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과학적인 이유다. 어떤 현상을 보든지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내려고 하고 성향이 있다. 가장 좋은 사례가 가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다. 보컬 그룹 퀸(Queen)의 싱어로서 화려한 인생을 살다가 지난 1991년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그 느낌을 지우기 힘든 것이 보통이다. 낮으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바이브레이션이 가미된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19일 ‘타임’ 지에 따르면 최근 스웨덴, 오스트리아, 체코 등 3국의 공동 연구팀이 그의 독특한 목소리의 비밀을 연구했다. 그리고 최근 연구결과를 ‘음성언어학(Logopedics Phoniatrics Vocology)’ 지에 게재했는데 소리공학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머큐리 음악의 비밀은 ‘불규칙성’
1970~80년대를 풍미한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매우 위력적이었다. 과장한 듯 장엄하면서도 매우 거칠고, 떨리는 목소리는 팝 뮤직, 그중에서도 글램 메탈(glam metal) 분야에서 대중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의 인기가 아직도 식지 않는 가운데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 체코 올로모우츠(Olomouc) 대학 등에 근무한 스웨덴, 체코, 오스트리아 등 3개국 출신 과학자들이 그의 노래와 인터뷰 음성 등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연구 결과 머큐리가 만들어내고 있던 음역이 매우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성기 지났을 때 보통 남자들은 보통 2옥타브(octave, 8도 음정)에서 2.5 옥타브를 갖게 된다. 그러나 라이브 공연 시 머큐리의 음역을 분석한 결과 4옥타브를 넘나들고 있었다.
매우 넓은 음역의 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머큐리는 다양한 소리들을 아름다운 음성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라이브 공연 시 그가 불렀던 28개 곡을 분석한 결과 그는 매우 특이한 비브라토(vibrato)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브라토란 목소리나 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를 말한다. 현악기는 현 위에 놓인 손가락의 빠른 움직임에 의해, 가수들은 입술·목·배 등을 이용한 호흡 조정에 의해 떨리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분석 결과 머큐리의 비브라토 진동수는 0.11로 나타났다.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의 0.89의 8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머큐리의 비브라토가 청중들을 열광시키는 것은 불규칙성 때문이다.
파바로트의 경우 매우 규칙적인 비브라토 창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머큐리는 그의 독특한 창법인 가성을 이용해 서브하모닉스(subharmonics)와 같은 본래 진동수보다 훨씬 적은 매우 불규칙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의 독특한 창법이 히트곡 만들어내”
보고서는 머큐리의 빠르고 불규칙한 비브라토 창법이 조화를 이루면서 머큐리만이 낼 수 있는 기이하면서도 매력적인 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런 창법이 청중들의 심금을 울리고, 그의 노래를 빛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프레드 머큐리는 비틀즈 등과 함께 20세기를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스타 가수 중의 한 명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며 그가 내고 있었던 특이한 창법에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머큐리 팬들의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찬 하브스트(Chsirian Harbst) 박사는 “그의 곡들을 분석했을 때 지나치게 빠른 비브라토 등 그의 톡특한 창법이 공전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요인”이라고 말했다.
머큐리가 활동한 보컬 그룹 퀸은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위아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 과 같은 곡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1991년 머큐리가 사망하면서 그 인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목은 ‘프레디 머큐리 … 그의 음악에 대한 기본주파수, 비브라토, 서브하모닉스에 대한 음향 분석(Freddie Mercury … acoustic analysis of speaking fundamental frequency, vibrato, and subharmonics)’이다.
논문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프레디 머큐리의 명성에 힘입어 그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주요 언론들은 ‘팬 사이언스(fan science)’ 차원에서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며, 연구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는 1946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잔지바르에서 영국 총독부 공무원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 국적을 가졌으며 8세기에 이슬람교 교도에 쫓겨 인도로 피신한 페르시아인 조로아스터교 교도의 후손이었다.
1970년대에 보컬그룹 ‘퀸’을 결성했으며,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나갔다. 그러나 1991년 11월 24일 런던에서 에이즈로 인한 기관지 폐렴 등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1992년 4월 20일에는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에서 유명 가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그를 추모하기 위한 대규모 추모 공연이 열렸고, 2011년 구글은 그의 출생 65주년을 기념해 스페셜로고와 모션그래픽을 선보인 바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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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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