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미래에는 필요한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광산이 아니라, 식물 농장으로 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최근 독일의 과학자들이 반도체 소재인 게르마늄(germanium)을 식물에서 추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고 보도하면서, 앞으로는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의 소재들 대부분이 식물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 링크)
게르마늄을 토양으로부터 흡수하여 식물 체내에 축적
게르마늄은 이름에서 보여지 듯 독일에서 처음 발견된 원소다. 트랜지스터가 처음 만들어진 이후부터 부품 소재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흙에서 추출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의 연구진은 새로운 접근 방법을 찾았다. 그들은 해바라기나 옥수수 같은 식물에다가 광물을 채굴하는 파이토마이닝(phytomining) 기술을 적용하여, 게르마늄을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파이토마이닝이란 식물을 의미하는 접두어 ‘phyto’와 채굴을 뜻하는 ‘mining’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식물을 이용하여 땅 속에 들어있는 광물을 추출하는 기술로서, 21세기의 연금술로도 대두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대의 연구진이 밝힌 게르마늄 추출 방법은 이렇다. 우선 흙에서 게르마늄 원소를 빨아들여 뿌리나 싹에 다량의 농도를 축적시킨 식물을 수확한다. 수확 후에는 이를 발효시키는데, 발효를 하는 이유는 추출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프라이부르크대의 헤르만 하일마이어(Herrmann Heilmeier) 교수는 “아직은 연구의 초기 단계여서 현재로서는 아주 소량으로밖에 게르마늄을 수확할 수 없다”라고 밝히며 “그러나 보다 많이 게르마늄을 축적하는 식물을 검색하고 있고, 추출 기술도 연구 중인 만큼 조만간 경제성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식물 평균치보다 1000배나 더 흡수하는 식물 발견
파이토마이닝 기술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식물을 통해 환경을 복원하는 파이토리메디에이션(phytoremediation)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파이토리메디에이션이란 식물의 흡수 능력을 이용하여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서, 토양의 오염 범위가 광범위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런 기술이 파이토마이닝에 영향을 끼치게 된 이유는, 당초에는 식물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이토리메디에이션을 통해 토양을 복원하다가, 금속 성분인 오염 물질이 식물에 축적된 것을 알았고, 이들 물질을 뽑아내면 순도 높은 금속이 된다는 것을 파악한 뒤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파이토리메디에이션 기술이 전 세계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는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이다. 원전 사고로 인해 우라늄과 같은 여러 가지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을 해바라기로 흡수하여 복원시키는 방법이 대두된 것.
해바라기는 우라늄이나 납, 비소 같은 여러 가지 중금속들을 흡수할 수 있으며, 방사선 동위원소 가운데에서도 세슘(cesium) 등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다. 전문가들은 세슘이 칼륨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칼륨의 흡수 능력이 뛰어난 해바라기를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적임자로 꼽혔다.
다만 아직도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능 오염 농도가 높아서, 그동안 시범적으로 심었던 해바라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도 전에 죽거나 돌연변이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흡수 능력 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인 효과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반면에 해바라기보다 월등한 중금속 흡수 능력을 가진 신종 식물이 최근 발견되어 환경정화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발견된 이 식물의 이름은 ‘리노레아 닉코리페라(Rinorea Niccolifera)’이다.
이번 조사의 책임자인 필리핀국립대의 에드위노 페르난도(Edwino Fernando) 교수는 “이 식물이 독성 중금속을 1만 8000ppm이나 축적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이는 다른 식물들의 평균치보다 약 1000배나 많은 수치”라고 전했다.
페르난도 교수와 함께 이번 조사에 공동 참여 중인 호주 멜버른대의 어거스틴 도로닐라(Augustine Doronila) 박사도 “리노레아 닉코리페라는 토양 정화에 특화된 식물”이라고 소개하며 “이 정도의 축적 기능이라면 희귀 금속 등을 효율적으로 발굴하는 식물 채광에 이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식물은 성숙한 식물 세포 안에 있는 미세 구조물인 ‘액포’ 속에 금속을 축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포에는 막이 있으며 이는 인간의 간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즉 금속의 독성으로부터 세포의 나머지 부분을 보호하는 것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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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9-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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