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신질환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지, 뇌의 어떤 활동과 연결되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카오스재단에서 진행하는 뇌과학 강의 여덟 번째 시간은 뇌와 정신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김은준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뇌질환연구단장이 강연자로 나서 ‘시냅스, 생쥐 그리고 정신질환’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뇌 기능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복잡성에 따라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김은준 교수는 “첫 번째가 감각과 운동, 수면, 기억 등의 단순한 뇌기능이며 다른 한 가지는 자아인식, 주의집중, 생각, 의사결정, 창의성 등과 관련한 고등한 뇌기능”이라며 “단순한 뇌기능이 잘못되면 감각이상 및 파킨슨병 같은 운동이상 증상, 수면장애와 알츠하이머 같은 기억장애의 신경과 질환이 발생한다. 고등한 뇌기능이 잘못되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조현병, 자폐, 정서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이 발생한다”고 이야기 했다.
“자폐는 사회성결핍 그리고 반복행동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 뇌발달장애입니다. 세계 인구의 1.5% 정도가 이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고가는데, 대표적인 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입니다. 무엇이 직접적 원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현 과학계에는 유전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즉, 현재로서는 유전적 원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셈이죠.”
김은준 교수에 따르면 유전자 이상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관건은 ‘시냅스 연구’에 있다. 시냅스는 한 개 뉴런의 축삭돌기 말단과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사이의 연접 부위로, 뇌 속 신경전달이 발생하는 물리적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냅스는 크게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되는데 그 중 흥분성 시냅스는 1천여 개, 억제성 시냅스는 300여 개다. 즉 1천300여개의 시냅스 인풋(input)이 뇌 속에 밀려오는 셈이다.
김은준 교수는 “거대한 양의 시냅스가 뇌 속에 존재하는 셈인데 이 때 중요한 것은 ‘흥분’과 ‘억제’, 두 종류의 시냅스가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둘의 균형이 어긋나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될 경우 정신질환이 발발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흥분성 시냅스가 발달하면 뇌전증이 일어날 수 있고 억제성 시냅스가 발달하면 수면장애 혹은 우울증이 올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두 시냅스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 이유다.
“뇌 기능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원주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역으로 접근하는 거죠. 복잡한 현상을 간단한 단위로 쪼개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뇌기능을 좀 더 단순한 기능들로 쪼개보면 뇌신경회로가 나타나고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로까지 작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시냅스와 대면하면 그것이 결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복잡한 시냅스 구조 때문에 정신질환과 유전적 원인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게 쉽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시냅스 단백질이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시냅스 단백질이 잘못될 경우 시냅스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뇌신경회로 및 뇌기능에 문제를 발생하게 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호 연관관계를 자세히 연구하다보면 결국 뇌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시냅스와 뇌신경회로의 이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 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정신질환의 원인이 과연 유전적인 것에만 그치는 지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갔다. 환경적 요인은 없는 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여한 한기훈 고려대 의과대학 뇌신경과학교실 교수는 “자폐만 놓고 보자면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자폐가 발생한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된 사례가 있다”며 “아까 김 교수님께서 잠깐 언급하신대로 임산부가 감염에 노출됐을 때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는 자폐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고 이야기 했다.
고재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역시 “자폐 발생 원인에 있어 유전적 요소가 높지만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다”며 “그 예로 자폐를 앓는 사람들이 배앓이를 많이 한다. 장내 세균과 자폐가 어느정도 연결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장내 세균과 뇌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진주현(35세) 씨는 “정신질환과 원인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강의가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됐다”며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함께 들여다보는 과정이 의미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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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5-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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