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새 계획을 세운다. 무엇인가 해 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작심 3일(作心 3日)’이 되기 일쑤다.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힘을 지탱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력(willpower)’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지력은 ‘자기 통제력(self-control)’이다. 여러 가지 유혹을 물리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은 이 ‘자기 통제력’이 끊임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24일 ‘기즈모도’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이런 무기력 현상에 대해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의 자기 통제력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매우 한정돼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중이다.
끊임없는 자기 억제로 피로감 축적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로이 보마이스터(Roy Baumeister) 교수는 사람의 의지력을 연료(fuel)에 비유했다.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 없는 생각과 충동 등을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의지력 역시 고갈돼버린다”는 것.
우리가 강한 의지력에 의해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의지력이 크게 고갈돼 또 다른 목표를 성취하려고 했을 때는 첫 번째 성공 때처럼 강력한 자기 통제력을 보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하는 실험이 있었다. 두 그룹의 사람들을 선정한 후 배고픈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 무를 먹도록 요구했다. 또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향기가 나는 초콜릿 칩 쿠키 옆에서 무를 먹도록 했다.
그 결과 초콜릿 칩 쿠키를 보면서 무를 먹도록 요구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일찍 무 먹기를 포기했다. 초콜릿 앞에서 무 먹기를 포기하는 사람의 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수보다 2배를 넘었다.
의지력은 자기 통제에 있어 끊임없는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결단을 요구하면서 많은 피로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선택 피로증(Decision Fatigue)’이라 호칭하고 있다.
이런 피로감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두 그룹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24 가지의 잼을 진열한 가운데 한 그룹의 소비자들에게는 마음 놓고 잼을 구매토록 했다. 또 한 그룹에게는 6개의 잼을 제외한 상태에서 잼을 고르도록 했다.
그 결과 6개의 잼을 제외한 상태에서 잼을 고르도록 한 소비자들이 잼을 고르는 것을 포기하는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선택의 기준을 강요했을 때 의지력이 일찍 무너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다.
뇌과학, 에너지 이론으로 의지력 설명
최근 연구 결과들은 ‘자유 의지(free will)' 하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강한 신념 하에서 일을 더 즐기고 있으며, 만족감도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 이들이 하는 일 역시 매우 생산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보마이스터 교수는 의지력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자아고갈(ego depletion)’ 사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아고갈이란 우리 뇌가 인지 과부하 상태에 놓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자기통제를 위한 역량의 감소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사람의 자아(ego)가 자신을 컨트롤하는데 있어 매우 한정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1세기 전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가 무의식 이론을 통해 주장한 바와 일치한다.
의지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뉴욕타임즈' 과학 칼럼니스트인 존 티어니(John Tierney) 씨는 최근 기고를 통해 “의지력이 한정적인 만큼 여러 가지 유혹을 피해나가면서 자신의 의지력을 높여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뇌과학을 통해 입증되고 있는 부분이다. 오스틴 주립대 매튜 갤리엇(M. T. Galliot) 교수는 “사람의 자기 통제력이 뇌 속의 한정된 에너지 소스인 클루코스(glucose)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 심리학 교수인 캘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 박사는 의지력을 스트레스와 비교하고 있다. 스트레스처럼 뇌 실행기능을 제어하고 판단력을 좌우하는 전두엽피질 (prefrontal cortex)에 에너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
스트레스가 전두엽피질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반면 의지력은 그 기능을 상승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맥고니걸 교수는 의지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너무 많은 선택을 해야할 경우는 판단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대인의 뇌가 휴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스탠포드대의 로버트 스폴스키(Robert Sapolsky)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기고문에서 “휴식 중에는 뇌 속의 클루코스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지력은 인간 삶에 있어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 만큼 심리학, 뇌과학 등을 통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결론은 의지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혹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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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5-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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