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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5-08-07

피그미족, 유달리 키 작은 이유 환경 적응 과정에서 일어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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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아프리카 열대우림지역에는 키가 평균 150cm 정도 되는 작은 부족이 있다. 피그미(Pygmy)족이다. 아프리카 5대 인종분류 중 하나인 피그모이드(Pygmoid)에 속하는 이들은 다른 종족에 비해 체구와 키가 작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신체 특징을 보면 니그로이드(Forest Negro)에 속하는 반투(Bantu)나 수단(Sudan) 계열과는 다르다. 혈액형도 다르고 외형상으로도 확실히 구별된다. 그래서 피그미족은 일찍부터 열대우림에 살아온 원주민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학계에서 이들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작은 키 때문이다. 인접한 다른 계열의 부족과는 다르게 피그미족만이 유일하게 키가 작기 때문이다. 이들이 키가 작은 이유에 대한 다양한 가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열대우림의 특성상 잘 먹지 못해 키가 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인접한 농경민과 연계하여 사냥한 짐승과 채집한 것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농작물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냥이나 벌꿀, 곤충, 야생식물의 채집은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생업활동이다. 이들이 살고 있는 열대우림에서 마실 물과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다.

중부 아프리카 열대우림지역에 사는 피그미족은 평균 키가 150cm 정도로 아주 작다. 이들이 키가 작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 Keystone View Company (Wikipedia)
중부 아프리카 열대우림지역에 사는 피그미족은 평균 키가 150cm 정도로 아주 작다. 이들이 키가 작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 Keystone View Company (Wikipedia)

이런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가 지난 2007년 발표됐다. 피그미족이 키가 작은 이유는 성장보다는 빨리 자식을 낳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드레아 뱀버그 미그리아노(Andrea Bamberg Migliano) 캠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UK) 교수팀이 학술지 'PNAS'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피그미족이 키가 작고 수명이 짧은 것은 여성에게 성장을 빨리 멈추는 대신 자식을 일찍 낳도록 하는 진화적 압력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성장에 쓰일 에너지가 어린 나이에도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즉, 피그미족의 여성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성장할 것이냐 아니면 출산할 것이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환경적 요인 때문에 피그미족의 키가 작다는 오랜 믿음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케냐의 마사이족이나 삼부루족도 영양 결핍에 시달렸지만,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부족이라는 점을 보면 다소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환경적 요인이 괜찮은 곳에 사는 피그미족도 여전히 키가 작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피그미족이 키가 작은 이유는 바로 높은 사망률 속에서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성장보다는 출산에 더 많은 에너지가 집중되도록 진화적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피그미족의 작은 키는 유전자 때문이다"

진화적 과정 말고도 피그미족의 작은 키를 설명한 연구는 또 있다. 2014년 루이스 B. 바레이로(Luis B. Barreiro) 몬트리올 대학교(University of Montreal, Canada) 교수팀은 피그미족의 작은 키는 바로 유전자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지역에 사는 피그미족인 바트와(Batwa) 부족 169명과 서부 바키가(Bakiga) 부족 61명을 조사하였다. 모두 피그미족에 속하는 두 부족의 유전정보를 분석했고, 그 결과 명확한 이유가 드러났다.

유전정보 중 인간의 성장 호르몬 및 뼈 형성과 관련된 영역에서 변이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두 부족 모두 유전적 변이가 확인되었지만 똑같지는 않았다. 즉, 특유의 피그미 유전자를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각자 독립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뜻이다.

피그미족은 밀림지역에서 활동하기 유리할 수 있도록 작게 진화했다. 왜냐하면 덩치가 작다면 장애물을 잘 피할 수 있고 칼로리 소모량도 적기 때문이다. 환경에 맞도록 피그미족이 진화했고, 그에 따라 유전 정보 역시 변화한 것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5-08-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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