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반딧불이’와 ‘눈’이 맡았던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조연 자리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미생물’이나 ‘식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랑스와 미국의 과학자들이 미생물이나 식물이 가진 ‘생물발광(bioluminescent)’ 기능을 이용하여 실내는 물론, 도시 전체를 밝히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전기료도 없고 환경에도 기여하는 미생물 램프
미국의 종합 매체인 에이오엘(AOL) 뉴스는 지난 8일자 기사를 통해 프랑스의 한 스타트업이 오징어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bacteria)를 이용하여 실내와 도로 등을 밝혀줄 수 있는 미생물 램프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링크)
글로위(Glowee)라는 이름의 이 스타트업이 제작 중인 미생물 램프는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빛을 내는 박테리아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설탕, 그리고 박테리아가 호흡할 수 있는 산소 등이 내용물의 전부다.
전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전기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도 기여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 방법으로는 제작이 어려운 어떠한 모양의 램프라도 이 미생물 램프는 너끈히 소화할 수 있다. 아무리 협소하거나 형태가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더라도, 미생물이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은 없기 때문이다.
글로위의 창업자인 산드라 레이(Sandra Rey) 대표가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 시간에 사무실 및 상점의 조명을 켜지 못하도록 하는 환경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부터다.
이런 법안이 통과된 이유는 조명 공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도 줄이자는 취지 때문이었다. 대다수의 조명 회사들은 이 같은 정책에 반대했지만, 레이 대표만큼은 이 같은 규제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탄생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미생물 조명이 발산하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부드러운 빛은 조명공해와 거리가 멀고,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라고 소개하며 “우리의 목표는 모든 전기 조명을 미생물 램프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 램프만이 할 수 있는 특수 조명 분야를 개척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생물 램프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상황이다. 가령 시제품에서 파악된 조명 시간은 3일 동안만 빛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기간을 늘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기존 조명의 효율에 필적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과 곤충의 발광 DNA를 식물에 이식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미생물의 발광 현상을 이용한 램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면, 미국의 과학자들은 미생물과 곤충의 발광 현상을 식물에 접목하는 보다 고난도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의 공동 연구진이 ‘발광식물 프로젝트(Glowing Plant Project)’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을 통해 가로등을 대체할 수 있는 야광(夜光) 가로수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반딧불이와 물에 사는 박테리아로부터 채취한 발광 유전자를 가로수의 묘목에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안토니 에반스(Antony Evans) 박사는 “반딧불이와 발광 박테리아로부터 채취한 DNA를 이식하여 나무가 빛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원리”라고 설명하며 “나무 전체를 빛나게 하는 수준에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성공을 확신한다”라고 자신했다.
에반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야광 나무들이 정상적으로 자랐을 때, 광합성을 통해 흡수하는 에너지의 0.02%정도만 쓰고도 가로등처럼 거리를 밝힐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멀지 않아 샌프란시스코의 도로 양쪽을 밝혀주는 야광 가로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가로수 외에 이 기술은 침실의 스탠드를 대신하는 발광 선인장이라든가,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할 야광 담쟁이덩굴 숲 등 인테리어나 조경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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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3-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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