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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6-01-06

연두벌레 기름 넣은 비행기 뜬다 일본 2020년 실용화 목표로 플랜트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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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바이오벤처 회사가 유글레나에서 생성된 기름을 항공기 연료로 실용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유글레나란 연두벌레라고도 불리는 길이 약 0.05㎜의 원생동물이다. 체내의 엽록체로 광합성을 하는 식물적 특성을 지니지만, 입이나 수축포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 즉, 식물과 동물의 중간에 위치하는 생물이다.

유글레나로 항공 연료 제조에 나선 바이오벤처 회사는 (주)유글레나. 이 회사는 최근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유글레나로 만든 연료로 항공기를 운항시키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또한 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가 그 연료를 쓰기로 했다는 소식도 알렸다. 기자회견 직후 (주)유글레나의 주가는 14%나 폭등했다.

미세조류의 일종인 유글레나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세포 내 저장하고 있는 불용성 탄수화물인 파라밀럼을 분해해 ‘왁스 에스테르’라고 불리는 기름을 만들어낸다. 이 기름은 흥미롭게도 경유나 제트 연료 성분과 유사하다.

유글레나로 만든 듀젤을 이용해 운행하는 셔틀버스. ⓒ '듀젤 프로젝트' 홈페이지
유글레나로 만든 듀젤을 이용해 운행하는 셔틀버스. ⓒ '듀젤 프로젝트' 홈페이지

실제로 일본 이스즈자동차(ISUZU)는 2014년 7월부터 가나가와현 후지사와 공장과 쇼난다이역 사이를 정기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주)유글레나에서 제공한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 연료의 이름은 ‘듀젤(DeuSEL)’로서, 세계 최초로 미세조류 유글레나를 원료로 만든 차세대 바이오디젤이다.

(주)유글레나와 함께 공동 연구에 착수한 이스즈자동차는 트럭 화물칸 천장에 만든 배양장에서 성장한 유글레나가 트럭에서 곧바로 정제 과정을 거쳐 듀젤로 바뀌는 컨셉트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있다.

(주)유글레나의 이즈모 사장이 창업한 계기 또한 흥미롭다. 도쿄대학 1학년 재학 당시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목격한 후 어떻게 하면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한 것. 농학부에서 바이오를 전공한 그는 유글레나가 영양소의 생산 효율이 높다는 점을 이용해 유글레나의 이름을 딴 회사를 창업했다. 2005년에 설립된 (주)유글레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글레나의 옥외 대량 배양기술을 지니고 있다.

2018년부터 실증 플랜트 가동 예정

(주)유글레나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유글레나를 이용한 연료의 대량 생산을 위해 요코하마 시의 해안가에 약 9000㎡의 실증 플랜트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올해 여름부터 착공이 시작될 이 실증 플랜트는 내년 겨울에 완공될 예정이며, 실제 가동은 2018년 전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증 플랜트의 건설 및 유글레나를 이용한 바이오 제트연료의 실용화 계획에는 요코하마 시를 비롯해 (주)치요다화공건설, (주)이토츄에넥스, (주)이스즈자동차, (주)전일본공수가 협력한다. 요코하마 시는 실증 플랜트의 건설 및 운영에 대해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치요다화공건설은 실증 플랜트의 설계 및 건설을 담당한다. 또 이스즈자동차는 제조한 바이오디젤 연료의 평가를, 전일본공수는 공항에서의 실제 급유 및 항공기 연료에 관한 국제규격에의 준거 등에 관한 제안을 수행하게 된다.

실증 플랜트가 가동되면 연간 125㎘의 바이오연료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를 비행거리로 환산하면 도쿄에서 오사카를 주 1회 정도 운항할 수 있는 양이다. 실증 플랜트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주)유글레나는 2020년 이후 실증 플랜트의 수백 배 규모에 달하는 상업용 플랜트의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전문기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2%가 항공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2025년에는 항공 산업의 성장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재의 2~5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민간항공단체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 온실가스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2020년 이후 ‘대체 항공기 연료의 활용’을 촉진할 것을 표명했다. IATA가 제시한 목표는 2020년까지 세계 평균 연 1.5% 연료효율 개선,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50% 삭감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바이오 제트연료를 도입해야 한다.

유글레나 생산 기름, 인위적 제어도 가능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까지 바이오 제트연료의 실용화를 추진하기 위해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제1회 회의를 개최한 전문위원회는 매년 2회씩 회의를 열어 추진 상황 확인 및 실용화 활동을 수행해나갈 계획이다.

식물과 동물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원생동물 '유글레나'.
식물과 동물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원생동물 '유글레나'. ⓒ Doc. RNDr. Josef Reischig, CSc.(위키미디어)

2014년에 개최된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대회’에서도 바이오 제트연료를 이용한 이벤트 비행이 실시된 적이 있다. 브라질 항공회사 GOL 에어라인 사에서 대회 기간 중 경기회장인 도시 간의 항공기 운행에 약 200회 바이오 제트연료를 사용한 것.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바이오 제트 비행을 실시함으로써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 목표다.

한편, 일본에서는 유글레나가 생성하는 ‘왁스 에스테르’의 조성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왁스 에스테를 정제해 만든 바이오연료는 기존의 경유 및 제트연료에 소량 첨가해서 사용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첨가량이 많을 경우 동계 및 한랭지에서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응고점이 너무 높아 저온에서는 쉽게 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오사카부립대학의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대사 제어를 통해 왁스 에스테르의 조성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왁스 에스테르의 합성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효소를 찾아내 발현을 억제할 경우, 세포 내의 왁스 에스테르 생산량이 거의 변화하지 않으면서도 구성 탄소 길이가 짧은 왁스 에스테르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그 결과 연구진은 통상 유글레나가 만드는 왁스 에스테르보다 응고점이 8℃이 낮고 융점은 12℃ 저하된 바이오연료의 제조에 성공했다. 이 연구 성과를 발전시킬 경우 앞으로 유글레나에서 생산된 바이오연료를 종래 이용할 수 없던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6-0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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