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한 뇌영상만 있으면 마치 지문처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예일대 의대 신경과학과 에밀리 핀 박사팀이 발표한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0월 12일자에 게재됐다.
핀 박사팀은 126명의 성인들에게 기억력 및 언어능력 테스트 등의 인지과업을 수행하게 하면서 그들의 뇌영상을 촬영했다. 연구진은 뇌영상을 하나당 2㎤씩 268개 영역으로 나눈 다음, 각 영역 간의 연결 패턴을 분석해 동시에 활성화되는 영역들을 찾아냈다.
핀 박사팀은 연구의 정확성을 꾀하기 위해 이 분석을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CP ; Human Connectome Project)의 연구진에게 의뢰했다. 분석 결과 시각 및 운동능력을 제어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의 신경회로가 비슷한 연결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두엽 등의 일부 영역에서는 연결 패턴이 사람마다 각각 다른 것으로 밝혀진 것. 즉, 개인마다 일정한 패턴을 지니고 있어, 뇌영상만 보고도 연구진이 누구의 것인지를 분간할 수 있었다. 인간의 뇌 신경망 패턴이 독특하다는 사실은 기존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지문처럼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뇌영상을 이용한 개인 간 구별은 지문처럼 100% 완벽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fMRI 장치 속에 누워 있을 때 촬영한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의 영상으로 다른 날 동일한 상태에서 촬영한 영상을 찾아낼 수 있는 확률은 98~99%였다. 그에 반해 실험 참가자가 다른 종류의 과업을 수행하면서 찍은 2개의 뇌영상을 비교했을 때는 그 확률이 80~90%로 떨어진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신경회로 연결 패턴의 다양성이 개인의 지능검사 성적과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고도의 인지과업을 수행하는 동안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전전두엽과 두정엽의 영역 간 연결성이 강력한 사람일수록 지능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이는 연결 패턴의 특이성이 어떤 형태로든 인지기능과 상관이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강력한 뇌 연결 패턴 지녀
이처럼 개인의 뇌 회로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뇌질환에 대해 환자별로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의식의 근원이나 무의식의 세계처럼 현대 과학이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뇌 활성을 분석하여 뇌의 연결망 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가 바로 이번 연구에 핵심적 역할을 한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CP)’이다. 2010년에 시작되어 4천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 HCP는 쌍둥이를 포함한 1200명의 건강인의 뇌를 스캔하여 뇌의 영역 간 신경회로의 접속 상태 차이나 거기에 따른 인지 및 행동에서의 표현 방법 등을 조사한다.
이러한 신경망 지도가 우리의 뇌 기능 이해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HCP 연구진은 지난 4월에 최초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뇌의 신경회로 연결 패턴이 한 사람의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특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결과의 요지다.
460여 명에 대한 뇌 스캔을 개인의 연령 및 약물 사용 경험 여부, 사회경제적 지위, 개성, 지능 테스트 결과 등 280여 가지의 특징에 대한 정보와 결합한 결과, 좀 더 나은 교육과 물리적 능력, 평균 이상의 기억력 등 긍정적인 변수들을 지닌 사람들은 동일한 패턴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런 사람들의 뇌는 흡연이나 음주 또는 공격적인 행동 등과 같은 부정적인 특징을 지닌 사람들보다 좀 더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뇌의 연결 패턴을 보면 성공적인 삶과 성격을 지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특징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HCP 연구진은 이러한 패턴이 광범위한 실험 참가자 그룹에 걸쳐 확실하게 나타난다 해도 개인의 특징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연구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약해진 뇌의 연결 패턴으로 인해 부정적인 특징이 나타나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삶을 영위함으로써 그런 연결 패턴으로 변했는지의 여부를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HCP 보완하는 뇌 프로젝트 추진
HCP에 사용되고 있는 fMRI는 살아 있는 뇌를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최적의 기기다. 그러나 최대 해상도가 1㎜로서,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뉴런과 그것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구조는 볼 수 없다.
뉴런과 시냅스의 관찰에는 주로 전자현미경이 이용되는데, 전자현미경은 죽은 뇌를 얇게 잘라서 촬영하므로 살아 있는 뇌를 볼 수는 없다. 즉, HCP는 뉴런의 전기적 활동 상태를 나타낼 수 없어 뇌의 활동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은 뉴런의 전기적 활동을 포함해 뇌의 활동을 광범위하게 포착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국립과학재단 등 정부기관과 스탠퍼드대학, 록펠러대학 등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뇌의 순환지도를 만들어 뇌 활동의 모든 경로 및 지도를 완성해 무수히 많은 뇌 세포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규명을 목표로 한다.
한편, 유럽연합(EU)에서는 인간 뇌의 뉴런과 이들의 전체 연결망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인간 뇌 프로젝트(HBP ; Human Brain Project)’를 추진 중이다. 26개국 135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뇌 동작 이해, 뇌질환 이해 및 치료를 위한 ICT 기반 인프라 구축, 인지학습이 가능한 컴퓨터 개발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5-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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