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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박응서 객원기자
2015-10-08

수학에 대한 자신감, 성적 높인다 아이에게 '수학은 나를 위한 과목' 생각 심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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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수학을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등학생 때 수학이 자신을 위한 과목이라거나 수학을 잘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수학에 대한 잠재의식이 실제 수학 성적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대 학습과뇌과학연구소(I-LABS) 아리오 츠벤첵 박사연구팀은 ‘학습과 교육(Learning and Instruction)’ 저널 10월호에 수학이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강할수록 수학 성적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책임자인 츠벤첵 박사는 “학생들이 수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수학 시험 성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싱가포르의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5학년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수학성적과 수학에 대한 자신의 적합성(math self-concepts), 수학에 대한 성적고정관념(math-gender stereotypes)에 대해서 조사했다.

초등학생 때 수학이 자신을 위한 과목이라거나 수학을 잘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 수학교과서
초등학생 때 수학이 자신을 위한 과목이라거나 수학을 잘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 수학교과서

연구팀은 싱가포르가 높은 성적을 얻도록 하는 문화가 있어서 남녀 학생 간에 수학 실력에 차이가 없는데도 일부 학생들 간에 수학 성적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싱가포르는 국제수학성취도 평가에서 남녀 차이 없이 지속적으로 최상위에 속해 있다.

연구팀의 멜트조프 박사는 “초등학생들이 벌써부터 ‘자신은 수학적인 사람이다,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수학은 나에게 맞는 과목’, ‘수학은 나와 맞지 않아’ 같은 식으로 수학에 대한 자기적합성을 스스로에게 암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잠재의식이 수학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학년이 시작할 때 연구팀은 ‘수학은 남자애들을 위한 과목이다’라는 수학에 대한 성적고정관념의 세기를 측정하고, 잠재적으로 이런 성향이 강한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의 수학에 대한 자기적합성 정도도 파악했다. 이때는 암시협회테스트(IAT)를 이용해 어린이들의 잠재의식을 조사했다. IAT는 자신은 모르는 자기적합성, 전형성, 어떤 태도 등을 알아내는 데 유용하다. 성인을 위한 IAT는 성별, 인종, 종교 같은 숨어 있는 믿음을 알아내는 데 쓰인다. 또 연구팀은 어린이들에게서 겉으로 드러나는 분명한 믿음을 측정했다.

아이에게 ‘나는 수학 못했지만 너는 잘해라’는 말 하지마라

학교선생님의 감독을 받으며 학생들에게 수학시험을 치렀다. 시험 결과 남녀의 수학 성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수학에 대한 자기적합성 정도와 성적고정관념처럼 잠재의식에 따른 차이를 수학성적과 비교해 확인했더니 잠재의식이 수학성적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관계없이 수학에 대한 자기적합성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일수록 수학성적이 높았다. 또 ‘수학은 남자에게 맞는 과목’이라는 성적고정관념이 강할수록 남자어린이는 수학에 대한 자기적합성이 강했고 여자어린이는 약했다.

성적고점관념이 수학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은 싱가포르 초등학생 뿐 아니라 미국의 초등학생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미국의 초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수학은 남자애에게 맞고, 여자애에게 맞지 않는다’라는 성적고정관념을 알렸다. 그랬더니 여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관심을 점차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츠벤첵 박사는 “우리의 연구가 교육현장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선생님과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수학이 자신들에게 맞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면 그들의 수학적 성취도와 흥미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못했던 학부모들은 ‘나는 수학을 못했지만 너는 잘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무심코 자녀들에게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가볍고 푸념어린 말이 자녀를 잠재적으로 수학과 거리를 두게 만들어 성적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자녀들에게 ‘너한테 수학은 어려워’, ‘수학은 너랑 맞지 않아’ 같은 말을 자주하면 잠재적으로 자녀가 ‘수학과 나와 달라, 나와는 맞지 않아’라고 인식하게 만들어 결국 수학을 못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오늘부터라도 자녀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통해 긍정적인 잠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계산하는 모습이 귀엽다’처럼 칭찬을 하면 어떨까.

박응서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5-10-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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