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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박솔 객원기자
2015-10-12

아빠 해마의 임신 비결 임신한 암컷 몸의 변화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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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임신을 할 수 있을까? 임신과 출산은 정말 여자만 할 수 있는 걸까?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에서 임신과 출산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여성, 혹은 암컷이다. 식물의 경우에도 열매를 맺는 종을 ‘암그루’라고 부른다. 이처럼 임신은 여성성과 직결되는 개념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수컷이 임신을 하고 새끼를 낳는 동물이 있다. 바로 실고깃과의 어류 얘기다. 사실 실고기나 관고기의 경우 수컷이 꼬리 아래에 알을 매달고 다닐 뿐이지만, 해마의 경우는 수컷이 진짜로 ‘임신’을 한다.

해마의 수컷이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해마를 비롯한 물 속에 사는 동물은 육지에 사는 동물보다 새끼의 생존률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한 번에 태어나는 새끼의 수가 많고 번식 주기가 짧을수록 종의 생존에 유리하다.

해마는 암컷이 수컷의 배에 있는 육아 주머니 안에 알을 낳고 그 안에서 수정이 일어난다. 육아 주머니 안에서 수정된 알은 10일에서 25일에 걸쳐 성숙한 뒤 그 안에서 부화하고 수컷은 치어 상태의 새끼를 낳는다. 따라서 수컷이 임신을 하는 동안 암컷이 새로운 알을 만들어내면 번식 주기를 짧게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해마들은 오전에 새끼를 낳은 뒤 바로 그 날 저녁 다시 임신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수컷이 임신을 하게 되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어 왔지만, 수컷의 임신을 촉진하는 생리학, 유전학적 변화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 달 호주 시드니 대학 생명과학과의 카밀라 휘팅턴(Camilla M. Whittington)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수컷 빅벨리해마(Hippocampus abdominalis)가 임신을 할 때 일어나는 생리학, 유전학적 변화를 연구해 그 결과를 옥스퍼드 분자생물학 및 유전학 저널에 발표했다.

빅벨리 해마는 해마 중에서도 육아 주머니의 구조가 가장 복잡하다고 알려져 있다. ⓒ Richard Ling at Flickr
빅벨리 해마는 해마 중에서도 육아 주머니의 구조가 가장 복잡하다고 알려져 있다. ⓒ Richard Ling at Flickr

연구진은 수컷 빅벨리 해마의 임신 기간 동안 발달하는 육아 주머니의 형태와 함께 발현량이 증가한 RNA의 서열, 즉 전사체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컷 빅벨리 해마의 육아 주머니는 단순히 알을 보호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치 다른 암컷 동물의 자궁처럼 태아의 발달 단계에 따라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태아가 만들어낸 노폐물을 제거할 뿐 아니라 기체 교환, 삼투압 조절, 태아의 면역 보호 기능 조정을 통해 육아 주머니 안의 알과 태아가 성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육아 주머니의 형태와 기능 변화를 유발한 유전적 변화가 임신한 암컷 동물들에게서 일어나는 유전적 변화와 같았다는 점이다. 수컷 빅벨리 해마가 임신하고 있는 동안 발현량이 증가한 주요 전사체를 분석해본 결과 다른 임신한 태생 어류와 파충류, 포유류의 임신한 암컷들에게서 발현하는 유전자와 상동 형질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를 이끈 카밀라 휘팅턴 교수는 지난 9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즈'(International Business Times)와의 인터뷰에서 “건강한 태아를 키우기 위해 임신한 동물에게 요구되는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들이 있지만 예상 외로 모든 종의 동물들이 같은 유전자를 사용해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를 통해 짝짓기를 한 수컷이 암컷으로 ‘성 전환’을 일으킨다고만 얘기되어오던 수컷 빅벨리 해마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생리학, 유전학적 정보가 최초로 밝혀졌다. 또 그 변화는 다른 어류나 포유류, 파충류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같으며, 임신한 암컷 개체에게서 일어나는 변화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솔 객원기자
solleap91@gmail.com
저작권자 2015-10-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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