뇌의 대뇌 피질에 주요번호로 표시된 브로드만 영역. 오른쪽은 3D로 표현한 브로드만 영역. Illustration from Anatomy & Physiology, Connexions Web site. http://cnx.org/content/col11496/1.6/, Jun 19, 2013./ Wikimedia
뇌의 대뇌 피질에 주요번호로 표시한 브로드만 영역. 오른쪽은 브로드만 영역을 3D로 표현한 모형. Illustration from Anatomy & Physiology, Connexions Web site. http://cnx.org/content/col11496/1.6/, Jun 19, 2013./ Wikimedia

모두가 같지는 않다

대뇌피질 부분은 세포 모양과 밀도가 달라 현미경으로 볼 때 다르게 나타난다. 이들 세포들은 여러 피질층과, 피질의 여러 부위를 구성하며 기능적 역할을 하는 좀더 큰 부위인 ‘브로드만 영역(Brodmann Areas)’을 형성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뇌 연구에서 뉴런들을 일관된 하나의 그룹으로 취급해 왔다. 춘 교수는 “여러 연구자들이 작은 뇌 조각 하나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뇌 전체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뇌는 인체의 다른 장기와는 다르다는 게 춘 교수의 설명이다. 각 개별 뇌세포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학계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고, 대뇌 피질 영역 사이에서 현미경으로 나타나는 차이- 예를 들면 표현된 유전자나 혹은 DNA 코드를 핵 밖으로 복제해서 세포가 어떤 단백질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메신저 RNA에서의 차이는 고유의 전사체적 차별성을 반영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 같은 다양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인체 대뇌피질의 6개 브로드만 영역에서 이전에 발표된 것보다 10배가 더 많은 3200개 이상의 단일 인체 뉴런을 분석했다.

논문의 저자들. 왼쪽부터 연 융(Yun Yung), 샤오얀 쉥(Xiaoyan Sheng), 춘(Chun) 교수, 그웬돌린 케이저, 앨리슨 췐(Allison Chen). /사진 Cindy Brauer ⓒ ScienceTimes
논문의 저자들. 왼쪽부터 연 융(Yun Yung), 샤오얀 쉥(Xiaoyan Sheng), 춘(Chun) 교수, 그웬돌린 케이저, 앨리슨 췐(Allison Chen). /사진 Cindy Brauer

개별 뉴런에 엄청나게 많은 분자적 이질성 존재

새로 개발된 도구를 이용해 유전물질이 모여있는 개별 신경세포 핵들을 분리하고 서열을 매긴 후 각 핵 안에 있는 미량의 mRNA를 판독한 결과 16개 뉴런 유형이 다양한 조합으로 피질층과 브로드만 영역에 무리지어 모여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것은 이 영역들이 왜 다르게 보이고 기능도 다른가를 설명해 준다.

뉴런들은 예상했던 대로 많은 유사성을 보여주었으나 각 뉴런의 전사체 정보에는 차이점도 많았다. 이것은 단일 뉴런들이 공유하는 점도 많지만 동시에 세포 기능에서 차이점을 나타내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논문 제1저자의 한 사람인 그웬돌린 케이저(Gwendolyn E. Kaeser) UC 샌디에고대 생의학과 대학원생은 “우리는 실제로 인체 뇌의 단일 뉴런에서 엄청나게 많은 분자적 이질성을 지적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부위에서 생성되는 억제성 뉴런이 질병과 관련

흥미롭게도 유전자 발현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몇몇 차이점은 출생 전에 이루어지는 초기의 뇌 발달에서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연구팀은 몇몇 뉴런들에서 이 신경세포들이 신경절 돌기로 불리는 태아 뇌의 특정 부위에서 유래됐음을 보여주는 표지자를 발견했다. 이 특정부위는 대뇌피질을 형성하는 억제성 뉴런(inhibitory neurons)들을 생성하며, 이 신경세포들이 뇌 질환 발생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 뉴런의 전사체가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는 사실은 춘 교수와 다른 연구자들이 이전 연구를통해 개별 뇌세포의 유전체(DNA)는 세포마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미리 예견돼 왔다. 연구팀은 앞으로 단일 뉴런의 DNA와 mRNA가 다른 뉴런들과 뉴런 그룹, 인체 뇌들 사이에서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이들이 스트레스나 약물 혹은 질병 같은 요인들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가를 조사할 계획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6-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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