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가 미국에서도 230여명의 임신부를 감염시키며 세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또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려는 남자 선수들 중에는 정자를 냉동 보관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지카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카 퇴치를 위한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20일 미국 언론들은 백신 제조사인 이노비오사(Inovio)와 한국의 진원생명과학(GeneOne Life Science)이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지카 백신의 인체 대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백신은 원숭이 동물시험에서 지카에 대한 면역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조사는 곧 40명을 대상으로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 연구팀은 지카바이러스와 지카가 속한 플라비바이러스종류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7일자에 발표했다.
이들 연구팀은 지카바이러스와 플라비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데 필수적인 단일 유전자 경로를 발견하고, 나아가 이 경로를 차단하면 세포 자체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바이러스가 감염된 세포에만 남아있게 함으로써 감염 확산을 막는다는 사실을 인체와 곤충 모두에서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전자 가위 기술 이용, 지카 막는 핵심유전자 발견
이번 연구는 지카바이러스는 물론 세계 공중보건에 큰 해를 끼치는 뎅기열과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같은 다른 플라비 바이러스 퇴치약 개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마이클 다이아먼드(Michael Diamond) 교수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숙주세포에서의 유전자 발현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력을 집중했다”며, “조사한 1만9000개의 유전자 가운데 바이러스의 감염이나 확산에 필수적인 핵심 유전자 9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9개 유전자 모두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필수적인, 바이러스 조각들을 처리하는 세포의 중요한 부분과 연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다이아먼드 교수팀은 플라비 바이러스가 필요로 하는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을 사용해 개별 유전자들을 선택적으로 정지시켰다. 바이러스가 복제되고 퍼지지 위해서는 숙주세포를 가로채 감염시킨 유기체의 유전물질을 이용해야 한다. 만약 세포에 바이러스가 감염을 위해 필요로 하는 유전자가 없으면 바이러스는 그 자리에서 활동이 정지되고 세포는 살아남는다. 이 같은 증거는 더 연구가 돼야 겠지만 제거된 유전자가 바이러스 확산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뎅기, 일본뇌염, C형 간염 등에도 효과 가능성
연구진이 확인한 9개의 핵심 유전자 가운데 SPCS1이라는 유전자가 정지되면 바이러스 감염이 줄어들 뿐 아니라 세포에 아무런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대해 첫 번째 실험을 한 다음 지카바이러스나 뎅기 바이러스, 황열, 일본 뇌염, C형 간염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른 플라비 바이러스 속(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결여돼 플라비 바이러스의 확산은 정지되었으나, 이 유전자를 제거해도 알파바이러스나 버냐바이러스, 라브도바이러스 등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들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이어먼드 교수는 “플라비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조각들을 확산시키기 위해 독특하게 이 유전자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유전자는 이들 바이러스 조각들을 모으고 확산시키는데 필요한 도미노 효과를 작동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유전자가 없으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없고, 유전자가 없어도 숙주세포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 유전자를 치료약의 표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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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6-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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