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통증에 민감할까. 대부분 여성이 더 민감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만성 통증성 환자의 70%가 여성이다. 제프리 모길(Jeffrey S. Mogil) 캐나다 맥길대학교 교수는 2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아태젠더서밋'에서 사람들의 이런 궁금증을 과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했다.
제프리 모길 교수는 "만성 통증성 환자의 70%가 여성인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통증에 민감할 수도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 더 병원에 많이 갔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일 수도 있다"라고 했다. 남성과 여성이 가지고 있는 통증의 차이에 대해 알게 된다면, 의약품 개발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지금과는 다르게 성별에 따라 더 효과를 볼 수 있는 진통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임상 시험 단계에서 암컷과 수컷의 비율을 비슷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임상 시험 단계에서 수컷을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근 미국 국립 보건원(NIH)에서는 성평등적인 동물 모델 선택을 권장하고 있다. 모길 교수는 "실험 대상이 되는 동물의 성별을 균등하게 이용하여 효과적인 연구를 활용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 다양성을 고려하도록 여러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논문 출판업계도 노력하고 있다. 헬레나 휘 왕(Helena Hui Wang) 더 란셋 아시아 편집장은 "란셋은 정책을 통해 모든 단계의 임상 시험에서 여성과 다양한 인종 그룹을 참여시키도록 장려하고 있다"라고 했다.
란셋은 데이터를 성별과 인종별로 분석하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단순히 정책만으로 장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자매지인 '글로벌 헬스'(Global Health)를 통해 다양한 질병에 대해 세계 질병 부담의 관점에서 평가를 해서 중요한 질병을 다루도록 하고 있으며, '과체중 및 비만 남성을 위한 젠더 인지적 체중 감량 및 건강 증진 프로젝트'를 통해 남성이 당할 수 있는 역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세계 보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여성을 특별히 배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엘스비어(Elsevier) 역시 여성과학자들이 과학기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영석 엘스비어 회장은 "훌륭한 여성 과학자가 많지만 여전히 남성의 비율이 더 많다. 여성들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영석 회장은 "여성 과학자들은 학문적인 기여에도 불구하고 남성에 비해 적은 보상을 받고 있는데, 학계에서 남성에 비해 지원 네트워크가 적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즉, 여성 과학자의 수가 적다고 해서 여성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여성과학자들에 대한 사회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엘스비어에서는 여성과학자가 나은 환경에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엘스비어가 하는 이러한 활동들은 연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잘 이용한다면 보다 좋은 연구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과학계 내부에서 젠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담론이 형성되면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도 만들어지고 있다. 김성완 한국연구재단 연구원은 "생명과학에 있어 젠더 분석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다루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단에서는 의학 평가를 할 때 남녀노소 모두를 포함하여 평가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책과 절차를 진행하면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비용이다. 암컷 쥐를 따로 연구하게 되면 수컷 쥐만을 이용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암컷 쥐를 포함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암컷 쥐를 포함한 연구가 진행되면 가산점을 주거나 추가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암컷 쥐를 이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젠더서밋의 연사들은 서로 다른 사례를 이야기 했지만, 목적은 같았다. '모두를 위한 과학기술'을 위해서는 남성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젠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만 젠더 다양성을 포함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돕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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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8-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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