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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3-15

전이 유방암 치료길 열린다 50% 치료 성과, 2017년 인체 임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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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특히 전이가 잘 되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이 잘 됐나 싶었는데 얼마 후 뼈나 폐로 전이돼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더러 보게 된다. 유방암은 뼈와 폐, 간 그리고 중추신경계 순으로 전이가 잘 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우리 나라는 특히 40대 이하 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서양보다 세 배나 높고, 재발과 전이의 위험도 그만큼 높아 여성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폐로 전이된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을 새로 개발한 약으로 성공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유방암 치료에 새 장을 열었다.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이성 유방암의 하나로 특별한 표적치료제가 아직 없다.

대부분 암으로 인한 사망은 폐나 간으로 암세포가 전이되기 때문인데,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다. 기존의 암 치료제는 효과가 제한돼 인체의 생물학적 장벽을 넘어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도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미국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원 나노기술 및 암 연구자들은 실험용 쥐의 유방암으로부터 전이된 폐암 종양 안에서 나노입자가 생성돼 암세포를 파괴하는 약을 개발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Nature Biotechnology) 14일자 조기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처음 개발된 주입식 나노입자 생성기가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나노입자 생성기(iNPG)의 치료 과정 도식. ⓒ Houston Methodist Research Institute
처음 개발된 주입식 나노입자 생성기가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나노입자 생성기(iNPG)의 치료 과정 도식. ⓒ Houston Methodist Research Institute

나노의학 연구 시작한 지 20년 만의 결실”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약을 처치 받은 실험용 쥐 가운데 50%는 8개월 후 폐로 전이된 암의 흔적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으로 치면 암이 전이된 후 약 24년 간 장기 생존한 것과 같다.

모로 페라리(Mauro Ferrari)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원 원장은 인체 고유의 방어 기제에 의해 대부분의 암 치료약은 건강한 조직에 흡수돼 좋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처방한 약의 일부만 종양에 도달해 효과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번에 선보인 새로운 치료 전략은 암 치사 작용제가 생물학적 장벽을 순차적으로 넘어 암의 심장부에 도달하도록 고안됐다. 치료제가 암세포의 다제(多劑) 내성 기제를 피해 전이 암세포의 핵 안에서만 방출되도록 한 것. 이 전략은 종양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실험 대상 동물의 반이 장기 생존하는 등 모든 실험용 쥐들에게서 괄목할 만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번 발견은 페라리 교수가 나노의학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페라리 교수와 하이파 쉔(Haifa Shen) 교수는 논문에서 주입형 나노입자 생성기(iNPG)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표준 항암치료제의 나노 버전을 운반하는 콤플렉스 방식이 어떻게 폐로 전이된 삼중음성 유방암을 가진 실험용 쥐에게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결과를 나타냈는지를 설명했다.

암 치료용 주입식 나노입자 생성기를 개발한 모로 페라리 교수(왼쪽)와 하이파 쉔 교수. ⓒ NISE network /  Houston Methodist Research Institute
암 치료용 주입식 나노입자 생성기를 개발한 모로 페라리 교수(왼쪽)와 하이파 쉔 교수. ⓒ NISE network / Houston Methodist Research Institute

2017년에 인체 대상 안전성 시험 예정

페라리 교수는 “우리 연구진은 실제로 암세포 안에서 나노입자를 만들고 세포의 핵 부위에서 약물 입자가 분출되도록 고안했다”며, “주입식 나노입자 생성기를 이용해 표준 항암치료제나 백신, 방사선요법과 다른 나노입자들이 지금까지 실패한 일을 성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원은 약 제조에 필요한 우수의약품 관리기준(GMP)을 만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기 위한 신속 심사를 요청해 2017년에 인체 대상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웨일 코넬의대에 적을 두고 있기도 한 페라리 교수는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수천 명의 환자들에게 과잉 기대를 품게 할 생각은 결코 없으나 연구 결과는 실제 놀랄 만하다”며 “전이 암 치료의 지평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그런 점에서 전이 암이 더 이상 사형선고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항종양성 항생물질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을 사용했다. 이 약은 수십 년 동안 쓰여온 항암치료제이지만 심장에 부작용이 생기고 전이 암에 대해서는 효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연구팀은 이 약을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주입식 나노입자 생성기 안에 내장했다.

전이 암, 이제 더 이상 사형선고 아니다”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원 나노의학부 시니어 멤버인 쉔 교수는 주입식 나노입자 생성기의 각 구성요소들은 약물전달 과정에서 특정한 필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첫번째 구성요소는 나노기공이 있는 실리콘 재질로서 체내에서 자연 분해된다. 두번째 구성요소는 여러 가닥의 고분자로서 독소루비신을 포함하고 있다.

나노입자 생성기가 일단 종양 안에 들어가면 실리콘 재질이 분해되고 고분자 실이 풀린다. 자연 열역학에 따른 힘에 의해 이 실들은 말려서 나노입자를 형성해 암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암세포 안에서 산성 PH농도가 세포 핵과 가까우면 나노입자로부터 약물이 방출되고 이로 인해 세포는 사멸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 신약이 여러 원인들에 의해 폐로 전이된 암과 처음부터 폐에 생긴 암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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